경기침체와 불안한 정치 상황 속에서도 해외여행 열기는 식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국인 출국자 수가 증가세를 보이면서다. 앞서 같은 이유로 여행 수요가 줄었다는 여행업계 분석과는 대조적이다.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 대신 개별여행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의미로 업계는 대응책 마련에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패키지 여행객 감소 vs 출국자 수 증가
30일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3월 한국관광통계에 따르면 1분기 내국인 출국자 수는 779만6521명으로 전년 동기(742만4967명) 대비 5% 늘었다. 이는 여행업계의 송출객 감소와는 반대되는 결과다.
국내 여행사의 해외여행 패키지 송출객은 감소세를 보였다. 하나투어의 1분기 해외 패키지 송출객 수는 56만3432명으로 전년 및 전분기 대비 4% 감소했다. 하나투어 측은 "정치 불안 및 항공기 사고 등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여행수요가 감소했다"며 "동남아, 일본 등을 포함한 대부분 지역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모두투어는 더 큰 감소 폭을 보였다. 1~3월 전년 대비 각각 27.5%, 24.1%, 37.2%씩 줄었다. 특히 3월 감소 폭이 큰 데 대해 모두투어 측은 "비수기로 접어들면서 전월 대비 해외패키지 모객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개별여행' 선호 현상 뚜렷…실적 악화 우려
출국자 수 증가에도 여행사의 송출객 수가 줄어든 이유로는 패키지 상품 이용 대신 개별 여행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자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의 최근 조사 결과 해외여행 형태로 개별여행(57%)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단체 패키지(27%), 에어텔·에어카텔 패키지(9%) 순이었다.
컨슈머인사이트는 "이런 현상은 해외여행의 근거리·단기간 트렌드와 무관치 않다"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해외여행은 단체 패키지 위주의 유럽 여행이 줄어든 반면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권에 집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도 단기간 떠날 수 있는 단거리 여행지를 중심으로 개별 여행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1박~3박 등 비교적 짧은 여행객이 늘어나면서 일정을 효율적으로 쓰려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일정을 내맘대로 자유롭게 정할 수 없는 패키지 상품 매력이 낮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여행 트렌드 변화로 여행업계의 실적 악화 우려도 커졌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1분기 전망을 전년 대비 낮췄다. 현대차 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1분기 하나투어의 매출액을 1569억원, 영업이익은 123억원으로 전망했다. 작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4.4%, 43% 줄어드는 수준이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매출 감소는 패키지 송출객 수 감소가 주된 원인으로, 패키지 송출객 수는 2월부터 역성장세로 전환했다"며 "2월 한국인 출국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5% 증가했던 점을 감안하면 패키지 수요가 유독 크게 빠졌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