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재정경제부 전략경제자문단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AI 시대의 지급결제 인프라이자 새로운 경제 질서를 움직이는 핵심 기반”이라며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을 촉구하고 나섰다.
박영선 전 장관은 21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민국 전략경제 포럼’(주최·주관 재경부, 산업연구원) 개회사 및 기조발제에서 “AI 에이전트 경제에서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가상자산이 아니라 AI가 사용하는 거래 인프라”라며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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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사진=이데일리DB) |
이번 포럼은 지난달 30일 ‘AI 시대의 경제성장’ 주제로 열린 대한민국 전략경제 포럼에 이어 열리는 것이다. 21일에는 ‘AI 에이전트와 피지컬 AI’를 주제로 스테이블코인 등을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경제부총리(구윤철)가 참석해 정부 주최·주관으로 스테이블코인 입법을 다루는 첫 포럼이다.
현재 국회에는 작년 6월 11일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의 대표발의를 시작으로 민주당 안도걸·김현정·이강일·박상혁 의원과 국민의힘 김은혜·김재섭·최보윤·이성권·김성원 의원이 잇따라 각각 대표발의한 디지털자산, 스테이블코인 관련 10개 법안이 계류돼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50%+1주 은행 중심 컨소시엄(51%룰)으로 확정·추진할지 여부, 두나무·빗썸·코인원·코빗·스트리미(고팍스) 등 가상자산거래소에 15~20% 지분 규제를 일괄 적용할지 여부 등 디지털자산기본법 핵심 쟁점을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관련해 박 전 장관은 “우리 국회도 이제는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한 디지털자산의 문제가 아니라 AI 시대의 지급결제 인프라라는 관점에서 입법을 준비해야 한다”며 “특히 입법과정에서 기존의 기득권과 새로운 기술혁명의 균형점을 잡아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전 장관은 “미국은 글로벌 표준을 선점하려 하고, 일본은 제도를 통해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고 있다”며 “기술 경쟁 못지않게 제도 경쟁이 시작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 전 장관은 “국회와 정부는 AI 에이전트가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활용과 국제 경쟁력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며 “국가 경쟁력은 기술뿐 아니라 제도를 얼마나 먼저 준비하느냐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개회사 및 기조발제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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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재정경제부, 산업연구원) |
우리는 지금 단순한 기술혁명이 아니라 경제 시스템 자체가 바뀌는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인터넷은 정보를 연결했고, 스마트폰은 사람을 연결했습니다. 이제 AI는 사람을 대신해 판단하고 거래하며 실행하는 경제활동의 주체가 되고 있습니다.
오늘 포럼에서 다룰 AI 에이전트 커머스(AI Agent Commerce)와 피지컬 AI(Physical AI)는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두 개의 축입니다.
첫 번째는 AI 에이전트 커머스입니다. 지난 4월 출범한 재경부 전략경제 자문단은 정부에서는 최초로 AI 에이전트 커머스 분과를 만들고 온라인 상거래에서 AI 에이전트로의 상거래 변화를 위한 준비를 해왔습니다.
지금까지의 전자상거래는 사람이 검색하고 비교하고 결제하는 구조였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AI 에이전트가 소비자의 의도를 이해하고, 가격을 비교하고, 협상하고, 구매와 결제까지 수행하는 시대가 열립니다.
다시 말해, 검색 중심의 경제에서 에이전트 중심의 경제로 전환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매우 중요한 변화를 맞이하게 됩니다. 경제활동의 주체가 AI로 바뀐다면, 거래의 방식과 화폐도 함께 바뀌어야 합니다. AI 에이전트는 사람처럼 은행 앱을 열고 비밀번호를 입력하지 않습니다.
AI는 코드로 거래하고, 코드로 결제하는 경제를 필요로 합니다. 그 중심에 스테이블코인(Stablecoin) 이 있습니다. 화폐의 역사를 보면, 금속화폐에서 지폐로, 지폐에서 카드와 모바일 결제로, 그리고 이제는 프로그래밍 가능한 디지털 화폐, 즉 코드 기반의 화폐 시대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AI 에이전트 경제에서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가상자산이 아니라 AI가 사용하는 거래 인프라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따라서 우리 국회도 이제는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한 디지털자산의 문제가 아니라 AI 시대의 지급결제 인프라라는 관점에서 입법을 준비해야 합니다. 특히 입법과정에서 기존의 기득권과 새로운 기술혁명의 균형점을 잡아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제로 세계 주요국들은 이미 이러한 변화를 국가 전략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디지털자산 시장의 규칙을 명확히 하기 위한 CLARITY 법안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고 스테이블코인 제도 정비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AI 시대에 필요한 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 달러 결제망을 구축하고, 미래 금융의 글로벌 표준을 선점하려는 전략입니다.
일본은 이미 세계 최초 수준으로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인정하고 은행과 신탁회사, 자금이체업자가 발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했습니다. 일본은 디지털 금융을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인프라로 바라보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은 글로벌 표준을 선점하려 하고, 일본은 제도를 통해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기술 경쟁 못지않게 제도 경쟁이 시작된 것입니다.
대한민국도 이제는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한 디지털자산이나 투자 상품으로 바라봐서는 안 됩니다. AI 시대의 지급결제 인프라이자 새로운 경제 질서를 움직이는 핵심 기반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국회와 정부는 AI 에이전트가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활용과 국제 경쟁력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국가 경쟁력은 기술뿐 아니라 제도를 얼마나 먼저 준비하느냐에 의해 결정될 것입니다.
두 번째는 Physical AI입니다. 생성형 AI가 생각하는 두뇌였다면, Physical AI는 현실에서 행동하는 몸입니다. AI는 공장을 운영하고, 물류를 관리하며, 로봇을 제어하고, 자율주행과 에너지 시스템까지 운영하게 될 것입니다. 제조업과 물류, 건설, 의료, 국방, 에너지 산업은 자동화를 넘어 자율 운영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결국 AI Agent Commerce가 디지털 경제에서 거래를 결정하면, Physical AI는 현실에서 생산하고 운송하며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 두 개가 연결될 때 비로소 새로운 AI 경제가 완성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를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AI가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는 만큼 우리 사회의 포용성도 함께 지켜야 합니다. 특히 대한민국 경제의 근간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AI 경제에서 소외되어서는 안 됩니다.
AI 플랫폼이 거래를 독점하거나 AI 에이전트가 특정 기업만 선택하는 구조가 된다면 시장의 공정성은 크게 훼손될 수 있습니다. 정부는 AI 전환을 지원하는 동시에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기술과 데이터, 교육, 금융을 지원하고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마련해야 합니다. AI 시대의 정책은 혁신과 보호가 함께 가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AI 시대의 국가 경쟁력은 더 이상 AI 모델 하나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반도체와 데이터, 전력과 네트워크, 로봇과 제조, 그리고 스테이블코인과 같은 새로운 금융 인프라, 이를 뒷받침하는 법과 제도가 함께 갖춰질 때 비로소 국가 경쟁력이 만들어집니다.
오늘 포럼은 AI Agent Commerce와 Physical AI라는 두 개의 주제를 통해 대한민국이 준비해야 할 미래를 함께 논의하는 자리입니다. AI는 기술의 진보를 넘어 경제의 규칙을 바꾸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그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질서를 먼저 설계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이 AI를 가장 잘 사용하는 나라를 넘어 AI 시대의 경제 질서를 가장 먼저 설계하는 국가가 되기를 기대하며 대한민국 전략경제 2차 포럼 기조발제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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