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은 한번 배출돼 흩어지면 되돌리기 어렵다. 바다에 버린 오염수를 다시 퍼 담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정화장치는 배출 전에 오염물질을 걸러낼 뿐이다. 유일한 해법은 배출원을 막는 것으로, 그 배출원이 바로 노후 디젤 건설기계다.
대책으로 거론되는 것은 조기 폐차와 새 건설기계 보급이다. 조기 폐차는 멀쩡한 차체까지 버려야 하고, 새 건설기계는 가격이 비싸다. 30년간 정비 현장에서 보면, 차주에게 디젤 지게차는 힘 좋고 일 잘하는 손에 익은 연장이다. 자동차는 유행에 떠밀려 전기차로 갈아타지만, 도로 밖 건설기계는 눈에 띄지 않고 배출가스 검사도 없다. 감가상각이 끝나 부담이 없는 한 대를 수십 년간 대물림하니 바꿀 이유가 없다. 지원금을 늘려도 서울시 도로 밖 건설기계의 최근 2년간 조기 폐차율은 0.85%에 그쳤다. 현장이 외면하는 제도인 것이다.
답은 디젤엔진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그 힘은 두고 매연만 걷어내는 데 있다. 지게차를 예로 들어 비교해 보자. 중국산 새 전동 지게차는 저출력에 화재 관리 장치도 없이 4000만 원대다. 국산은 디젤의 80∼90% 수준 성능에 가격은 5400만∼5800만 원으로 디젤 지게차 값의 두 배다. 제조사마저 디젤 판매에 안주해 5t 이상 전동 굴착기는 사실상 없고, 전동 지게차는 전국에 600여 대뿐이다. 새 장비 보급이 최선이지만 현실은 더디게 움직이고 있다.그 빈자리를 메우는 길이 전동화 개조다. 디젤엔진을 전기모터로 바꾸는 방식이다. 지게차는 평형추로 뒤를 채운 무쇠 덩어리라 부식 없이 수십 년을 견딘다. 낡는 것은 차체가 아니라 디젤엔진, 곧 심장뿐이다. 심장만 바꾸면 힘은 그대로다. 정부 시험에서 견인력은 디젤과 사실상 같고 매연은 68%에서 0%로 사라졌다. 국산 배터리에 화재 관리 시스템까지 갖춰 안전도 새 전동 지게차를 앞선다. 다만 개조도 보증·사후관리 기준을 세워야 한다. 새 장비는 새로 사는 것만 바꾸지만, 개조는 운행 중인 노후 장비를 곧바로 무배출로 돌린다.
해외도 새 장비만 기다리지 않았다. 노르웨이 오슬로시는 노후 디젤 건설기계를 개조해 2023년 기준 공공 공사의 77%를 무배출로 바꿨고, 네덜란드는 보조금으로 개조를 돕는다.
바꿀 유인이 없으니 규제와 조기 폐차만으로는 현장이 움직이지 않는다. 정부가 선택지를 넓히고 문턱을 낮춰야 한다. 조기 폐차를 강요할 게 아니라 개조라는 출구를 함께 주고, 차체가 멀쩡하면 개조로 유도하며, 공공이 먼저 전동 지게차부터 도입해야 한다. 도로 밖 건설기계에 배출가스 검사를 도입하고, 개조 지원은 새 장비가 자리 잡을 때까지 진행돼야 한다. 개조는 종착점이 아니라 전동화로 가는 다리다.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수도권대기환경관리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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