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평가 3위에서 최종 우승까지
콩물 베이스 냉만둣국과 앙쿠르트 한방 갈비찜으로
심사위원 입맛 사로잡아
호텔 미식의 본질은 환대… ‘우승메뉴’ 전국 메리어트 서비스 시작
최종 우승을 차지한 코트야드 서울 명동 팀은 서양식 반죽 껍질을 덮어 오븐에 구워내는 앙쿠르트 기법을 한식 갈비찜에 접목한 앙쿠르트 한방 갈비찜과 서늘, 호엽 만둣국을 선보였다. 이 메뉴는 창의적인 기술적 융합뿐만 아니라 스카치위스키와의 조화로운 페어링 부분에서 심사위원단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우승을 차지한 코트야드 서울 명동 팀을 직접 만나 소감과 향후 포부를 들어봤다.
함하늘 셰프: 사실 결선 무대까지 밟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 않았다. 예선 성격의 1차 평가에서 3위에 그쳤기 때문에 결승 진출 통보를 받았을 때도 놀라움이 앞섰다. 결승 당일 공개된 대중 평가단 점수에서도 2위에 머물렀으나, 전문가 심사단의 채점이 합산되면 역전도 가능하겠다는 실낱같은 기대가 일었다. 실제 최종 우승자로 호명됐을 때는 어안이 벙벙했고, 그간 밤낮없이 매진했던 훈련의 여정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김성태 셰프: 처음에는 우승 사실이 온전히 와닿지 않았다. 장기간 심혈을 기울였기에 기쁨도 상당했지만, 뒤에서 묵묵히 조력해 준 동료들의 얼굴과 힘들었던 준비 과정이 먼저 뇌리를 스쳤다. 첫 번째 대회에서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다는 사실 자체로 깊은 의미가 있다.
김성태 셰프: 본업인 정규 주방 근무와 경연 대비를 병행해야 했기에 신체적 한계가 컸다. 머릿속으로 그린 맛이 온전히 구현되지 않거나 반죽의 팽창 상태가 불규칙할 때마다 처음부터 다시 테스트하는 인고의 과정을 거쳤다.
함하늘 셰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동료가 개인 일과를 쪼개어 힘을 보탰다. 새로운 메뉴의 평가부터 원재료 선별, 식기 선택에 이르기까지 집단지성을 발휘해 주었다. 이번 도전을 통해 메리어트 내부의 견고한 협업 문화와 동료들의 든든한 신뢰를 절감할 수 있었다.
김효진 사원: 조리팀원들이 쏟아붓는 땀방울을 가까이서 보아왔기에, 마케팅 실무자로서 이들의 헌신에 걸맞은 결과를 내야 한다는 중압감이 컸다. 요리를 직접 도울 수는 없었으나 식단의 서사 구조를 가다듬고 커뮤니케이션 기획을 정교화하는 등 후방 지원에 전력을 다했다.
함하늘 셰프: 만둣국이라는 품목은 후보군에 일찍이 포함되어 있었다. 다채로운 식단을 제안한 결과 만둣국이 가장 긍정적인 초기 반응을 이끌어내며 낙점됐다. 다만 처음부터 콩물 베이스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다. 초기에는 일반적인 청량한 만둣국을 구상했으나, 전국의 한식 매장을 직접 찾아 맛보고 문헌 고증을 거치면서 완성도를 높여갔다.
처음 구상한 것은 육즙을 가둔 깔끔한 평양냉면식 육수였다. 돼지고기를 우려낸 찬 육수만으로도 차별성을 지닌다고 판단했으나, 여름철 보양과 참신함을 동시에 전하고자 두유, 두부, 순두부 등 온갖 대두 가공품을 시험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특유의 대두 비린 향을 제어하지 못해 난항을 겪다가, 진한 콩물을 전격 도입하면서 극적인 맛의 합을 찾았다.
―경연 현장에서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은 냉만둣국만의 핵심 비결은 무엇이라 보는가함하늘 셰프: 해당 식단은 개인의 명예를 넘어 메리어트 브랜드의 신뢰도를 대변하는 창작물이었기에 전방위로 피드백을 구했다. 특정 식자재의 투입 여부부터 조미료 가감 수준까지 미세한 조정을 수없이 되풀이했다.
대다수 재료를 1g 단위로 정밀 통제했으며, 국물의 농도와 맛 역시 정량적 계량을 고수했다. 극소수 전문가나 특정 계층의 선호에 매몰되지 않고, 다수의 대중이 직관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최적의 지향점을 찾고자 노력했다. 이 같은 철저함과 세밀한 편차 조율이 핵심 성공 요인이다.
함하늘 셰프: 이번 신메뉴는 물론 본인이 다루는 한식의 근간은 조모의 손맛에 뿌리를 두고 있다. 어린 시절 조모의 보살핌 속에서 성장하며 가풍이 서린 밥상을 자연스럽게 접했다.
