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그럴 리 없다. 설악산 울산바위가 수천만 년 만에 다시 발걸음을 남쪽으로 내디뎠을 리는 만무하다. 그러나 눈앞에 드러난 것은 최고 높이 100m, 넓이 200m 남짓한 거대한 암벽이다. 하나의 큰 바위처럼 보이는데 다시 보니 커다란 암석 덩어리 네댓 개가 어깨를 겯고 앉아 있는 듯하다.
드러난 부분만 그렇다. 바다 위 10∼20m의 해안단구, 그 위로 약 80m 높이의 곰솔과 굴참나무 숲 지대까지 합치면 위아래 길이 200m 남짓한 암벽이다. 나무들은 바위 위에 쌓인 흙에서 자랐을 터다. 웅장한 화강암 봉우리 6개로 이뤄진 울산바위가 바다 위로 솟았다 할 만도 하지 않겠는가.
암벽은 회백색과 베이지색이 섞인 빛깔을 띤다. 카메라를 줌인해서 들여다보니 단순한 바위가 아니다. 주상절리다. 제주도 중문 해안에서 보는 주상절리처럼 검은색을 띠지는 않는다. 현무암이 아니라 화산재 같은 화산 분출 물질이 퇴적해 생긴 응회암이어서다.네댓 개 응회암 봉우리마다 각이 넷 이상 진 돌기둥 수십 개가 다발을 이루고 서 있다. 길이가 서로 다른 대나무 십여 개를 둥글게 이어 붙여 소리를 내는 전통 관악기 생황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 터다. 다만 그 대나무 원 안에 대나무를 촘촘히 채워 넣은 형상이다.
● 이름에 값하는 유래 찾기
사실 금강죽봉이라는 이름도 석연치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지죽도에 사람들이 마을을 이뤄 살기 시작한 것은 대략 400년 전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왜 금강죽봉이라 부르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죽봉은 이해할 만하다. 금강죽봉을 잘 보면 어떤 봉우리는 단층선이 수평으로, 다른 봉우리는 사선으로, 두세 줄씩 나 있다. 결혼식 피로연에 등장하는 3층 케이크를 연상시킨다고나 할까. 그 단층선들이 멀리서 보면 대나무 마디로 보일 법하다. 어마어마한 대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기에 죽봉이다.
그러나 왜 ‘금강’이 붙었는지 똑떨어지는 설명이 없다. 금강산을 줄여 놓은 것 같기도 하고, 관동팔경 중 으뜸으로 꼽히는 동해안 주상절리대(帶) 해금강 총석정 같다고도 한다. 그래서 금강이라는 얘기인데 다소 심심하다. ‘금강산에서 1만2000봉을 모집한다는 소식에 남쪽 바다 죽봉이 황급히 가다 그만 시간이 지체돼 이곳에 머물렀다’ 같은 전설도 없다. 아쉽다.
이 아쉬움을 달래 보려고 나름대로 이름값에 걸맞은 유래를 생각해 봤다.금강은 불교에서 벼락 또는 가장 단단한 것, 즉 다이아몬드를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이다. 이 때문에 가장 뛰어난 것이나 훌륭한 것을 비유하는 말로 자주 쓴다(‘한국불교문화포털 불교용어’). ‘금강신(身)’은 부처의 몸을 말한다. 언뜻 금강죽봉은 가부좌를 틀어 왼손은 무릎 위에 두고 오른손은 땅을 가리키는 석가세존의 용자(容姿)를 표현한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죽봉도 심상치 않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에 따르면 불교와 대나무는 인연이 깊다. 불교 최초의 절은 대나무숲 동산에 지은 죽림정사(竹林精舍)다. 대나무는 승려의 수행을 상징하는 죽비가 됐고, 고승들의 지팡이로 이용됐다.
금강죽봉 북동쪽 활개바위를 처음 봤을 때 직관적으로 떠오른 것은 코끼리였다. ‘거인의 한쪽 팔’은 영락없는 코끼리 코였다. 불교에서 코끼리는 위용과 덕을 나타낸다. 부처님을 오른쪽에서 모시는 보현보살은 자비를 상징하는데, 그는 흔히 코끼리를 타고 있다.
수행으로 본성을 깨닫는 과정을 그린 심우도(尋牛圖)에서 소는 ‘인간의 본래 자리’를 상징한다고 한다. 금강죽봉이 있는 지죽도를 하늘에서 보면 소가 누워 있는 모양인 와우형이다(‘한국의 섬: 강진군 고흥군 보성군 장흥군’, 이재언 지음, 이어도, 2021). 금강죽봉이 있어야 할 자리로는 더할 나위 없다.● 삼치, 유자, 천경자
선착장에 정박한 삼치잡이 배는 다른 고깃배와 사뭇 다르다. 조타실 양쪽에 길이가 5m는 됨직한 대나무가 각각 서 있다. 어장에 도착하면 낚시가 줄줄이 달린 낚싯줄 십여 개를 각 대나무에 매달아 내리고 배를 달린다. 삼치들이 뒤쫓아와 낚시를 문단다. 이른바 채낚기 방식이다. 1970년대까지는 안강망이나 유자망을 사용했지만 그때는 삼치가 아주 많을 때였다.
한겨울이 제철인 삼치회를 처음 먹어 봤다. 아주 연해서 두툼하게 썬 살을 고흥 특유의 양념장에 찍어 묵은지와 함께 마른 김으로 싸 먹는다. 따뜻한 밥 한술과 같이 먹어도 별미다. 한겨울 삼치는 ‘지방이 오를 대로 올라 치즈 향까지 살짝 난다’는 사람도 있다.
글·사진 고흥=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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