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억 초과 주담대 제한 이어
DSR 3단계 규제까지 겹쳐
노도강 집값 찔끔 올랐지만
거래 가능 매물없어 한산
강남3구·용산 등 한강 벨트
집주인 호가 수억 내렸지만
대출길 막혀 중개업소 썰렁
"'똘똘한 한 채' 시대라면서요. 규제가 풀릴 때까지 기다리며 무주택 기간이나 늘리겠죠. 여기를 사겠어요?"(서울 노원구 상계동 A공인중개사)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규제가 적용된 첫날인 1일 서울 부동산 시장은 전반적으로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정부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주택담보대출 한도 6억원 제한 조치에 이어 이날부터 본격화된 DSR 3단계가 시행되며 수요자들의 자금조달 여건이 급격히 위축된 탓이다.
일각에선 이번 규제로 서울 외곽 지역 거래가 활발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현장 분위기는 달랐다. 집주인들은 가격 상승 기대감에 매물을 거둬들였고, 자금 여력이 부족한 실수요자들은 외곽 지역의 호가 상승과 매물 감소에 부담을 느끼며 거래를 미루는 중이다. 강남이나 한강벨트 진입 기회를 엿보며 관망세를 유지하는 수요자도 있다.
이런 분위기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가 한 달 새 3.2% 매물이 줄어들었고, 이 기간 도봉구는 63건이 감소했다. 서울 자치구 중 강북구만 유일하게 9건이 소폭 증가했다.
이날 매일경제가 찾은 노원구 상계동 일대는 조용한 모습이었다. 상계동 공인중개사 A씨는 "대출 규제가 나온 날 한 집주인은 가격이 오를 것 같다며 매물을 거뒀고, 한 손님은 대출금이 부족해 거래를 못했다"며 "대출 규제를 때린다고 한강벨트를 찾던 사람들이 갑자기 노도강 매물을 찾지 않는다. 기다리면서 강남이나 한강벨트에 들어갈 타이밍을 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상계주공6단지 전용면적 58㎡는 호가가 5500만원 오른 6억8000만원에 달하는 매물이 등장했다.
실거래는 주춤하지만 일부 지역에선 기대감이 반영된 움직임도 포착된다. 월계동 공인중개사 C씨는 "집주인들이 집값이 오르겠느냐며 문의를 많이 하고 호가도 실거래가보다 5000만원씩 높게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국민평형(전용면적 84㎡) 기준 서울 평균 아파트 가격이 14억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한강벨트는 6억원 대출만으로는 매수가 어려워졌다. 전용 84㎡ 매매가가 20억원을 훌쩍 넘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단지의 공인중개사 E씨는 "매수 문의가 아예 없다"며 "집주인들이 '대출이 6억원밖에 안 나온다던데 가격을 낮춰야 하느냐'고 묻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도 묶여 있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도 거래가 끊겼다. 30억원대 이상 고가 아파트 비중이 높은 만큼 대출 규제에 따른 자금조달 부담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 119㎡(1층) 매물은 지난달 27일 호가를 3억5000만원 내렸고, 다음 날엔 서초구 반도동 반포자이 전용 59㎡가 호가를 1억원 낮췄다. 압구정동 한 공인중개사는 "압구정동도 열 명 중 아홉 명은 대출을 끼고 매수한다"며 "소수의 현금부자 외엔 거래가 불가능한 상황이라 당분간 조정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파구 가락동 9500가구 규모 헬리오시티 역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두거나 수요자들이 관망세에 돌입한 분위기다. 이 단지 한 공인중개사는 "이미 6월부터 호가가 너무 많이 올라 거래 자체가 되지 않던 상황"이라며 "대출 규제 발표 후엔 호가를 내리느니 아예 매물을 거둬들이겠다는 집주인도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보현 NH투자증권 부동산 수석연구원은 "대출 규제 발표 이후 적어도 주말이 두세 번은 지나가봐야 시장의 방향성이 잡힐 것"이라며 "향후 8억원에서 10억원대 초반, 서울에서도 비교적 집값이 눌려 있는 지역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박재영 기자 / 위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