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연극 경계 허물다…'어셈블리 홀' 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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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안무가 크리스탈 파이트가 이끄는 무용단 ‘키드 피봇’이 연대의 의미를 묻는 현대무용 ‘어셈블리 홀’을 선보이고 있다.  ⓒRomain Tissot

캐나다 안무가 크리스탈 파이트가 이끄는 무용단 ‘키드 피봇’이 연대의 의미를 묻는 현대무용 ‘어셈블리 홀’을 선보이고 있다. ⓒRomain Tissot

캐나다 안무가 크리스탈 파이트(사진)가 이끄는 무용단 ‘키드 피봇’이 드디어 한국 관객과 만난다. 팬데믹으로 내한 공연이 무산된 이후 6년 만이다. 다음달 5일부터 7일까지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 국내 초연하는 이번 작품은 ‘어셈블리 홀(Assembly Hall)’. 평범한 마을 회관과 중세 재현 동호회라는 독특한 설정 아래 공동체와 연대,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세계 최고 무용단과 협업하며 현대무용의 서사를 확장해온 파이트를 서면으로 만났다. 그는 “우리를 고립시키는 힘이 강해질수록 함께 예술을 경험하는 행위는 작은 저항이 된다”고 말했다.

무용·연극 경계 허물다…'어셈블리 홀' 초연

파이트는 이번 한국 초연에 대해 “한국에 작품을 올리게 돼 안도와 기쁨을 동시에 느낀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이 같은 시간과 공간 안에 모여 예술 작품을 함께 경험한다는 사실 자체가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며 “한국 관객들이 우리가 전하는 작품에서 사랑과 희망을 느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크리스탈 파이트는 현재 현대무용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안무가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정교한 군무와 연극적 서사, 언어와 움직임을 결합한 독창적 스타일로 주목받아왔다. 파리 오페라 발레,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 로열 발레 등 세계 최정상급 무용단과 협업해왔다.

특히 인간 군상의 심리와 사회 구조를 날카롭게 포착하는 작품 세계로 유명하다. 대표작 ‘베트로펜하이트(Betroffenheit)’, ‘검찰관(Revisor)’등은 무용과 연극의 경계를 허물며 현대무용의 서사를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파이트는 캐나다 최고 권위 공연예술상인 총독상(Governor General’s Performing Arts Award) 등을 수상했으며, 동시대 무용계에서 ‘가장 지적인 안무가’라는 평가도 받는다.

‘어셈블리 홀’은 익숙하고도 사소한 풍경처럼 보인다. 그러나 파이트는 이 공간을 삶의 수많은 의식과 통과의례가 벌어지는 장소로 규정한다. 결혼식과 추모식, 선거와 졸업식이 열리는 이 공동체적 공간에서 사람들은 무언가를 지키려 애쓰면서도 피로와 갈등을 겪는다. 파이트는 “작품은 연대와 그 반대편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다”며 “민주주의 공동체 같은 구조가 필요하면서도 얼마나 연약한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 작품은 무용이지만 언어가 결합된 독특한 구성을 지녔다. 파이트는 “언어는 움직임 자체를 다르게 만들고 관객의 보는 방식까지 변화시킨다”며 “그 관계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안무의 영역을 발견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실과 신화, 유머와 비극을 한 작품 안에 공존시키는 이유에 대해서는 “인간은 연결과 공동체를 갈망하도록 만들어졌지만, 동시에 그것을 유지하는 데 끊임없이 실패한다”며 “우리는 그 긴장과 균열 속에서 드라마를 발견한다”고 답했다. 대형 단체와 자신의 무용단 작업 방식 차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대형 무용단은 큰 예산과 규모를 활용할 수 있지만 창작 시간은 훨씬 짧다”며 “(이번에 함께 내한하는) 키드 피봇에서는 보다 복합적이고 긴 호흡의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대 바깥 환경 문제에 대한 고민도 밝혔다. 파이트는 “예술가로서 우리는 세상을 사랑하는 마음과 존재 자체가 남기는 손상 사이에서 끊임없이 균형을 고민한다”고 했다. 키드 피봇은 2015년부터 ‘1 Day for the Climate’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탄소 중립 투어를 실천해왔다. 그는 “공연이 남기는 긍정적인 가치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상을 넘어설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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