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학 처분 과정에서 학교가 그 사유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았다면 법에 어긋난 조치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고은설 부장판사)는 고등학교 2학년 때 학교에서 퇴학당한 A씨가 학교장을 상대로 제기한 퇴학 처분 무효확인 등 청구 소송에서 퇴학을 취소하라고 지난 2월 판결했다.
A씨는 2023년 9월 퇴학 처분을 받았다. 학교는 학생들에 대한 설문조사 등을 통해 한 달 전 열린 축제에서 A씨가 무대 위에 오른 여학생의 특정 부위를 거론하며 성희롱하고, 안전 관리 차원에서 지정된 좌석에 앉지 않고 친구들과 무리 지어 맨 앞자리를 점령하는 등 소란을 피운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A씨를 대상으로 특별선도위원회를 열고 퇴학 처분을 내렸다.
학교는 A씨가 성희롱 등 외에도 축제가 열린 강당 문을 발로 차고, 의자를 집어 던지고, 허락 없이 강당 스탠드에 올라간 사실 등을 처분 사유로 주장했다. 그러나 정작 처분서에는 퇴학 사유를 ‘기본 품행 미준수, 생활규정 제8조, 제38조’라고만 기재했다.
법원은 “특별선도위원회 출석요구서, 퇴학 처분서 등에 기재된 징계 사유가 구체적으로 특정됐다고 할 수 없어 원고의 방어권 행사에 현저한 지장이 초래됐다”고 판단했다. A씨가 학교 측에 제출한 진술서에도 자리 배치 문제로 교사·학생회와 실랑이를 벌인 내용만 있을 뿐 학교 측이 제시한 사유는 포함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행정절차법에 따르면 행정청이 처분할 땐 원칙적으로 당사자에게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행정청의 자의적 결정을 배제함과 동시에 처분 당사자의 불복 절차를 보장하기 위한 취지다.
특별선도위원회에서도 학교 측이 A씨에게 처분 사유에 대한 구체적 설명 없이 비위 사실을 진술하게 한 점도 문제가 됐다. 재판부는 “설문조사와 학생회 소속 학생들의 진술서 내용의 진위에 대해 A씨 측이 강하게 항의하자 교감은 성희롱 등 제반 행위는 제외하고 A씨가 착석 지시에 불응한 것만 심의 대상이 된다는 취지로 쟁점을 정리했다”며 “그럼에도 재결 절차에선 심의 대상 외 내용이 퇴학 처분의 원인으로 기재돼 있다”고 짚었다.
특별선도위원회에서 위원장인 교감을 포함해 7명의 위원이 전원 출석했음에도 교감과 간사(생활상담부장)를 제외한 5명만 표결에 참여해 4명 찬성으로 퇴학 처분이 결정된 점도 절차적 하자로 거론됐다. 재판부는 “위원장과 간사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특별한 사정에 대한 학교 측 주장이나 증명이 없으므로 의결정족수의 하자가 있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절차성 하자가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한 중대한 것으로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퇴학 자체를 무효로 해달라는 A씨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퇴학 처분 직전 받은 출석정지 5일 처분도 취소·무효화해달라는 A씨 주장도 기각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