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동료가 오늘의 적이 됐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외야수 이정후(26)는 메이저리그에 첫 발을 들이는 김혜성(25)에 대해 말했다.
이정후는 지난 13일 시즌 준비를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출국전 가진 인터뷰에서 가장 화제가 된 주제는 키움히어로즈 시절 동료이자 최근 LA다저스와 3년 계약에 합의한 김혜성이었다. 과거 키움에서 함께 뛰었던 둘은 이제 라이벌 팀의 선수로 마주한다.
김혜성과 연락을 자주 주고받았다고 밝힌 그는 “마지막에 결정할 대도 내게 물어보고 그랬다. 너무 잘됐고, 친구로서 좋은 팀에 가게 돼서 축하한다고 얘기도 해줬다. 같은 지구에서 경기하게 됐는데 사실 나도 같은 입장이라 생각하고 서로 힘내자고 얘기했다”며 소감을 전했다.
1998년생인 이정후와 빠른 1999년생인 김혜성은 같은 학년으로서 고등학교 무대에서 경쟁했고 청소년대표팀도 함께 뛰었다. 앞서 키움 시절 선배였던 김하성을 만났을 때와는 또 다른 감정이 생길 터.
고등학교 시절부터 김혜성을 ‘나보다 뛰어난 선수’라 칭찬했던 이정후는 “청소년 대표팀 시절부터 계속 같은 팀에서 뛰며 같이 경기하고 생활하면서 좋은 기억만 갖고 있다. 이렇게 미국에서 뛰게 돼서 너무 기쁘고, 신기하다”며 친구를 꿈에 무대에서 만나는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경기중에는) 그런 감정을 느낄 겨를이 없을 거 같다. (김)하성이형과 경기했을 때도 특별한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경기중에 그런 생각은 안들었다”며 경기중에는 경기 자체에 집중할 것이라 말했다.
김혜성과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그는 메이저리그 선배로서 어떤 얘기를 해줬을까? 그는 “생활하는 면에 대해서도 말해줬고 그 팀의 뎁스, 스타일 등 혜성이가 물어본 팀들에 대해 내가 아는 정보는 다 얘기해줬다. 결정은 혜성이 자신이 한것이니 좋은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한다”며 둘이 나눈 대화를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번 시즌 김혜성을 상대할 팀 동료들에게 그는 이 낯선 선수를 어떻게 소개할 수 있을까?
그는 이를 묻자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뭔가 옛날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었던 박지성 선수같다고 설명하고 싶다”며 뜬금없이 박지성의 이름을 꺼냈다.
‘빛나지 않아도 도움이 되는 선수라는 뜻인가’라고 취재진이 되묻자 고개를 끄덕인 그는 “정말 좋은 팀에 갔고, 잘 맞은 팀에 가는 거 같다. 실력면에서는 이미 내가 얘기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난 선수라서 그렇게 설명하고 싶다”며 박지성과 비교한 이유를 설명했다.
김혜성은 다저스에서 슈퍼 유틸리티로 기용될 예정이다. 주전 2루수였던 개빈 럭스가 신시내티 레즈로 트레이드되면서 일단 경쟁의 부담감은 어느 정도 덜은 상태다. 빅리그에서 기회를 잡는다면 이정후와 맞대결은 현실이 될 것이다.
다저스타디움 원정 때 들린 야유 소리를 통해 두 팀의 라이벌 관계를 실감한 이정후는 “어떤 기록을 세우든 혜성이가 하면 좋은 것이나 나도 좋다. 둘이 뭘하든 상관없는데 그냥 이겼으면 좋겠다. 우리 팀이 이기면 내 기록은 상관없지 않을까”라며 라이벌 다저스와 맞대결했을 때 이기고 싶다는 마음도 드러냈다.
[인천공항= 김재호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