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준의장 워시 '예스맨' 번스의 길 걸을까 … '소신파' 볼커의 길 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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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준의장 워시 '예스맨' 번스의 길 걸을까 … '소신파' 볼커의 길 걸을까

업데이트 : 2026.05.29 17:15 닫기

돈풀기 정책 반대했던 매파 … 비둘기 변신하나

케빈 워시 신임 연방준비제도 의장(왼쪽)이 지난 22일 백악관에서 취임식 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케빈 워시 신임 연방준비제도 의장(왼쪽)이 지난 22일 백악관에서 취임식 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 22일 백악관에서 취임 선서를 했다. 연준 의장 취임식이 백악관에서 열린 것은 1987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앨런 그린스펀 의장을 임명한 이후 39년 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식을 직접 주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워시 체제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워시가 원하는 대로 일하도록 둘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과 연준의 충돌이 일단 멈춘 듯 보이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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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높은 물가에 금리 인상 부담 커져

워시 의장이 받아든 첫 환경은 금리 인하와 거리가 멀다. 연준이 공개한 지난 4월 28~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은 물가가 여전히 높다고 진단했다. 중동 정세도 경제 전망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변수로 꼽혔다. 연준은 물가상승률을 2% 목표로 되돌리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워시 의장은 갑자기 등장한 인물이 아니다. 그는 2006년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35세에 연준 이사로 임명됐다. 당시 최연소 이사였다. 워시 의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 연준 내부에서 위기 대응 과정을 지켜봤고, 2011년 연준을 떠난 뒤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에서 통화정책과 중앙은행 개혁을 연구했다. 그는 월가와 연준, 보수 성향 싱크탱크를 모두 거친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에도 워시를 연준 의장 후보로 검토했다. 후보군에는 재닛 옐런 당시 의장, 제롬 파월, 워시, 존 테일러, 게리 콘이 있었다. 옐런 유임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의장을 그대로 이어받는 선택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선택은 파월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1월 파월 지명식에서 미국 경제에 "건전한 통화정책과 신중한 은행 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파월 전 의장은 안정과 연속성의 후보였다. 시장은 그를 '옐런 없는 옐런 노선'으로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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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설적인 트럼프와 파월의 관계

그로부터 8년이 지났지만 워시 의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달라진 쪽은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 변화의 출발점에는 파월 전 의장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부터 파월 전 의장의 금리 인상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파월 전 의장은 2019년 2월 백악관 만찬에 초대됐다. 만찬 직후 연준은 공식 성명을 내고 파월 전 의장이 그 자리에서 향후 통화정책 경로를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준은 정책 경로가 전적으로 경제 정보와 전망에 달려 있다고도 못 박았다. 대통령이 의장을 부를 수는 있지만, 정책 경로까지 정할 수는 없다는 선이었다.

파월 전 의장은 2022년 8월 잭슨홀 연설에서 방향을 더 분명히 잡았다. 그는 "물가 안정 없이는 경제가 누구에게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파월 전 의장은 고금리와 성장 둔화, 노동시장 약화가 가계와 기업에 고통을 줄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물가 안정 회복에 실패하면 "훨씬 더 큰 고통이 따른다"고 강조했다. 2022년 이후 파월 전 의장은 연준 신뢰 회복 쪽을 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했던 낮은 금리와는 반대 방향이었다.

아서 번스 전 의장.  미국 의회도서관

아서 번스 전 의장. 미국 의회도서관

◆ 역사에서 반복되는 대통령과 연준 의장

트럼프 2기 들어 충돌은 더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수입품에 기본 10%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산에는 145%까지 관세를 매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4월 2일 추가 관세 발표 직후 금융시장이 흔들리자 90일 유예를 내놓기도 했다. 관세는 성장에는 부담을 주고 물가에는 압력을 주는 정책이다. 파월 전 의장은 2025년 4월 시카고경제클럽 연설에서 관세가 "더 높은 물가와 더 느린 성장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자리에서 "우리의 독립성은 법률의 문제다. 우리는 사유 없이 해임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날 백악관에서 "내가 그를 내보내고 싶다면, 그는 정말 빠르게 나가게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만을 품은 대상은 파월 전 의장 개인만이 아니었다. 대통령이 의장을 임명할 수는 있지만 의장을 소유할 수는 없다는 구조 자체가 문제였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왼쪽)과 폴 볼커 전 의장.  미국 의회도서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왼쪽)과 폴 볼커 전 의장. 미국 의회도서관

역사에는 비슷한 장면이 남아 있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은 1972년 재선을 앞두고 아서 번스 당시 연준 의장에게 금리 인하를 압박했다. 번스 전 의장은 이를 따랐다. 닉슨 전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했지만 미국 경제는 1970년대 내내 높은 인플레이션에 시달렸다. 번스 다음에는 폴 볼커 의장이 왔다. 볼커 전 의장은 1981년 2월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인플레이션을 잡지 않고는 어느 기간에도 경제 성장은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볼커 전 의장 시절 미국 기준금리는 한때 연 20%에 가까워졌고 실업률은 두 자릿수로 올랐다. 볼커 전 의장은 신뢰 회복의 사례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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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준은 앞에 나서는 기관이 아니다

볼커 같은 연준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의장이다. 그래서 워시 의장이 등장했지만, 그의 과거 발언은 비둘기파의 기록이 아니다. 워시 의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리의 높낮이보다 먼저 연준의 영역을 물었다. 그는 2010년 3월 26일 연설에서 연준 독립성의 경계를 한 문장으로 그었다. 워시 의장은 "연준은 정부에서 독립한 기관이 아니라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기관"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연준이 정부 밖의 왕국이 아니라 정부 안에서 통화정책만 독립적으로 맡은 기관이라는 뜻이다. 의회가 연준에 부여한 독립성은 통화정책 운용을 위한 것이지, 연준이 모든 정책 영역에서 특별한 면책권을 갖는다는 뜻은 아니라는 논리였다.

