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의 우려를 뒤로하고, '비움'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한다. 비운다니, 설마 '장' 이야기인가? 맞다. 제대로 수행하는 요기(Yogi·요가를 하는 사람)는 하루에 두 번 비운다는 이야기를 3년 전 삿구루(Sadhguru: 인도의 이샤 파운데이션 창립자) 유튜브에서 처음 접했을 때 나는 크게 놀랐다. 당시 충격을 두 번 받았는데, 첫 번째는 사람이 하루에 두 번 비우는 게 가능하다는 것, 두 번째는 요가와 비움이 그렇게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었다.
믿기 어렵겠지만, 나는 이 ‘장을 깨끗하게 하는 3가지 방법’이라는 유튜브 비디오를 보기 전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일 비운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런데 하루에 두 번이라니, 그게 가능하다고? 비운 뒤의 개운함이 인간의 디폴트임을 깨달았을 때, 나는 지난 50년의 삶에 대해 묘한 배신감마저 느꼈다.
우리 몸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 정직한 보고서가 하나 있다. 매일 한 통씩 배달되는, 배달되어야만 하는 그것 — 변이다. 무엇을 먹었는지, 얼마나 자고 얼마나 긴장했는지, 몸이 제대로 일하고 있는지를 그것은 가감 없이 적어 내려간다.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려면 증거를 마주해야 하듯, 몸의 상태를 개선하려면 내 몸이 보내는 가장 솔직한 증거, 즉 '비움의 기록'부터 마주해야 한다. 그런데 나는 이 일간지를, 며칠에 한 번 휴간을 밥 먹듯 하는 불량 신문으로 만들어 두고 살았다.
알게 된 후 보이기 시작한 것들
고백하자면, 내가 비움이 원활하지 않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 나는 사람은 원래 일주일에 세 번쯤 화장실에 가는 줄 알았다.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으니까. 비움은 묻고 답하는 주제가 아니었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하물며 병원에서조차 "며칠에 한 번 비우세요?"라고 진지하게 물어봐준 사람도, “오늘도 잘 보셨나요?”라고 살뜰히 챙겨준 이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평생, 언제 어디서 비우게 될지 모르고 살아가는 그 상태를 '정상'이라 믿으며 살았다. 배가 늘 묵직하고 정신은 어딘가 안개가 낀 것 같이 흐릿했지만, 산다는 게 원래 그렇게 불편하고 무거운 것인 줄만 알았다.
하루에 한 번 가는 것이 정상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에야, 뒤늦게 소중한 가족의 패턴을 관찰하고 조심스레 묻기 시작했다. 며칠에 한 번 비워? 물으니 돌아온 대답은 한결같았다. "당연히 매일이지, 그걸 왜 물어?"
뒤늦게 자료를 찾아보고 나는 또 한 번 놀랐다. 의학적으로 정상 배변은 하루 세 번부터 일주일에 세 번까지를 모두 아우른다. 나는 평생 그 정상 범위의 맨 끄트머리에 살면서도 하필 '주 3회'를 정상의 전부로 착각해 온 셈이었다. 하지만 고대의 의학이자 삶의 과학인 아유르베다(Ayurveda)와 요가 전통의 문을 두드렸을 때, 그곳의 기준은 현대 의학보다 훨씬 엄격하고 단호했다. 그 전통 속에서 비움은 단순히 '기능의 유지'가 아니라 '생명 에너지의 순환' 그 자체였다.
아유르베다에서는 제때 배출되지 못하고 장내에 정체된 노폐물을 '아마(Ama)'라고 부르는데, 이 독소가 하루에 한 번 이상 제대로 배출되지 못하면, 만성 피로와 피부 트러블은 물론 머리를 무겁게 하고 마음의 불안정까지 초래한다고 설명한다. 나는 그동안 내 안에 독소와 무거운 정체를 쌓아둔 채, 활력과 깨끗한 피부, 그리고 마음의 평온까지 감히 바랐던 셈이다.
