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는 윤 전 대통령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여론조사를 무상 제공받는 것은 정치권과 여론조사 기관의 유착관계를 형성해 표심을 왜곡할 위험이 있어 민주주의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며 징역 2년을 선고하고 1396만 원 추징을 명령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명 씨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에서 구속됐다.
사건의 쟁점은 명 씨로부터 무상 여론조사 결과를 받은 것이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재산상 이익’을 안겨줬는지였다. 우선 재판부는 명 씨가 제공한 14건의 여론조사 결과가 윤 전 대통령에게 유리하게끔 표본값 등이 부풀려졌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여론조사가 유권자 표심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을 고려하면 특정 합의에 따라 실시된 여론조사는 그 비용에 상당하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명 씨 사이에 정치자금 수수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는 게 1심 법원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김 여사가 명 씨를 처음 만났을 때 윤 전 대통령은 정치적 기반을 전혀 갖지 못했다. 국민의힘 경선을 유리하게 끌기 위해 명 씨가 필요했다”며 “김 여사가 ‘감사합니다’ 메시지와 함께 윤 전 대통령 연락처를 보내주는 등 대화 내역을 보면 윤 전 대통령과 합의가 있었음도 인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이 명 씨의 부탁을 받고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한 점에 비춰 고의가 인정된다”며 대가성도 인정했다.반면 공범으로 지목돼 재판에 넘겨진 김 여사는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16일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김 여사는 윤 전 대통령이 명 씨와 연락하는 것을 도왔고 긴밀히 협의하는 등 여론조사를 추진하며 이 사건 범행을 지배했다. 정치활동 하는 자가 아니더라도 공동정범에 해당한다”고 공범이 맞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이날 재판부는 “(여론조사) 계약서가 있어야만 정치자금법 위반죄가 성립되는 건 아니다”며김 여사의 1·2심이 내세운 무죄 판단의 근거들을 조목조목 반박하기도 했다.
명 씨의 여론조사와 관련한 혐의를 법원이 유죄로 판단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명 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 받고 그 비용을 자신의 후원자인 사업가에게 대납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1심 선고는 22일 나오는데 이날 판결이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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