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건 교수·이상철 원장 인터뷰]
메이오클리닉 7조 투자
‘AI네이티브 병원’ 건립
목표는 “환자에 더 가까이”
진료를 예약하는 순간 나만의 인공지능(AI) 비서가 배정되고, 병원 로비에 입장하는 순간부터 실내 GPS가 진료실까지 최적의 동선을 실시간으로 안내한다. 대기 공간에서는 AI 문진으로 기초 검진을 마치고, 진료실에 들어서면 AI가 분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의사에게 최적의 가이드가 제시된다.
세계 최고의 병원으로 꼽히는 미국 메이요 클리닉이 3년 후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인 ‘AI 네이티브 병원’의 모습이다.
50억달러(약 7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투자의 키워드는 ‘환자 중심주의’다. 삼성서울병원과 공동심포지엄 참석 차 한국을 찾은 오재건 메이요클리닉 순환기내과 교수는 매경 인터뷰에서 “AI가 ‘의사들의 시간’을 엄청나게 벌어주고 있다. 그렇게 아낀 시간은 환자들과 눈맞춤을 하면서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AI 네이티브 병원, 환자 중심주의 병원의 노하우를 삼성서울병원에 고스란히 전수해주고 있다.
‘세계최고’로 불리는 메이요클리닉과 삼성서울병원의 인연은 2008년 오 교수가 삼성서울병원 심장혈관센터 공동센터장을 맡으면서 시작됐다. 2014년 심장뇌혈관병원 출범 당시 초대 원장을 지낸 오 교수는 메이요 클리닉의 핵심 철학인 ‘환자 중심주의’를 국내 의료 현장에 이식한 주역이다.
이상철 삼성서울병원 심장뇌혈관병원장은 “2009년부터 이어온 공동 심포지엄은 양국 의료진이 최신 치료법과 협진의 노하우 등을 공유하는 견고한 토대가 됐다. 단순한 술기 교류를 넘어 의료의 본질을 함께 고민하는 소중한 장”이라고 말했다.
환자 중심 철학의 진가는 현장에서 바로 체감할 수 있다. 심장뇌혈관병원 설립 초기, 오 교수는 원내 에스컬레이터 운행 방향이 환자들의 진료 동선을 방해하고 있다는 점을 포착해 즉각 수정을 요청했다. 그는 “병원의 모든 설계는 의료진의 편의가 아닌 환자의 시선에서 재구성돼야 한다”며 “사소한 부분에서 병원의 배려를 체감하는 경험이 곧 의료 서비스에 대한 확신으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삼성서울의 ‘환자 퍼스트’
스마트병동 이달 첫 선
병원 시스템까지 바꿔
불가능할 것 같았던 진료 시스템 혁신도 현실이 됐다. 대표적인 것이 순환기내과와 영상의학과의 경계를 없앤 ‘이미징 센터’다. 심초음파(순환기내과)와 MRI·CT(영상의학과)를 한 공간에 배치해 환자가 층을 오가는 불편을 없애고, 의료진이 최적의 치료법을 실시간 협의하게 한 모델이다.
오 교수는 “서로 다른 진료과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것은 하버드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조차 시도했다가 포기했을 정도로 어려운 일”이라며 “삼성서울병원은 이 모델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것은 물론, 아이디어를 낸 메이요 클리닉보다 더 빠르게 시스템을 구축해 세계 의료계가 주목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환자 편의를 최우선으로 한 통합 진료 체계는 ‘다혈관 질환 클리닉’에서 더욱 구체화됐다. 심장질환 환자의 약 30%가 뇌혈관이나 말초 혈관질환을 동반한다는 통계에 주목해, 환자가 여러 과를 전전하는 대신 의료진이 한데 모여 진단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이 병원장은 “여러 병원들이 진료과 간 마찰로 어려워하는 다학제 진료를 안착시킨 비결은 ‘환자에게 무엇이 유리한가’라는 원칙이었다”며 “심장 환자 10명 중 2명에게서 숨겨진 뇌동맥류 등을 찾아내 치료한 성과는 환자를 전인적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의 결실”이라고 말했다.
요즘 의료계 최대 화두인 AI는 어디까지 발전했을까. 메이요 클리닉은 이미 AI 심전도(ECG)를 통해 무증상 환자의 심방세동이나 심부전을 높은 정확도로 예측하는 단계에 와 있다. 오 교수는 “AI가 정교한 분석을 내놓을 순 있어도 환자의 고통에 진심으로 공감하는 의료진의 태도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며 “기술은 결국 상향 평준화되겠지만 환자의 삶에 가장 적합한 진단을 내리고 치료 결과에 끝까지 책임을 지는 것은 오직 의사만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심장뇌혈관병원은 ‘스마트 병실’을 이달 중 정식 오픈한다. 이 병실은 입원부터 퇴원까지 전 과정에 AI 기술이 접목되어 있다.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환자 상태를 24시간 살피고, 개별 관리와 복잡한 검사 스케줄 관리까지 자동화했다고 병원 측은 설명했다.
이 병원장은 ‘진료 중에는 절대 한숨을 쉬지 않는다’고 운을 뗐다. 그는 “진료 중 찰나의 침묵에도 환자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지는 것을 보면서 의료진이 지닌 태도의 무게를 실감한다”며 “환자들이 기꺼이 찾는 병원이 될 수 있도록 인간적 유대의 가치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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