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자동차와 가전제품 등에 사용되는 중국산 레거시 반도체(범용 반도체)를 대상으로 불공정 무역 행위를 조사한다. 임기가 한 달여밖에 남지 않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마지막까지 중국 견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있는 무역 관련 협회 소식지를 인용해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중국산 범용 반도체에 대해 이르면 다음주 무역법 301조에 따른 조사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USTR이 주관하는 무역법 301조 조사는 부당하거나 불합리한 무역 거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지난 7일 레이건 국방포럼 연설에서 “중국 정부가 범용 반도체 생산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관세 부과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국가 안보 위협에 대응하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조사도 예상된다.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연초 자국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에 착수해 6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 제품의 66%에 중국산 범용 반도체가 쓰이거나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응답 기업 중 44%는 자사 제품에 쓰인 반도체 칩의 출처를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혀 공급망 관리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BIS는 보고서에서 “중국이 향후 3~5년 내 신규 레거시 반도체의 50% 정도를 생산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에 따라 과도한 공급망 의존 우려, 사이버 위협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중국산 범용 반도체는 스마트폰과 자동차 등의 부품으로 쓰일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제조되는 식기세척기, TV, 냉장고를 비롯해 다양한 제품에 들어간다. 수년 전 중국산 다리미와 전기포트 등에 스파이용으로 의심되는 와이파이 통신 기능이 있는 반도체가 장착된 사실이 발각돼 물의를 빚었다.
이번 불공정 무역 행위 조사와 대응 조치는 다음달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