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중국의 한 대학생이 할머니에게 3000위안(약 65만원)을 빌려 골목 한편에 빙수 노점을 차렸다. 29년이 지난 현재 이 노점은 매장 수 기준 세계 1위 프랜차이즈로 성장했다. 중국의 버블티·아이스크림 체인 미쉐 이야기다. 미쉐는 최근 전 세계 매장 수 4만5000곳을 넘겼다. 맥도날드와 스타벅스보다 매장이 더 많다.
흥미로운 건 이 브랜드의 고향이 우리에겐 낯선 중국 내륙에 위치한 허난성이라는 점이다. 미쉐뿐만이 아니다. 글로벌 매장 1만 개를 돌파한 커피 브랜드 ‘싱윈카’, 훠궈 밀키트 체인 ‘궈취안스후이’, 광둥요리 프랜차이즈 ‘광순싱’도 모두 허난성에서 출발했다.
중국 허난성 정저우무역관장으로 부임한 뒤 그 이유를 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퇴근길 정저우 먹자골목에는 음료부터 빵까지 새로운 프랜차이즈 간판이 하루가 다르게 줄을 잇는다. 중국을 대표하는 간식 브랜드가 허난성에서 쏟아져 나오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정저우는 거대한 인구가 만드는 최적의 시장 실험실이다. 허난성 인구는 약 1억 명에 달한다. 인구 500만 명 이상 도시만 9곳이다. 지난해 소비 증가율은 중국 전체 2위를 기록할 만큼 성장세가 가파르다. 대도시부터 농촌까지 소비 계층이 촘촘해 다양한 소비자를 동시에 공략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허난성 시장은 브랜드를 단련시키는 ‘용광로’이기도 하다. 연해 지역보다 창업 비용은 낮지만, 소비자 안목은 높다. 가격과 품질, 서비스를 모두 만족시켜야 살아남는 구조다. 현지에서 “허난성에서 버티면 중국 어디서든 통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물류의 심장이라는 지리적 이점도 허난성이 브랜드 창출의 요충지가 된 배경 중 하나다. 허난성의 성도인 정저우는 철도와 도로, 항공이 교차하는 교통 요충지다. 정저우에서 냉장 트럭을 띄우면 하루 만에 전국 어디든 도착한다. 사통팔달 교통망 덕분에 물류비용은 전국 평균보다 15%가량 저렴하다.
허난성은 ‘중국의 부엌’으로도 불린다. 중국 밀의 25%, 냉동식품의 60%, 라면의 35%가 이곳에서 나온다. 원재료부터 가공까지 식품산업 사슬이 탄탄한 데다 물류망까지 갖췄으니 프랜차이즈가 거점으로 삼기에 최적의 조건이다.
허난성 출신 창업가 특유의 ‘창업가 기질’도 한 축을 이룬다. 중국 현지에선 이들을 ‘흙 속에서 비집고 나온 창업가’라 부른다. 이곳 출신 창업가는 화려한 배경 없이 밑바닥에서 시작해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꿰뚫는 감각이 탁월하다. 명분보다 실리를 따지며 기회 앞에서 누구보다 빠르다. 이들은 이곳에서 성장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겠다는 의지가 그 누구보다 강하다.
마침 허난성 창업자들 사이에서 한국 브랜드를 중국으로 가져와 함께 키우고 싶어 하는 의지가 감지된다. 한국 창업자들로선 허난성 파트너를 잘 만난다면 중국 시장 진출의 든든한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중국에는 “중원을 얻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는 옛말이 있다. 과거의 중원이 한국인에겐 바로 지금의 허난성 일대다. 이 말은 현대 프랜차이즈 산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세계 최대 프랜차이즈가 이곳에서 탄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중국 시장을 공략하려면 중원인 허난성을 먼저 주목해야 한다.

3 hours ago
3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