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행동 약물 연관, 그와 끝났다”… 테슬라 차량까지 매각 뜻 내비쳐
NASA 등은 우주협력 대안 모색… 머스크 “약 전혀 안해” 강력 반발
“갈등 장기화땐 내년 선거 악영향”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머스크 소유 기업’과 맺은 각종 정부 계약을 해지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국방부 등이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 등과의 협력 계획을 취소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으며, 대신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주의 우주기업 ‘블루오리진’ 등과 접촉하고 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의 갈등이 정계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마가(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인사들은 이민, 감세, 보호무역 등에 반대하는 머스크와 충돌하고 있다. 양측의 갈등이 계속되면 내년 11월 중간선거, 2028년 대선에서 공화당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6일 분석했다. 옛 민주당 출신으로 2022년 ‘전진당’을 창당한 대만계 앤드루 양은 7일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머스크에게 ‘같이 새 정당을 만들거나 전진당과 협력하자’고 연락했다”고 밝혔다.
● 트럼프 “머스크는 마약 중독자”
WP, CNN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5일 머스크가 ‘X’를 통해 자신의 탄핵까지 거론하자 큰 충격을 받고 측근과 지인들에게 전화를 돌려 상황을 논의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머스크를 “심각한(big-time) 마약 중독자”로 칭했다. “머스크가 최근 48시간 동안 보인 행동이 약물 의혹과 연관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NBC와의 전화 인터뷰에서도 “머스크는 우울하고 상심한 상태인 것 같다”며 거듭 머스크의 정신건강 이상 가능성을 제기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30일 머스크의 측근들을 인용해 머스크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케타민과 엑스터시 등의 마약과 각성제를 수시로 복용했다고 전했다. 머스크 본인이 “케타민을 많이 복용해 방광에 문제가 생겼다”고 말한 적도 있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즉각 X에 “약을 전혀 하지 않는다! NYT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또 몇 년 전 정신적 어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처방받은 케타민을 복용한 적이 있지만 그 후 먹지 않았다고 거듭 주장했다.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기사를 읽었는데 조금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머스크를 두둔했다. 최근 둘의 관계가 급격히 나빠지자 머스크의 약물 복용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 머스크 소유 회사와 맺은 계약도 해지 가능성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스페이스X 등이 연방정부와 맺은 계약을 철회할지에 관한 질문을 받고 “내게 그럴 권한이 있다”면서도 “그럴 생각을 (아직까진) 하진 않았다”고 답했다. 다만 그가 스페이스X, 테슬라, X, 뇌신경과학 관련 스타트업 뉴럴링크, 터널 업체 보링컴퍼니 등 머스크가 소유한 기업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각종 수사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NYT는 진단했다.
WSJ에 따르면 최근 나사 관계자들은 블루오리진, 시에라스페이스, 드림체이서 등 다양한 기업과 우주선 개발 계획을 논의했다. 현재 사용 중인 스페이스X의 ‘드래건’을 대신할 업체를 찾겠다는 목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보유한 테슬라 자동차를 판매할 뜻도 내비쳤다. 그는 올해 3월 11일 백악관에서 머스크와 함께 이 차를 시승했다. 당시 머스크에 대한 반감으로 미국 전역에서 반(反)테슬라 시위가 일고 주가 또한 급락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가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며 차량 구입 사실을 공개했다.● 마가 우파 vs 테크 우파 대립
두 사람의 갈등을 이른바 ‘마가 우파’(트럼프 대통령이 중심)와 ‘테크 우파’(머스크가 중심)의 갈등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두 진영이 이민, 감세, 보호무역 등에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게 노골적인 갈등으로 이어졌다는 해석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인 머스크는 고학력 기술 인력의 이민은 수용해야 한다고 본다. 또 보호무역과 감세가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마가 진영에선 받아들이기 힘든 주장. 이민에 부정적인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자유무역에 부정적인 피터 나바로 전 백악관 무역·제조업 고문 등은 대통령보다 먼저 머스크와 공개 설전을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의 충돌로 ‘미국 최고의 파워 커플’로 꼽힌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과 부인 케이티의 관계가 난감해졌다고 CNN 등이 7일 전했다. 밀러 부비서실장은 ‘트럼프의 스위스 군용 칼’(여러 공구가 있는 스위스 군용 칼처럼 쓰임새가 많다는 뜻)로 불리는 인물. 케이티는 머스크의 측근으로 DOGE의 공보 업무를 총괄했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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