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2025시즌 V리그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에서 흥국생명과뜨거운 명승부를 펼쳐 준우승을 차지한 정관장은 핵심 자원들이 대거 떠나면서 큰 폭의 리빌딩이 불가피하다. 메가(왼쪽)와 부키리치 등 외국인 ‘쌍포’는 더 이상 볼 수 없다. 스포츠동아DB
V리그 여자부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마무리된 가운데 눈에 띄는 대목은 2024~2025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 경쟁한 흥국생명, 정관장의 대조적 행보다.
정규리그 1위에 이어 챔프전 정상에 올라 통합우승에 성공한 흥국생명은 FA 시장에서도 ‘절대 1강’의 행보를 보였다. 김연경의 은퇴로 전력 손실이 컸지만 FA 최대어로 손꼽힌 미들블로커(센터) 이다현을 영입했고, 우승 멤버 세터 이고은, 김다솔과 리베로 신연경,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문지윤 등 내부 FA를 모두 잔류시켰다.
그에 반해 정관장은 씁쓸한 처지다. 흥국생명과 챔프 5차전, 5세트 혈투를 펼친 정관장이지만 주축 공격수들을 모두 잃었다. 외국인 주포 반야 부키리치가 유럽 무대로 돌아갔고 고희진 정관장 감독이 직접 “가장 위대한 선수”라고 극찬한 아시아쿼터 메가는 인도네시아로 떠났다.
‘쌍포’를 모두 잃었는데, FA로 풀린 베테랑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 표승주도 잔류시키는 데 실패했다. 사인앤트레이드까지 추진했으나 모두를 만족시킬만한 조건이 끝내 나오지 않았고 결국 FA 대상자 가운데 유일한 미계약자로 공시된 표승주는 현역 은퇴를 결정했다.
정관장의 뜨거웠던 시즌에 3명의 역할은 대단했다. 특히 메가는 아시아쿼터이지만 ‘외국인 주포 그 이상’의 퍼포먼스를 펼쳤다. 공격종합 1위(성공률 48.06%), 득점 3위(802점)을 올리면서 팀에 큰 힘을 불어넣었다. 부키리치도 공격 4위(성공률 40.90%), 득점 5위(638점) 등 맹위를 떨쳤다. 표승주 또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팀이 어려울 때마다 알토란과 같은 플레이로 코트를 달궜다.
그러나 과거일 뿐이다. ‘차’와 ‘포’를 모두 뗀 상황에서 대대적 리빌딩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새로운 아시아쿼터로 지명한 아웃사이드 히터 위파위는 무릎 십자인대 부상에서 여전히 회복 중이다. 2025~2026시즌 초반까지는 합류가 불투명하다. 위파위의 V리그 경험을 믿지만 적잖은 부담이다.
일단 5월 초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진행될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서 최적의 선수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격에 전념할 아포짓 스파이커를 지명할지, 위파위가 당분간 뛰기 어려운 아웃사이드 히터를 비롯한 타 포지션 선수를 선택할지부터 결정해야 한다. 은퇴로 보상 선수조차 얻을 수 없는 표승주의 공백을 채우는 것도 과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