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건설 경기案 내놔도
지방 미분양 소진 더디고
작년 서울 원정투자 최고
지방 붕괴땐 서울 더 올라
양도세 면제 稅혜택 절실
민간임대법 개정 필요하고
지방 신규 택지 조절해야
정부가 지난 2월 19일 ‘지역 건설 경기 보완 방안’을 내놨지만 시장 반응은 여전히 차갑다. 취득세나 양도소득세 감면 등 건설 업계가 요구하는 세제 혜택이 빠진 데다 핵심 방안으로 내놓은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의 등록임대 허용도 민간임대주택법 개정이 필요해 아직 갈 길이 먼 탓이다.
건설 업계는 정부의 대책 발표에도 지방 미분양 위험을 떠안기 싫어 쉽사리 분양에 나서지 않고 있다. 9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월 전국 아파트 분양 물량은 9918가구였지만 2월 8805가구로 더 줄어들었다. 지난해 2월 1만8646가구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2·19 대책의 핵심은 현재 비아파트에만 허용 중인 ‘매입형 등록임대’를 지방 악성 미분양 아파트에도 적용하는 것이지만 전용면적 85㎡ 이하라는 단서를 달았다. 최근 추세를 고려할 때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중에는 면적이 그 이상인 중대형도 많다. 미분양 매입 시 세금 혜택을 주는 아파트 등록임대를 도입하려 해도 여당이 발의해놓은 민간임대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해 야당 협조가 없는 한 불가능하다.
전국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가 2만가구에 달하는데 이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3000가구 정도 사들이는 것으로 해결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LH가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입하는 과정에서 건설사와 갈등을 빚을 경우 미분양 문제 해소는 더 큰 난관에 부딪힌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를 공공이 매입해 임대한다고 해도 입지와 가격에 따라 임대 수요는 천차만별일 것”이라며 “가격과 품질 등의 기준을 엄격히 설정하고 적용해야 해 일괄적인 매입 방식으로는 지방 부동산 시장을 회복시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 업계가 요구하는 취득세 중과 배제와 5년 내 양도 시 양도세 100% 감면 등의 세제 혜택이 2·19 방안에서 빠진 점도 아쉬운 부분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미분양 아파트를 일정 기간 내 매입한 실수요자에 대해 취득세 감면과 양도세 한시적 면제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지방 미분양 지역의 무주택 실수요자에 한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분양이 증가하는 상황에서도 신규 주택 공급은 계속되고 있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 수석은 “지방의 경우 신규 택지 공급을 지역별 미분양 상황에 따라 단계적으로 조절해야 한다”며 “주택 수요를 늘리려면 일자리 확대와 산업 유치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 분양 시장이 식어가는 사이 외지인의 서울 아파트 매입은 갈수록 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매입자 거주지별 아파트 거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외 거주자(외지인)의 서울 아파트 매입 비율은 21.5%로 2006년 관련 조사가 시작된 후 연간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6년 외지인의 서울 아파트 매입 비율은 17.8%였고 이후 10년간 17~18%대를 유지했지만 2021년 처음 20%를 넘어섰다. 반면 지난해 서울 거주자의 지방 아파트 원정 매입 비율은 5.5%로 7~8%대에 이르던 예년보다 더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다주택자 규제와 고금리 여파 등으로 전반적인 지방 투자 수요가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전세사기와 빌라 기피 현상 등으로 서울의 똘똘한 아파트 한 채에 지방 매수자들도 몰려들고 있다”며 “특히 저리의 각종 정책대출을 활용해 서울 아파트 시장 입성을 노리는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지인의 서울 아파트 매입 비율이 커질수록 서울의 집값만 계속 더 올라가는 양극화 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