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 모바일 시대로의 전환을 읽지 못해 위기를 맞이했던 마이크로소프트(MS)에 또다시 위기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다. 치열해지는 인공지능(AI) 시장 주도권을 놓친 가운데 자사가 최대 주주로 있는 오픈AI와의 관계마저 삐걱대면서다. 이 가운데 MS가 오픈AI의 이탈로 데이터센터 공급 과잉 논란이 커지며 시장에선 위기론이 확산하고 있다.
"MS, 최소 2개의 데이터센터 임차 계약 취소"
24일(현지시간) 미국 투자은행(IB) TD코웬은 투자자 메모에서 “오픈AI가 MS 데이터센터에 의존하던 AI 모델 훈련을 최근 파트너십을 체결한 오라클로 이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MS가 데이터센터 과잉 공급 상태에 있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이는 지난 21일 ‘MS가 미국 내 최소 두 곳의 데이터센터 운영업체와의 임차 계약을 해지했다’는 메모의 연장선이다. 이 메모에 따르면 MS는 시설 및 전력 공급 지연을 이유로 수백㎿(메가와트) 용량의 데이터센터 임차 계약을 해지했고, 임차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던 데이터센터를 정식 임차하는 것도 철회했다.
MS는 이날 즉각 반박했지만, 오히려 시장에 가해진 충격은 커졌다. MS는 이날 “일부 지역에서 인프라 투자 속도를 조정하거나 조절할 수는 있지만 강력한 성장을 계속할 것”이라며 “이번 회계연도에 수립한 투자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는 성명을 냈다. 하지만 정작 시장의 의구심을 키운 TD코웬의 메모에 대해선 침묵했다. 2025 회계연도(2024년 7월~2025년 6월)에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에 들어가는 자본 지출 규모를 800억달러(약 114조4700억원)까지 늘린다는 목표만 재확인한 것이다. 결국 이날 뉴욕증시에서 MS 주가는 1.31% 하락했고, 엔비디아(-3.09%), 브로드컴(-4.91%), TSMC(-3.32%), AMD(-2.46%) 등 주요 반도체 업체들의 주가까지 끌어내렸다.
논란 확산에는 최근 독자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는 오픈AI의 이탈설도 한몫했다. 앞서 미국 테크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오픈AI가 이미 2030년까지 자사 데이터센터 용량 중 75%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주도의 AI 인프라 확충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로 이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보도했는데 이번 메모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19조 투자한 오픈AI가 '뇌관' 되나
MS는 오픈AI에 총 130억달러(약 18조6000억원)를 투자해 49% 지분을 보유한 최대 주주다. MS는 자체 AI보다는 오픈AI를 바탕으로 시장 영향력을 유지해나갔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직후 오픈AI, 소프트뱅크, 오라클을 중심으로 스타게이트를 출범했고, 소프트뱅크는 400억달러(약 58조원)의 자금 조달에 나선 오픈AI에 최대 250억달러를 오픈AI에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자금 조달이 성공하면 오픈AI의 최대 주주 지위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소프트뱅크로 넘어가게 된다.
밀월관계를 유지하던 양사는 오픈AI가 지난해부터 영리법인으로의 전환을 추진하며 갈등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오픈AI는 지난해 말부터 진행 중인 MS와의 영리법인 전환 후 지분 구조에 대한 협상에서 현재 계약 조건 중 MS가 자사 전체 매출의 20%를 가져가는 조건과 자사 클라우드를 MS에 100% 의존해야 하는 조건을 유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의 최대주주라는 사실에 취해 자체 AI 개발보다는 AI 역량의 상당 부분을 오픈AI에 의존한 MS로서는 뼈 아플 수밖에 없다. MS의 AI 비서 ‘코파일럿’은 경쟁 업체 등으로부터 “2년 전과 변한 게 하나도 없다”(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CEO)는 맹비난을 받아왔다. 그렇다고 MS의 AI 투자가 다른 빅테크에 비해 적었던 것도 아니다. 2023 회계연도에 318억달러 수준이었던 MS의 자본지출 규모는 올해 800억달러까지 치솟았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