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철기의 개똥法학] 내란전담재판부·법왜곡죄가 사법개혁될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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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철기의 개똥法학] 내란전담재판부·법왜곡죄가 사법개혁될 수 없는 이유

법왜곡죄 신설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형법 개정안과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법원은 물론이고 대한변호사협회와 학계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과 법왜곡죄 신설이 위헌 소지가 있고 사법부 독립에 반한다는 등의 이유로 사실상 반대하는 취지의 의견을 냈다. 위헌 논란을 의식한 듯 각계 의견 수렴 등을 통해 일부 내용을 수정했으나 이를 추진하겠다는 여당의 기본 입장은 변화가 없는 것 같다.

법왜곡죄는 법관, 검사 또는 범죄 수사 종사자가 타인에게 위법 또는 부당하게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할 목적으로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하면 적용된다. 당사자 일방을 유리 또는 불리하게 만드는 경우, 사건에 관한 증거를 조작하거나 위조·변조된 증거를 재판 또는 수사에 사용한 경우 그리고 위법하게 증거를 수집하거나 증거 없이 범죄사실을 인정하거나 논리 및 경험칙에 현저히 반해 사실을 인정한 경우 형사처벌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현행법상 하급심의 잘못은 상소를 통해 상급심에서 시정되도록 설계돼 있다. 그런데 어떤 판단이 잘못됐는지를 수사기관이 1차적으로 판단해 판단 주체인 법관을 기소하고 다른 법관이 재판의 타당성을 검증한다면 재판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 또한 법왜곡죄는 구성 요건 자체가 추상적이고 모호해 어떤 행위가 범죄가 되는지를 사전에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될 소지가 다분하고 이미 존재하는 직권남용죄와의 관계도 불명확하다.

무엇보다 법왜곡죄가 신설되면 패소한 당사자가 이 판단을 한 법관에 대한 고소·고발을 남발할 수 있다. 또 특정한 사건을 여론이나 다수 입장에 반해 재판한 법관에 대한 정치적 공격의 수단으로 악용돼 종국에 사법부의 독립적 판단을 위축시키고 다수파나 여론에 의한 사법 통제를 초래할 수 있다. 가뜩이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법왜곡죄가 신설되면 법관 줄 사직으로 이어져 사법부의 재판 역량이 약화할 우려 또한 존재한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에도 문제가 있다. 법률은 불특정 다수에게 적용되는 보편타당한 규범이어야 한다. 이미 존재하는 특정한 사건을 담당할 재판부의 구성에 입법부가 관여하는 것은 위헌인지를 떠나, 의회 다수파가 특정 사건을 담당할 판사를 본인들이 정한 규칙에 따라 결정하는 선례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 헌정질서를 무너뜨리려고 시도한 내란사건 재판은 더더욱 재판부 구성과 재판 절차에 한 치의 흠결도 없어야 하는데, 만약 이 법에 따라 설치된 재판부가 내란사건을 재판할 경우 두고두고 재판의 중립성과 공정성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원래 의도와 달리 위헌심판제청과 헌법소원 등으로 재판이 오히려 장기화할 우려도 있다. 최근 대법원이 국가적 중요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하는 내용의 예규를 제정하기로 한 만큼 그 결과를 기다릴 필요가 있다.

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하라는 소위 ‘답정너’ 식의 재판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 사법개혁 역시 마찬가지다. 사법 시스템은 모든 국민이 사용하는 인프라인 만큼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설계돼야 하고, 사법개혁안은 초당적 합의 및 이해관계인과의 협의를 통해 도출돼야 한다. 지금과 같은 밀어붙이기식 입법은 사법개혁이라기보다는 사법부 길들이기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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