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파이어’ 시대, 항공진화체계 재설정해야[기고/임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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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세훈 한서대 헬리콥터조종학과 교수

임세훈 한서대 헬리콥터조종학과 교수
전 세계적으로 산불은 점점 더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전 세계 산불을 관찰한 데이터를 21년간 분석했더니 산불이 더 자주, 더 거세게, 더 넓게 번지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 기후위기가 만들어 낸 새로운 재난, ‘메가파이어(Mega Fire)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산불의 크기가 달라졌다면 대응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하늘에서의 초동 대응, 즉 산불진화헬기의 전략적 확충과 항공 거버넌스의 체계적 정비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우리나라 산불진화헬기는 산림청의 50대를 중심으로 운용된다. 산불이 험준한 산악 지형을 넘어 민가와 산업시설로 번질 때 이를 막을 수 있는 것은 대형 헬기의 집중 투하력이다. 다만, 불길이 커지기 전에 초동 진화하는 데는 중형 헬기의 역할도 필요하다. KA-32나 수리온처럼 2000∼3000L의 물을 담수할 수 있는 중형 헬기는 접근성과 기동성이 뛰어나고, 여러 대가 동시에 투입될 경우 초기 진화 효과를 낼 수 있다. 결국 중·대형 헬기의 조화로운 운용이 메가파이어를 막아내는 열쇠다.

산림청에서는 2022년부터 1만 L급 대형 헬기 3대와 2500L급 국산 수리온 중형 헬기 1대를 이미 계약해 도입을 추진 중이고, 올해 대형 헬기 1대와 중형 헬기 1대의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정부는 2025년 추경예산에서 추가로 대형 헬기 3대, 중형 헬기 3대를 확보할 계획이다. 이는 기후위기 시대에 맞서는 중대한 발걸음이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어선 안 된다. 기령이 오래된 헬기의 신속한 교체와 동시에 하늘 위 ‘거버넌스’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우리나라 산불진화 항공체계는 산림청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실제로 군, 소방 등의 헬기가 동원되지만 산림청이 ‘명령’이 아닌 ‘요청’만 할 수 있는 구조다. 특히 대형 산불 상황에서 신속한 전력 집중과 공중 자산의 통합 운용이 필요한 순간에 제도적 한계는 치명적인 지연을 불러올 수 있다.

따라서 항공 거버넌스를 다시 설계할 때다. 단순한 협조를 넘어, 산림청이 중심이 돼 실질적인 지휘권과 자원 통합 권한을 가질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산불은 더 이상 ‘산림 행정’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안전 문제다.

지자체 임차 헬기의 안전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임차 헬기 운영에 대한 평가와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 현재 임차 헬기 조종사에 대한 훈련과 평가 기준도 통일되지 않은 채 업체 재량에 맡겨져 있다. 미국 산림청(USFS)은 조종사의 산불진화 역량을 실비행으로 직접 검증한다. 우리는 이미 메가파이어의 시대에 들어섰다. 그 준비는 헬기를 더 들이는 데서 그쳐선 안 된다. 진짜 준비는 산림청이 주도적으로 헬기를 띄울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 곧 항공 거버넌스를 제대로 갖추는 일도 병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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