집안 대대로 전라남도 순천의 텃밭에서 식재료를 직접 경작하고 장류를 손수 메주 단계부터 빚는 전통을 지켜오고 있다. 이러한 유기적 환경 속에서 자란 덕에 가공되지 않은 식자재의 본질적 가치와 조리의 기본기를 체득할 수 있었다. 대를 이어 어머니 역시 엄격한 조리 철학을 지녔기에, 가내 음식조차 허투루 타협하지 않는 가풍이 성장의 기틀이 됐다.
김성태 셰프: 냉만둣국과 조화를 이룰 고단백 육류 메뉴를 탐색하던 중, 한국인에게 친숙한 ‘선 고기 소비 후 냉면 섭취’의 식사 흐름에서 영감을 얻었다. 적합한 파트너로 갈비를 선정한 후, 평범한 갈비찜의 외양을 탈피해 입체적 재미를 부여하고 싶었다.
과거 페이스트리 도우로 입구를 봉해 오븐에 구워낸 프랑스식 앙쿠르트 수프를 맛보았을 때, 도우를 깨뜨리는 청각적 자극과 그 틈으로 발산되는 풍부한 향취에 큰 감명을 받았다. 이 경험을 약선 갈비찜에 투영해 앙쿠르트 외피 구조를 완성했다. 친근한 고유의 한식에 이국적 형식을 결합해 소비자가 직접 기물을 개봉하며 즐기는 미식의 유희를 극대화했다.
김성태 셰프: 정체성의 뼈대를 고수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한식은 대중의 일상 속에 밀착해 발전해 온 고유의 식문화다. 본질적 가치를 보존한 상태에서 외적 요소를 정교하게 조율해 얹는 변주가 가장 이상적이다. 원형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의 극단적 해체와 혼합은 정체성을 퇴색시킬 뿐이다.
함하늘 셰프: 크로스오버 조리는 수위 조절에 실패하면 정체성이 전무한 정체불명의 결과물로 전락하기 쉽다. 이에 따라 한식 변주를 시도할 때 국산 농특산물과 토속 양념의 사용 비중을 최대로 유지하려 노력한다. 외형적 변형을 시도하더라도 중심적 맛만큼은 한국 고유의 향취를 강하게 보존해야 한다. 단정적인 기준을 정의하긴 어려우나, 원천 식자재와 한식의 중심 뼈대를 수호하는 것에서 타협해서는 안 된다.
함하늘 셰프: 오히려 외국의 여행객들이 내국인보다 ‘진정한 로컬 미식’에 대해 더 깊은 관심을 보이고 집요하게 질문한다. 실제로 조리 도중 정통 한식을 체험할 수 있는 명소를 추천해달라는 직접적 요구를 수시로 접한다.
K-컬처의 글로벌 인지도가 급상승한 만큼, 현지인들이 실제 생활에서 향유하는 날 것 그대로의 식문화를 격식 있게 대접하는 것이 호텔의 중요한 소명이다.
―특급 호텔이 구현해야 할 K-푸드의 핵심은 기성 외식업계와 무엇이 달라야 한다 생각하나
함하늘 셰프: 고급화라는 명목하에 전통적 맛의 줄기를 무리하게 개조할 필요는 없다. 한국을 방문한 투숙객들이 호텔 다이닝에서도 가공되지 않은 고유의 미각적 유산을 접하고 “이것이 진정한 한국의 맛”임을 체감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쟁 우위는 단순히 미각의 차원에 국한되지 않는다. 접시에 담긴 미학적 연출, 숙련된 서비스 인프라, 음식에 서린 문화적 서사 전달, 공간이 자아내는 몰입 경험이 유기적으로 직조되어야 한다. 원형의 가치를 보전하되, 이를 연출하는 품격의 밀도를 극대화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이번 경연에서 음식을 맛보는 심사위원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고 싶었나
함하늘 셰프: 최근 들어 특급 호텔 식문화에 대한 고객의 기대치와 감흥이 예전만 못하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메뉴의 보편화와 규격화로 브랜드 고유의 아우라가 희석되는 양상을 목격했다.
신메뉴를 맛본 이들이 ‘과연 메리어트 브랜드의 요리는 격이 다르다’는 깊은 인상을 다시금 갖기를 열망했다. 파인 다이닝 본연의 가치와 위상을 재정립하고 싶었다.
김효진 사원: 기획 단계에서 수립한 절대적 핵심 가치는 ‘호스피탈리티(환대)’였다. 순위를 매기는 경쟁 무대라는 태도를 지양하고, 찾아온 손님에게 혼신의 노력을 다해 밥상을 올린다는 헌신적인 자세로 경연을 치렀다. 이 진정 어린 환대의 정서가 접시를 관통해 닿기를 원했다.
함하늘 셰프: 이토록 유의미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 주고 전 과정을 지지해 준 메리어트 인터내셔널과 호텔 경영진에 마음 깊이 감사를 표한다.
특히 기초 시식 테스트부터 테이블 연출용 기물 조달, 재료 선별까지 든든한 등대 역할을 해준 호텔 총주방장과 조리팀원들을 필두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온기를 보내준 모든 유관 부서 동료들에게 깊은 존경과 감사를 보낸다. 이번 결실은 두 조리사의 개별 성과가 아니라, 메리어트라는 거대한 유기체가 응축해 이뤄낸 집단지성의 결과물이다.
김상준 기자 k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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