이러한 무지는 나만의 일이 아니다. 변비는 드문 일도 아니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60세 이상 변비 환자는 2019년 약 15만 명에서 2023년 약 30만 명으로 4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고, 같은 증상이라도 20~30대 여성이 남성보다 네다섯 배나 더 많이 병원을 찾는다. 수많은 사람이 매일 몸이 보내오는 (또는 보내오지 않는) 정직한 보고서를 받아 들고도, 부끄럽다는 이유로 혹은 원래 그런 줄 알았다는 이유로 펼쳐보지 못한 채 무거운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비움에 관하여 이야기하다
매일이 정상이라는 걸 알게 된 뒤로, 나는 충실히 이 몸에 관한 보고서를 챙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2025년 1월, 처음으로 인도 이샤요가센터에 도착하여 만난 요가 프로그램 첫 룸메이트이자 오늘까지도 거의 매일 연락하는 도반(道伴)인 찬다니(Chandani)에게, 만나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나는 비우는 데 시간이 좀 걸리니까, 화장실을 좀 오래 써도 양해해줘."
그녀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인도에서는 비움 이야기가 부끄러운 비밀이 아니라 안부를 묻듯 일상적으로 나누는 화제라고 일러주었다. 오늘 아침엔 어땠는지, 얼마나 고생했는지, 무얼 먹고 어떻게 고쳤는지를 서로 스스럼없이 주고받는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찬다니는 뭄바이에서 자신의 클리닉을 운영하는 내분비내과 전문의였다. 환자들의 온갖 몸 이야기를 매일같이 듣고, 잘 비우는 것이 건강을 재는 척도 중 하나임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녀였으니, 내 부끄러운 고백쯤은 더없이 편하게 받아 주었다.
부끄러움을 내려놓고 비움에 관해 입 밖에 내는 순간, 신기하게도 나는 조금 더 자유로워졌다. 말로 일을 하는 변호사면서, 정작 내 몸이 매일 보내는 가장 솔직한 ‘변’호 앞에서는 평생 입을 다물고 살았던 것이다. 우리가 가장 말하기 꺼리는 것일수록, 어쩌면 가장 솔직하게 마주해야 할 것인지도 모른다.
보고서를 매일 받는 방법
노폐물이 몸 안에 오래 머물수록, 몸은 조용히 쇠퇴한다. 그것은 요가 전통뿐 아니라 현대 의학의 데이터다. 하버드 의대 브리검여성병원 연구진이 11만 명 이상을 추적한 결과(2023년 알츠하이머협회 국제학술대회 발표), 사흘에 한 번 이하로 배변하는 사람은 매일 보는 사람보다 주관적 인지기능 저하 위험이 73% 높았고, 그 차이는 뇌가 3년 더 늙은 것과 맞먹었다.
유튜브에서 삿구루가 변비에 가장 먼저 권하는 것은 약도, 식이섬유 보충제도 아니다. 그는 입력 자체를 바꾸라고 한다. 핵심은 수분이다. 설명은 단순하고 명쾌하다. 패스트푸드와 마트의 가공식품은 수분이 거의 없어 장 안에서 마른 채로 굳어 버리지만, 신선한 과일은 수분이 90%에 이르고 채소도 70%를 훌쩍 넘는다. 물기를 가득 머금은 음식이 들어와야 장이 움직이고 변이 부드럽게 밀려 나간다는 것이다. 가공되어 물기가 빠진 것이 아니라, 살아 있고 물기를 머금은 것을 먹어야 한다.
