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세계 ‘믹스’ 유니버스…비품종견에게 희망을[P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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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미지의 세계 ‘믹스’ 유니버스…비품종견에게 희망을[Pet]

이경혜(프리랜서, 외부기고자)
입력 :  2024-12-10 15:44:43

‘동물자유연대’에서 「2023년 유실·유기동물 분석 리포트」를 발표했다. 리포트에서는 같은 유기견이라도 품종견은 입양이 곧잘 되지만 비품종견은 대개 안락사된다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결과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일명 ‘믹스’의 매력을 아는 나로서는 속이 쓰리다.

이번 조사는 전국 지자체 동물보호센터에 입소한 개와 고양이 11만 1,720마리를 대상으로 했다. 이 가운데 개가 8만 138마리(71.7%)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고, 그중 80%가 비품종견이었다.

저마다의 사연으로 센터에 입소하는 유실·유기동물 중 특히 품종견과 비품종견의 운명은 이곳에서 확연히 달라진다. 품종견의 45%는 본래 보호자에게 돌아가는 반면 비품종견은 8.9%만이 반환된다. 품종견은 상당수 동물등록이 되어 있지만, 비품종견은 동물등록에서도 열외인 경우가 많은 때문이기도 하다. 입양률 차이도 크다. 품종견은 33.7%가 새 가정에 입양되지만, 비품종견의 입양률은 23.1%에 그쳤다. 입양은 둘째 치고 임시 보호의 기회를 갖기도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안락사 비율이야말로 뜨악한데, 비품종견의 안락사 비율은 34.6%로 품종견(7.1%)의 5배에 달했다. 종합하자면 동물보호센터에 들어온 개 중 품종견은 88.7%가 살아서 센터를 나가지만, 비품종견은 10마리 중 6마리가 센터에서 자연사(22.6%)하거나 안락사(34.6%)되는 것이 현실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사진 프리픽)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사진 프리픽)

분명한 팩트는 비품종견을 키우는 반려인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는 점이다. 특정 질병에 걸릴 위험이 적다거나 혼종이 더 똑똑하다는 등 일차원적 이슈는 차치하고, 그들의 세계가 ‘믹스’라는 이름만큼이나 오묘하고 광활하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믹스견 수리를 반려하는 나도 만족감과 자부심이 있다. 수리는 어떤 피가 섞였는지 알 수 없는 외모, 8년이 지나도 여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나를 놀라게 만드는 매력으로 단단히 무장했다. 친화력 갑 리트리버, 참지 않는 몰티즈, 똑똑이 푸들처럼, 특징을 단정 짓기 어려운 미지의 존재지만, 그래서 더 열린 마음으로 수리를 바라보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것이 사람으로서 나를 성장시키는 것은 물론이다. 사실 이런 점은 품종 비품종을 가리지 않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대부분의 보호자가 경험하는 일이기도 하다.

비품종견이 품종견보다 낫다는 말이 아니다. 나에게로 와서 ‘수리’가 되면, 그것이 진도 수리든 비숑 수리든 믹스 수리든 하등의 차이가 없다. 그저 나와 수리 사이에 광활한 우주만 있을 뿐. 그래서 예비 반려자들에게 힘주어 권하고 싶다. 비품종견이라고 덮어놓고 스킵하지 말고,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듯 믹스 유니버스를 유영하는 커다란 즐거움에 빠져 보지 않겠냐고.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프리픽]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58호(24.12.1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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