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韓 기술발전엔 기회…AI 대전환, 5년내 이뤄야”

6 hours ago 1

[대담=함정선 이데일리 경제정책부장·정리=강신우 기자] “못해도 5년 안에 인공지능(AI) 대전환에 들어서야 합니다. 한국 경제가 AI를 통해 다시 가파른 성장세로 돌아서느냐, 아니면 이대로 주저앉느냐를 결정할 골든타임입니다.”

구윤철(60) 전 국무조정실장이 지난 22일 서울 중구 통일로 KG타워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구윤철(60) 전 국무조정실장은 지난 22일 서울 중구 통일로 KG타워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오는 6월 조기 대통령 선거(대선) 이후 차기 정부의 정책 방향을 ‘인공지능(AI) 대전환’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수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미국의 트럼프발 관세 전쟁으로 수출까지 둔화하는 지금, AI를 통해 반등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구 전 실장은 미국과 중국이 서로 견제하는 지금이 한국에는 기회의 시간이 될 것으로 봤다. 제조업과 AI 분야에서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이 미국의 견제를 받는 동안 우리가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구 전 실장은 제32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1989년 재무부를 시작으로 공직에 입문했다. 기획재정부 제2차관 및 예산실장 등 1급 이상 최고위직만 16년 이상을 역임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역대 최장수(2년 1개월) 국무조정실장으로도 유명하다. 작년 말에는 AI와 초혁신경제, 고령화, 교육, 재정 등을 망라한 대한민국의 대혁명을 위한 진단과 실행전략을 담은 저서 ‘레볼루션 코리아’를 펴내기도 했다. 학계 등에선 그를 ‘AI 전도사’라고 부른다.

구 전 실장이 AI 전도사가 된 것은 허약한 한국 경제가 예전처럼 성장으로 돌아설 해답이 AI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과거에는 그래도 경제가 쭉 성장세를 유지해왔지만, 지금은 확실하게 꺾인 상태”라며 “앞으로 경제 성장률이 더 떨어질 것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현재 경제 상태를 진단했다.

특히 구 전 실장은 추가경정예산(추경)과 금리인하와 같은 재정·통화 정책도 경제를 반등시킬 수 없다고 봤다. 저출산, 고령화 등 구조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제 전반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구 전 실장은 “제조업을 시작으로 산업 전반에 AI를 접목하는 것은 물론 교육과 고용 등 모든 분야가 AI를 중심으로 돌아가게 해야 한다”며 “그래야 AI가 생산성을 높이고 수출 경쟁력을 키우고, 돈을 벌어오는 시대를 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구 전 실장은 새 정부가 이 같은 AI 중심의 정책을 펼쳐야 한다며 “국가 차원의 AI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투자부터 인력 등 모든 것을 쏟아부을 때”라고 했다.

◇다음은 구 전 국무조정실장과의 일문일답.

-경제가 어느 때보다 어렵다는 얘기가 있다. IMF도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까지 낮췄는데 앞으로 경제를 어찌 보는가.

“경기가 확실하게 꺾였다. 저출산·고령화라는 인구구조적인 문제에 더해 생산도, 소비도, 기업들의 투자도 줄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몇 퍼센트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숫자가 중요하지 않다. 이미 침체기에 들어섰고,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주안점을 두고 정책을 펴야 한다. 자본의 효율적 투입과 노동생산성, AI 등 기술 혁신 등 반전 포인트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재정과 금리 인하와 같은 통화정책을 동원해야 하는 시기인가.

“단기적으로는 추경과 금리 인하를 통해 우리 경제가 가파르게 꺾이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이는 임시방편으로 중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높일 분야에 역량을 과감하게 집중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재정과 통화 정책을 쓰면서 국가 혁신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는 12조 2000억원 규모의 필수 추경안을 내놨다. 추가 재정 투입이 필요한가.

“추경 등 재정 투입에서 중요한 건 금액이 아니라 어디에 쓰느냐다.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경제주체와 지역에서 경쟁력을 잃은 건설사, 철강·화학업계 등을 지원하며 우선은 우리 경제가 버틸 수 있게 하고, 동시에 AI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과감한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 데이터센터 구축부터 인력 양성과 연구개발(R&D) 등 AI 산업을 키우는 데는 아낌이 없어야 한다.”

-투자가 필요한 것은 알지만 늘어나는 나랏빚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적어도 AI 대전환과 관련해서는 빚을 내는 걸 감수하고라도 대규모의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 재정 건전성 등을 따지지 않아야 한다. 집중할 곳에는 투자를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구조조정이 필요한 산업이나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우리가 뭘 해야 AI 대전환을 준비할 수 있나.

“우선은 우리가 잘 하는 분야부터 AI를 접목하는 게 필요하다. 제조업이다. 섬유 산업을 예로 들어 장인의 솜씨와 노하우 등을 데이터화해 AI에 학습시킨다고 가정해보자. 실을 뽑고, 직조하고, 재단하는 모든 공정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생산성도 최대로 끌어낼 수 있게 된다. 세계 최고의 질을 갖춘 옷을 수출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학습과 경험을 통해 개인에게 체화돼 있지만, 말이나 글 등의 형식을 갖춰 표현할 수 없는 지식인 ‘암묵지’와 노하우 등을 AI에 전수하는 작업을 전(全) 산업에 적용해야 한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현재 우리나라의 AI 경쟁력이 높다고 볼 수 없다. 이를 극복하려면.

“중국의 AI ‘딥시크’를 생각해보자. 기존의 거대언어모델(LLM)에서 엑기스만 뽑아 만든 AI로, 덕분에 저비용으로 고성능을 낼 수 있게 됐다. 딥시크가 소스를 다 공개한 상태다. 우리는 이런 딥시크를 분해하고 이해해 이보다 뛰어난 저비용·고성능 모델을 만들어내야 한다.”

-AI 대전환을 위해 또 필요한 게 있을까.

“환경이나 안보 분야의 꼭 필요한 규제를 빼곤 규제를 모두 풀어야 한다. 개인정보보호가 문제가 된다면, 개인의 동의를 받든 방법을 찾아내 규제를 풀 필요가 있다. 또한 AI 대전환을 일부 기업이나 기관에만 맡겨서 될 일이 아니다. 국가와 민간, 대학 등이 모두 나서야만 가능하다.”

-새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2023년 4월까지를 ‘비포(Before) AI 시대’라고 한다면 챗GPT가 등장한 2023년 4월 이후부터는 ‘애프터(After) AI 시대’라고 본다. AI 시대가 들어선 지 겨우 2년인데, 기술 혁명은 매우 빠르다. 앞으로 5년간 우리가 AI에 어떻게 투자하느냐가 한국 경제의 미래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산업뿐만 아니라 교육과 복지, 사회 전반에 AI를 우선 적용하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 필요하다면 AI기획재정부, AI산업부 등으로 이름을 바꾸기라도 해야 한다. 이 나라가 살 길은 AI와 함께 바이오(헬스케어·미용 등), 양자컴퓨터, 초전도체 등에 과감하게 투자하고, 모든 사람들이 이를 키워나가는 ‘주식회사 대한민국’이 돼야 한다.”

구윤철 전 국무조정실장은…

△1965년 경북 성주 출생 △서울대 경제학과 △미 위스콘신대 공공정책학 석사 △중앙대 경영학 박사 △행시 32회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 △기재부 예산총괄심의관, 사회예산심의관 △기재부 예산실장 △기재부 제2차관 △문재인정부 국무조정실장 △서울대 경제학부 특임교수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