마음이 막히면 몸도 막힌다
그런데 입력은 음식만이 아니다. 삿구루는 한 가지를 더 짚는다. 감정과 생각에 변비가 오면 몸에도 변비가 온다는 것이다. 처음엔 (그다지 낭만적이진 않지만) 시적인 비유인 줄 알았는데, 공교롭게도 현대 의학은 이를 '장-뇌 축(Gut-Brain Axis)'이라는 이름으로 정확히 설명한다. 두려움이나 불안이 차오르면 뇌는 즉시 몸을 생존 모드로 전환하고, 교감신경이 항진되며 위장으로 가던 혈류가 줄어든다. 그 결과 장은 연동운동이 멈춰 며칠씩 막힌다. 긴장으로 장이 굳으면 의뢰인을 위한 판단도 함께 굳을 수 있으니, 변호사인 나는 반드시 이 악순환을 끊어야만 했다.
다행히 이 악순환을 끊는 스위치가 있다. 호흡과 명상이다. 깊고 느린 호흡으로 마음을 가라앉히면 교감신경의 '투쟁-도피' 모드가 꺼지고 부교감신경이 켜진다. 미주신경을 타고 안전하다는 신호가 장으로 내려가면, 경직됐던 장벽이 풀리고 멈췄던 연동운동이 다시 시작된다. 하버드 의대 매사추세츠종합병원 벤슨-헨리 심신의학연구소의 연구(2015년 PLOS ONE)에서도, 명상과 호흡 훈련을 받은 과민성 대장 환자들의 증상이 뚜렷이 완화됐다.
최근 명상이 뇌에 일으키는 변화를 취재한 월스트리트저널 엘리자베스 번스타인(Elizabeth Bernstein) 기자의 기사에서도, 연구를 이끈 발라춘다르 수브라마니암 하버드 의대 교수에 따르면 꾸준히 명상한 사람의 뇌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6년 더 천천히 늙는다고 했다. 막힌 장이 뇌를 3년 앞당겨 늙힌다면, 명상은 그 갑절을 되돌려 주는 셈이다.
합일은 비움에서 시작된다
요가(yoga)는 본래 '합일(合一)'을 뜻한다. 그런데 삿구루가 거듭 일러주는 합일의 첫걸음은 뜻밖에도 분리(分離)의 자각이다. 수브라마니암 교수가 설명하는 명상의 목표도 다르지 않다. 나와 내 몸, 내 마음 사이에 거리를 두고, 떠오르는 생각에 휩쓸리는 대신 그저 지켜보는 것. 그 거리에서 비로소 "나는 이 몸이 아니다, 나는 이 마음조차 아니다"라는 자각이 열린다.
그리고 거기에 나는 한 줄을 더 보탠다. 무엇보다, 나는 이 '변'이 아니다. 진정한 합일은 비워야 할 것, 내가 아닌 것을 똑똑히 알아보는 데서 시작된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요가와 명상 수행을 하고, 수분이 가득한 신선한 과일과 채소 섭취량을 늘려가자, 평생 꿈꿔보지 못했던 매일 비움이라는 기적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매일 아침, 보고서를 열다
인간의 몸은 지구상에서 가장 복잡한 기계인데, 우리는 그 운용 매뉴얼을 배운 적이 없다. 가장 작고 천하다 여기는 노폐물 하나 막힘 없이 비워내지 못하면서, 어떻게 감히 인생을 막힘없이 순조롭게 살아가길 꿈꿀 수 있겠는가. 비운다는 건 억지로 밀어낸다는 뜻이 아니다. 마주해야 할 것을 제때 마주하고, 살아 있는 것을 먹고, 내보내야 할 것을 막힘없이 내보내며, 그렇게 내가 아닌 것을 흘려보낸 자리에서 비로소 더 큰 하나와 이어진다는 뜻이다.
그 매뉴얼의 이름이 요가와 명상이다. 내면의 고요 속에서 몸과 마음에 거리를 둘 때, 비로소 자연스럽게 비움이 시작될 것이다. 물론 이것은 의학적 처방이 아니라, 오십여 년 만에 비로소 제 몸과 화해한 한 사람의 기록일 뿐이다. 부디 당신은 나보다 조금 더 일찍, 몸이 보내오는 가장 솔직한 보고서를 매일 아침 기쁘게 열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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