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문지방을 넘지 않는다”는 오래된 법언이 있다. 국가는 가정 내부의 문제에 되도록 개입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가족 생활이 그동안 크게 변해 온 것에 대응해, 가족을 둘러싼 법의 태도 역시 계속 달라져 왔다. 아들과 딸의 상속분을 같게 한 민법 개정, 호주제 폐지, 동성동본 금혼 제도의 폐지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상속권 상실 선고대상 확대
올해 초에 있었던 민법(친족상속법) 개정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개정 민법은 부양의무를 져버린 상속인에게도 상속권을 인정할 것인지, 부모를 오랜 기간 돌본 자녀에게 더 두터운 보호를 주어서 생전 증여와 유류분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등을 다루고 있다. 이처럼 법은 문지방을 넘어, 변화된 가족생활과 그 안의 갈등을 적극적으로 조율하고 있다.
최근 상속 분야에선 ‘누가 가족으로서 권리를 가질 수 있는가’뿐 아니라 ‘가족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같은 권리를 인정해야 하는가’가 중요한 쟁점이 됐다. 과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속인이 부도덕한 행위를 하더라도 그와 관계없이 상속권이나 유류분권을 인정받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 학대하거나 제대로 부양하지 않는 등 중대한 잘못을 한 사람에게까지 유류분을 보장하는 것은 국민 법감정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커졌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최근 민법 개정은 상속권 상실 선고의 대상을 확대했다.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거나, 중대한 범죄행위를 하거나, 그 밖에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에는 부모뿐 아니라 직계비속, 배우자 등 모든 상속인이 상속권 상실 선고의 대상이 될 수 있게 됐다. 이른바 ‘구하라법’으로 상징되는 변화가 부모의 상속권 제한을 넘어 상속인 전반의 책임 문제로 확대된 것이다.
반대로 가족을 위해 특별히 헌신한 상속인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도 중요해 졌다. 민법상 기여분 제도는 공동상속인 중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재산의 유지·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사람이 있을 때 그 공로를 상속재산분할에서 고려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단순히 부모와 함께 살았거나 일반적인 부양의무를 이행한 정도 만으로는 부족하고, 통상적인 가족 간 도움을 넘어서는 특별한 부양이나 기여가 필요하다.
예컨대 오랜 기간 부모를 모시며 생활비, 치료비, 간병, 재산관리 등을 실질적으로 부담한 경우라면 상속분쟁에서 기여분을 적극적으로 주장할 수 있다. 그런데 유류분 반환의 대상이 되는 생전 증여와 관련해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한다. 부모가 자신을 특별히 부양한 자녀에게 고마움의 뜻으로 재산을 증여했는데, 다른 상속인들이 이를 문제 삼아 부모 사후에 유류분 반환을 청구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재산이 유류분 반환의 대상이 되면, 피상속인의 생전 의사나 형평에 지나치게 어긋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개정 민법은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재산 유지·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데 대한 보상으로 이루어진 증여·유증은 특별수익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형식적 평등보다 실질적 형평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상속법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류분 반환 방식 변화도 주목
또 하나 주목할 변화는 유류분 반환 방식이다. 종전에는 유류분 부족분을 원물로 반환하는 것이 원칙처럼 해석돼, 부동산이나 회사 주식 일부가 복잡한 지분관계로 쪼개지는 문제가 있었다. 이는 가족 간 분쟁을 끝내기보다 공유물분할, 경영권 갈등 등 후속 분쟁을 낳기도 했다. 개정 민법은 유류분 반환 방법을 가액 반환, 즉 금전 반환 원칙으로 명시함으로써 이러한 혼란을 줄이려는 방향을 택했다.
상속은 단순히 상속인들이 재산을 나누는 절차에 그치지 않는다. 그 안에는 한 가족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가 담겨 있다. 또한 가족 사이의 부양과 헌신, 사랑, 신뢰 또는 배신, 생전의 기대와 사후 생활의 안정이라는 인간사의 다양한 국면이 맞닿아 있다. 과거에는 법이 가족 내부 문제에 깊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이제 법은 가족 간 도리와 책임을 더 적극적으로 판단하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상속권 상실, 기여분, 특별수익 제외, 유류분 반환 등은 모두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진다. 따라서 상속이나 증여를 준비하거나 이미 분쟁이 발생한 경우에는 감정만으로 대응하기보다 관련 자료를 정리하고, 법률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구체적인 전략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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