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문극장 '신분류학' 주제 공연·전시·강연 … 8월1일까지
나치서 생존 동성애자의 삶 조명
연극 '나는 나의 아내다' 등 무대
인공지능(AI)과 전쟁으로 세계가 급변하고 있다. 인간과 기계, 생명과 비생명, 국가와 공동체를 가르던 기존의 가치와 기준도 흐려지는 중이다. 두산아트센터가 올해 인문예술 통합 기획 '두산인문극장 2026'의 주제로 '신분류학'을 꺼내든 이유다. '신분류학'은 흔들리는 경계 위에서 인간을 어떻게 다시 분류할 것인가를 공연과 전시, 강연으로 묻는다.
두산인문극장은 4월 6일부터 8월 1일까지 연강홀과 Space111, 두산갤러리에서 공연 3편과 전시 1개, 강연 8회를 진행 중이다. 2013년 '빅 히스토리'를 시작으로 갈등, 공정, 권리, 지역 등 매년 하나의 주제로 동시대를 들여다봐 왔다.
'신분류학'의 문을 연 작품은 연극 '모어 라이프'다. 죽은 지 50여 년 만에 인공신체로 되살아난 인물을 통해 의식과 몸이 분리될 때 인간을 어떻게 정의할지 물었다. 지금 무대에 오르는 두 번째 작품은 이준우 연출의 연극 '원칙'이다. 홍콩 작가 궈융캉의 작품으로, 새로 부임한 교장이 엄격한 교칙을 도입하며 자유로운 학풍을 지켜온 교감과 충돌하는 과정을 그린다. 기존의 교육 드라마에서 흔히 다뤄지던 전인주의적 '선한 교육'과 입시주의적 '그른 교육'의 대립을 비튼다. 이외에도 6월 24일 개막하는 전시 '3개국어'와 8회에 걸친 무료 강연이 정체성과 생물·무생물의 경계, AI 등 동시대 화두를 짚는다.
마지막 공연이자 주제의 정점에 놓인 작품이 연극 '나는 나의 아내다'다. 오는 24일부터 Space111에서 무대에 오른다. 미국 극작가 더그 라이트의 대표작으로 퓰리처상 드라마 부문과 토니상 최고 연극상을 받았으며, 독일 실존 인물 샤로테 폰 말스도르프의 삶을 바탕으로 한다.
작품은 라이트가 1993년 베를린 외곽 말스도르프로 샤로테를 찾아가 나눈 인터뷰에서 출발한다. 무대 위 배우는 샤로테와 그를 취재하는 작가 역을 동시에 맡는다. 샤로테는 나치 치하에서 동성애자 박해를 피해 살아남았고, 동독 사회주의 체제에서는 골동품을 모아 자택에 박물관 '그륀더차이트'를 세운 뒤 유명 인사가 된다. 그러나 극 후반부 그가 동독 비밀경찰 슈타지의 정보원이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영웅의 초상에 균열이 간다. 영웅과 협력자, 남성과 여성, 피해자와 생존자 그 어느 범주에도 온전히 들어맞지 않는 존재인 셈이다. 이해하려 할수록 손에 잡히지 않는 샤로테를 마주하며, 관객은 평소 자신이 누군가를 어떤 잣대로 규정해 왔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배우 한 명이 샤로테와 작가, 가족과 주변 인물까지 수십 명을 오가는 1인 35역의 모노드라마 형식이라는 점이다. 하나의 진실 대신 서로 어긋나는 증언이 파편처럼 쌓이며 좀처럼 잡히지 않는 인물의 윤곽을 무대 위에 그린다.
2013년 두산인문극장 '빅 히스토리'에서 국내에 초연된 이 작품은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 3'에 선정됐다. 강량원 연출은 지난 3월 제작발표회에서 "10년이 지나 같은 작품에 대한 질문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 그것에 대해 이 작품은 또 다른 질문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현준·백석광이 더블 캐스팅됐으며, 다음달 12일까지 공연된다.
[구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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