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자 보내던 '씻김굿'으로 풀어낸 네 개의 삶…객석도 묵은 마음을 내려놨다

3 days ago 22

[리뷰]‘씻김-무악과 만나는 몸의 자전’박은하·김순정·홍은주·김영은 무대 올라꽹과리 울리자 객석도 들썩…무대·객석 하나 된 굿판“우리는 무엇을 풀고 갈까”…묵직한 울림 남겨 등록 2026-09-17 오후 11:45:25 수정 2026-09-18 오전 12:30:14 가 가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종이 울리고 시나위 그룹 ‘신청악회’가 무악(巫樂·무당이 굿에서 연주하는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 무대에 등장했다. 연출가 진옥섭이 무대에 올라 관객에게 절을 올린 뒤 무용수 김영은을 불러내면서 본격적인 공연의 막이 올랐다. 검은 옷을 입은 김영은은 무언가를 빌듯 두 손을 비비고 몸에 붙은 것을 털어내다가, 바닥을 손으로 쓸어내며 무대를 누볐다.무용수 김영은(사진=시댄스).16일 서울 중구 서울남산국악당에서 선보인 ‘씻김-무악과 만나는 몸의 자전’은 진도 씻김굿을 모티브로, 네 명의 춤꾼이 자신만의 몸짓으로 의례를 펼치며 몸에 쌓인 시간과 감정을 ‘움직임의 고해성사’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누군가는 씻고, 누군가는 털고, 누군가는 풀어낸다. 망자의 넋을 달래던 ‘씻김’은 이날 산 자의 몸으로 옮겨와 오래 품어온 것들을 비워내는 춤이 됐다. 무대 한쪽에서는 ‘신청악회’가 굿판의 소리와 장단을 만들어냈다. 이소영(무당), 손세영(가야금), 윤진우(대금), 천선우(해금), 김소리(아쟁)가 무용수와 호흡을 주고받았다. 춤과 무악이 서로 밀고 당기면서 무대는 조금씩 굿판으로 변해갔다. 김영은에 이어 두 번째로 무대에 오른 이는 국가무형유산 승무 이수자 홍은주였다. 붉은 고깔에 흰 한복 차림으로 등장한 그는 긴 수건을 손에 들고, 빠르게 몰아치는 장단을 악사들과 주고받으며 흥겹게 몸을 풀었다. “썩은 감정 모두 털어버리고. 이제 슬슬 몸이 풀어지는구나. 얼쑤!”라는 추임새가 더해지면서 춤은 한층 빨라졌다. “지친 마음 하나씩 내려놓으시라”는 축원은 무대를 넘어 객석으로 향했다. 무용수 홍은주(사진=시댄스).세 번째로 무대에 오른 이는 김순정이었다. 동아무용콩쿠르 전체 대상을 받고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로 활동한 그는 현재 김순정발레단 대표이자 성신여대 무용예술학과 특임교수로 후학을 가르치고 있다. 평생 발레로 몸을 다져온 김순정은 이날 보랏빛 한복 두루마기를 걸치고 무대에 올랐다. 토슈즈 대신 무악의 장단을 탄 그의 춤에는 발레 특유의 유려한 선과 한국 춤의 몸짓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산신님아, 속풀이 하러 가자.” 소리가 흐르...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