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쳤다 김혜성' WS 우승팀 주전 유력→"럭스 미래 불투명해져" 美 매체 전망... 최고액도 다저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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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가 4일 김혜성 영입 발표 소식을 전하고 있다. /사진=LA 다저스 공식 SNS 갈무리

"우리 스카우트들이 그 2루수를 좋아하더라."

이례적인 발언이었다. 데이브 로버츠(53) LA 다저스 감독은 지난해 3월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팀 코리아와 메이저리그(MLB) 서울시리즈 스페셜게임을 마친 뒤 김혜성(26)을 칭찬했다. 그리고 1년도 지나지 않아 김혜성의 스승이 됐다.

LA 다저스는 4일(한국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LA 다저스가 유틸리티 김혜성과 3년 1250만 달러(184억원)"라며 "2028년과 2029년 옵션이 있어 계약 가치가 2200만 달러(323억원)로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다저스가 다시 한 번 스토브리그의 주연으로 등극했다. 지난해 오타니 쇼헤이와 10년 7억 달러(1조 304억원), 야마모토 요시노부와 12년 3억 2500만 달러(4784억원), 타일러 글래스노우와 5년 1억 3650만 달러(2009억원)에 계약을 맺는 등 주요 선수들을 싹쓸이했다.

이러한 과감한 영입 행보를 바탕으로 다저스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시즌 후 다시 다저스는 적극적으로 이적시장에 뛰어들었다.


김혜성.

양대리그 사이영상 수상자 블레이크 스넬을 무려 5년 1억 8200만 달러(2679억원)에 품었다. 이어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와도 3년 6600만 달러(971억원)에 재계약을 맺었다.

나아가 에인절스, 샌디에이고 등과 경쟁에서도 승리해 김혜성을 품게 됐다. 당초 에인절스가 김혜성에게 5년 2800만 달러로 다저스보다 많은 금액을 제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럼에도 에인절스가 아닌 다저스를 택했다는 게 놀라움을 자아냈다. 그만큼 다저스에 큰 매력을 느꼈던 것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오렌지카운트레지스터의 제프 플레처는 이에 대해 "소식통에 따르면 에인절스가 김혜성에게 다저스보다 많은 금액을 제시했다는 건 정확하지 않은 정보"라며 "제안 금액이 얼마였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다저스보다는 적었다"고 전했다.

결국 초대형 선수이든 포스팅으로 나온 상대적으로 저렴한 선수든 다저스가 원하는 선수는 누구든 데려올 수 있다는 게 다시 한 번 증명됐다. 우승팀 프리미엄 등 어필이 될 만한 요소는 당연하고 금액 측면에서도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함으로써 스토브리그에서 필승전략을 자랑하고 있다.

김혜성. /사진=뉴시스

다만 왜 김혜성이 필요했는지는 다소 의문스럽기도 한 게 사실이다. 다저스엔 이미 12년 3억 6500만 달러(5372억원)의 최우수선수(MVP) 출신 유격수 무키 베츠가 있고 주전 2루수로 활약한 개빈 럭스도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다저스의 우승을 이끈 한국계 선수 토미 현수 에드먼과도 5년 7400만 달러(1089억원) 재계약을 맺었는데 그는 외야수는 물론이고 내야수로도 활약할 수 있는 유틸리티 자원이다. 미겔 로하스도 옵션을 행사해 구단에 남았고 또 다른 유틸리티 자원 크리스 테일러도 건재해 김혜성으로선 험난한 경쟁을 거쳐야 하는 상황이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럼에도 다저스가 김혜성의 잠재력을 충분히 높게 평가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지난해 3월 로버츠 감독의 발언이 오버랩된다. 그는 "우리 스카우트들이 그 2루수를 좋아하더라(Our scouts like the second baseman)"라고 김혜성을 언급하며 "몸이 움직이는 방식도 그렇고 배트에 생명력이 있고 수비적으로도 좋은 플레이를 펼쳤다(just the way his body moves, there's some life to the bat and defensively, he made a nice play out there)"라고 호평했다.

괜한 이야기가 아니었다는 것이 증명됐다. 디애슬레틱은 김혜성의 다저스행 소식을 전하며 "소식통에 따르면 다저스는 김혜성이 슈퍼 유틸리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수비에 대해선 명성이 있고 중앙 내야 두 개 포지션에서 경험이 있다. 다저스는 이번 겨울 다시 한 번 무키 베츠가 개막전 유격수가 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지만 김혜성의 존재가 그 생각을 바꿀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MLB 최고의 외야수로 활약했던 베츠는 빼어난 야구센스로 인해 내야수도 종종 소화했는데 올 시즌을 앞두고 유격수 수비를 부담스러워하는 럭스를 대신해 팀의 주전 유격수로 파격 변신을 했다.

김혜성이 지난해 11월 26일 KBO 시상식에서 수비상을 수상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시즌 종료 후 외야수로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팀은 베츠를 올 시즌에도 유격수로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김혜성을 영입하며 베츠가 더 익숙한 외야수로 다시 돌아갈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언급한 것이다.

또 하나의 가능성은 베츠와 김혜성이 키스톤 콤비를 이루는 것이다. 김혜성이 유격수나 2루수로 모두 나설 수 있다는 것도 다저스의 내야 상황을 유연하게 만든다. 다저스네이션은 "김혜성의 영입으로 LA에서 럭스의 미래가 조금 더 불투명해졌다"며 "김혜성이 2루수를 맡는다면 럭스는 외야로 돌아가지 않는 한 라인업에서 자리를 잡을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김혜성이 유격수를 맡는다면 베츠가 2루수로 이동해 럭스를 내야에서 밀어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어 "럭스는 오프시즌 내내 트레이드 소문에 오르내렸고 다저스네이션은 밀워키 브루어스의 전 클로저 데빈 윌리엄스와의 패키지로 럭스를 LA에 트레이드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윌리엄스는 뉴욕에 있고 머물게 됐고 다저스는 럭스를 이적시킬 계획이라면 다른 곳을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매체는 "김혜성은 코너 외야수 자리에서 뛰었던 경험이 있지만 그는 중앙 내야에서 골드글러브 수준의 수비를 하는 데 훨씬 더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다저블루 또한 베츠의 풀타임 유격수 활용에 대해 의문을 가지며 김혜성이 주전 유격수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다저블루를 비롯한 복수의 현지 매체에서도 럭스의 트레이드 가능성을 언급하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김혜성으로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올 시즌 다저스의 주전 유격수와 2루수로 활약한 무키 베츠(왼쪽)와 개빈 럭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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