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중고거래 서비스 ‘무신사 유즈드’를 출시하며 리커머스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하지만 최대 80%에 달하는 판매 수수료 정책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입지를 다진 당근, 번개장터 등 기존 업체들과의 경쟁 속에서 높은 수수료를 감수하고 무신사에서 중고거래를 하겠느냐는 의구심이다.
무신사, 중고거래 시장 진출
무신사는 지난 26일 패션 중고거래 서비스 무신사 유즈드를 선보였다. 플랫폼 입점 여부와 관계없이 국내외 패션 브랜드의 중고 거래를 지원한다. 제품 수거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을 무신사가 책임지는 게 포인트다. 판매자가 직접 제품 가격을 정하고 사진을 찍어 판매 게시글까지 올려야 하는 기존 중고거래와 달리 무신사가 ‘원스톱’으로 처리해 편의성 측면에서 차별화했다.
승승장구해온 무신사가 중고거래 사업에 힘을 주는 이유는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 수익 모델을 다변화하기 위해서다. 무신사는 최근 복수의 증권사를 대상으로 입찰 제안 요청서를 배포하는 등 IPO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고거래 사업은 해외 시장 진출, 오프라인 영역 확장과 더불어 무신사가 브랜드 생태계를 넓히는 핵심 축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2001년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라는 온라인 패션 커뮤니티에서 브랜드가 태동한 만큼 당시부터 축적한 고객 구매 경험, 선호 브랜드 등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중고거래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복안이다.
수수료 최대 80%..."판매 부담 커"
하지만 경쟁업체 대비 높은 판매 수수료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무신사 유즈드는 상품 금액별로 구간을 나눠 최소 10%~최대 80%의 판매 수수료를 적용할 방침. 100~1만원 미만 소액 상품에는 80%, 1만~3만원 미만 상품에는 60~70%, 30만원 이상 상품에 대해서는 10~25%의 수수료가 붙는다. 1000원짜리 상품 하나를 팔면 200원가량 남는 셈이다.
기존 중고거래 플랫폼과는 차이가 크다. 현재 번개장터는 3.5%의 판매자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으며 당근은 별도 판매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다. 번개장터는 다음달부터 수수료를 6%로 인상할 계획이지만 여전히 무신사 유즈드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무신사가 거래 전 과정을 대행한다 해도 수수료가 높은 탓에 서비스 초기 단계에서 판매자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소액 상품의 경우 판매자들이 80%의 수수료를 내고 무신사를 이용하기보다 수수료 부담이 적거나 없는 기존 플랫폼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 프리미엄 상품군에서도 마찬가지다.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은 일반 상품은 건당 5000원, 가방·시계 등 프리미엄 상품은 2만원 수준의 기본 수수료에 등급에 따라 최소 2.6%~최대 4%의 수수료를 추가로 부과하고 있다. 이 역시 무신사보다는 부담이 덜하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심비(가격 대비 만족도) 등을 소비의 핵심 지표로 삼는 2030세대가 중고 패션 거래의 주된 이용층임을 감안하면 무신사의 높은 수수료 정책에 물음표가 달린다. 실제 인스타그램 등 주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수수료가 너무 부담스럽다”, “차라리 직거래하는 게 낫다” 등의 반응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 정도 수준의 수수료는 전례가 드물다는 반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비스 초기 단계에서는 판매자 확보가 관건인데 이처럼 수수료 부담이 크면 판매자들이 기존 플랫폼을 계속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무신사 측은 수수료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 무신사 관계자는 “판매자가 옷을 문 앞에 내놓기만 하면 나머지 과정을 무신사가 대행하는 방식이다 보니 타 플랫폼과는 체계가 다르다. 번거로움을 없앨 수 있다는 점에 방점을 둔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