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디스클로저데이' 리뷰
20년 만에 선보이는 SF 작품
외계 존재 감추는 정부 맞서
은폐 데이터·기밀 정보 폭로
진실 알리는 조직의 분투기
음모론과 미스터리 녹여내
할리우드 대표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80)의 필모그래피 속 외계인은 하나의 이미지로 정의되지 않는다. 하늘에서 온 경이롭고 신비한 고등 생명체(미지와의 조우)로 첫 등장한 스필버그의 외계인은, 인간과 감정을 나누는 친근한 존재(E.T)가 됐다가, 인류를 절멸시키려는 무자비한 괴물(우주전쟁)로 변모한다. 영화마다 다른 얼굴를 비춘 스필버그의 외계인을 긍정할 수 있는 이유는 '타자'를 대하는 우리의 심연이 투사돼서다. 미지의 존재를 만났을 때 느꼈던 호기심과 신비로움, 경이로움과 두려움이라는 감정에 따라 외계인도 영화마다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 셈이다.
10일 개봉한 스필버그 감독의 외계인 소재 공상과학(SF) 블록버스터 '디스클로저 데이'는 외계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의 폭로 여부를 두고 갈등을 빚는 인간의 내면에 집중한다. 우주전쟁(2005) 이후 스필버그 감독이 약 20년 만에 선보인 외계인 SF 작품이자 제작비 1억1500만달러(1750억원)가 투입된 대작을 최근 시사회에서 살펴봤다.
노아 스캔런(콜린 퍼스)이 이끄는 미국 정부 위탁 기밀 보안업체 '워덱스(WARDEX)'에서 일했던 다니엘 켈너(조 오코너)는 내부 기밀 데이터를 탈취해 스캔런의 추격을 받는다. 기밀 데이터의 내용은 1940년대부터 최근까지 지구상에 나타난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관측한 자료다. 정부와 업체 측은 국가와 사회에 혼란과 공포를 안길 수 있다는 우려에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조직적으로 은폐해왔고, 켈너를 비롯한 워덱스 내부 관계자들은 이 비밀을 폭로하려는 목적으로 자료 탈취를 계획한 것이다.
이와 동시에 전국에 전파를 타게 된 '이상 현상'이 일어난다. 뉴스 앵커를 꿈꾸는 기상캐스터 마가렛(에밀리 블런트)은 생방송에서 자신도 모르게 정체 불명의 둔탁한 소리를 내게 된다. 어느날 집에 찾아온 홍관조와 짧은 눈맞춤을 한 후 벌어진 일이다. 초능력도 갖게 된 그는 모든 언어에 유창해지고, 독심술을 갖추게 된다. 이를 파악한 보안업체는 외계인의 영향력이 배후에 있음을 눈치채고 마가렛을 쫓는다. 추격을 받는 마가렛은 어떤 미지의 강력한 힘에 이끌려 켈너에게로 향하고, 외계인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함께 움직인다. 외계 생명체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마가렛과 켈너는 보안업체의 방해를 딛고 폭로에 성공할 수 있을까.
영화는 '미지와의 조우' 'E.T'에서처럼 인간이 타자에 경탄하고 그와 교감할 수 있는 존재라는 단순한 낙관에 머물지 않는다. 타자와의 공존이 가능하려면, 우리 안의 두려움부터 먼저 응시하고 극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던진다. 공포에 사로잡혀 미리 타자를 배척하고 차별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타자를 이해하고 교감하려는 시도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럴 때 두려움은 옅어지고 새로운 가능성과 발견에도 눈을 뜰 수 있다는 사실도 에둘러 말한다. 극에서 반복되는 "모르는 것을 두려워마라"란 대사는, '디스클로저 데이'가 외계 생명체의 존재보다, 그 존재를 받아들이는 인간의 태도와 자격에 집중하는 영화임을 드러낸다.
스필버그 감독은 메시지 외에도 서사에 현실성을 부여하기 위해 실제 유행처럼 번졌던 음모론과 미스터리를 가미했다. 대표적인 외계인 음모론 '로즈웰 사건'과 농경지에 거대한 문양이 나타나는 '크롭 서클'을 연상케하는 장면들이 곳곳에 삽입됐다. 미확인비행 현상(UAP) 관련 정보를 미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은폐하려 한다는 대중들의 의심을 극의 설정에 활용한 것도 몰입을 높이는 요소다. 불가사의한 힘을 낯설어하면서도, 그 힘에 도취돼 전율하는 에밀리 블런트의 감정 연기도 스릴러와 미스터리를 오가는 극의 성격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쥬라기 공원'(1993)과 '우주 전쟁' 등 전작에서 그와 호흡을 맞춘 할리우드 대표 각본가 데이비드 켑이 이번 작품을 집필했다.
다만 스필버그 감독의 외계인 소재 영화에서 발견됐던 충격적인 '비주얼'의 힘은 이번 작품에선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극의 긴장감과 신비로움을 불러오는 장치로 외계인의 존재가 소환될 뿐, '미지와의 조우'에서 보여준 황홀함과 스펙터클은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 대중문화 매체 버라이어티는 디스클로저 데이에 대해 "미지와의 조우에서 보여준 도취감을 주지 못한다"며 "더 나은 조명으로 찍은 X파일 특별판에 가깝다"고 혹평했다.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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