워시 의장은 은행 감독과 소비자 보호, 구제금융까지 같은 독립성을 주장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 워시 의장은 2016년 8월 24일 후버연구소 글에서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그는 2008년 이후 S&P500지수 상승분의 절반 이상이 FOMC 결정일 하루에 발생했다는 통계를 제시했다. 시장이 기업의 이익보다 연준 회의일을 더 기다리는 구조가 됐다는 지적이었다.

◆ 버냉키의 양적 완화에 반기 든 워시

워시 의장은 2010년 11월 8일 '진혼곡을 거부한다'는 제목의 연설에서 더 직설적으로 말했다. 그는 "연준은 망가진 재정과 무역, 규제 정책의 수리점이 아니다"고 못 박았다. 재정정책이 일을 만들고, 무역정책이 비용을 만들고, 규제가 신용 흐름을 왜곡하면 연준은 금리 하나로 그 문제를 고칠 수 없다는 진단이었다.

워시 의장은 비상 권한의 상시화도 경계했다. 그는 "위기 때 최후의 보루로서 나서는 권한이 평시에도 가장 먼저 불황과 싸우는 권한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목에서 워시 의장은 벤 버냉키 전 의장과 갈라졌다. 버냉키 전 의장은 금융위기 이후 2차 양적 완화를 밀어붙였다. 워시 의장은 그 결정에 공개적으로 우려를 남겼고, 몇 달 뒤 연준을 떠났다. 워시 의장은 2025년 4월 워싱턴 강연에서 "추가 국채 매입을 결정하면 연준이 지저분한 재정정책의 정치에 끌려들어 갈 것이라고 깊이 우려했다. 2차 양적 완화가 발표됐고, 나는 그 결정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워시 의장은 위기 때 손을 놓자는 인물도 아니다. 그는 2008년 5월 21일 워싱턴 연설에서 금리 인하를 찰리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의 표현을 빌려 '망치'에 비유했다. 워시 의장은 "망치만 가진 사람에게는 모든 문제가 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위기 때 망치는 필요하지만 모든 문제가 못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워시 의장은 같은 연설에서 연준이 유동성은 공급할 수 있지만 금융기관의 자본 확충이나 신용 경로 복구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이 지점에서 워시 의장은 매파도 비둘기파도 아닌 인물로 드러난다. 워시 의장의 기준은 금리 방향이 아니라 연준의 경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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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의 금리와 워시의 금리는 달라

이 좌표를 놓고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낮은 금리와 워시 의장의 낮은 금리는 다르게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낮은 금리는 정치 시간표 위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충격을 흡수해야 하고, 부채 비용을 낮춰야 하고, 경기를 방어해야 한다.

워시 의장에게 낮은 금리는 다른 경로에서 나온다. 그는 2025년 5월 30일 포럼에서 연준 대차대조표 자산이 필요한 수준보다 수조 달러 크다고 말했다. 워시 의장은 같은 해 11월 16일 월스트리트저널 칼럼에서 "위기를 거치며 부푼 연준의 대차대조표 자산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연준이 다시 신뢰를 얻는다면 그 성과는 가계와 중소기업의 낮은 자금 조달 비용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적었다.

워시 의장이 말하는 낮은 금리는 위험 프리미엄을 걷어낸 뒤의 결과다. 연준이 대차대조표 자산을 줄이고 재정정책의 뒷문이라는 의심에서 벗어나면 시장은 미국 장기채를 더 낮은 보상으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논리다. 낮은 금리는 연준이 억지로 누르는 가격이 아니라 신뢰를 회복한 뒤 시장이 다시 매기는 가격이라는 의미다.

첫 시험대는 다음달 16~17일 열리는 FOMC다. 지난 4월 의사록의 다수 참석자는 물가가 2% 목표를 계속 웃돌 경우 추가 긴축이 적절해질 수 있다고 봤다. 워시 의장이 첫 회의에서 받아들 질문은 하나다. 지금은 평시인가, 위기인가. 평시라면 연준의 임무는 좁아져야 하고 대차대조표 자산은 줄어야 한다. 위기라면 망치는 다시 필요해진다. 워시 의장은 지난 4월 21일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나는 트럼프의 꼭두각시가 아니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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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플러스는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확인할 뉴스를 심도 있게 분석해 '이슈플러스'로 소개하고 있다. 이 코너는 단순히 사건 전달에 그치지 않고, 해당 이슈가 금리와 환율, 주식시장, 산업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투자자 관점에서 해설한다. 최근엔 지난 22일 취임한 케빈 워시 신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3회 연재로 분석했다. 자세한 내용은 매경플러스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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