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사람 없어 고민”…‘외로움안녕120’ 서비스로 전화하세요

4 weeks ago 15

서울시 ‘외로움안녕120’ 서비스
한 달여만에 상담 건수 3000건 돌파
중장년 상담사 기용해 일자리도 창출
다산콜센터로 전화해 5번 누르면 돼
서울시, ‘외로움 없는 서울’ 정책 계속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오늘은 몇 차례 상담이 진행된 만큼 상담 목표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이야기해볼까요?”

14일 서울 마포구 서울시복지재단 내 외로움안녕120 상담센터에서 박성신 상담사가 전화기를 들고 누군가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센터로 상담을 요청한 사람과 통화하는 것이었다. 이날 박 상담사는 약 50분간 대인관계 어려움을 토로하는 상담 요청자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함께 고민했다.

서울시가 지난달 시작한 전화 상담 서비스 ‘외로움안녕120’이 한 달 반 만에 상담 건수 3000건을 넘어섰다. 서울시는 외로움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정서적 돌봄 체계를 확대하기 위한 정책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 4월부터 시작한 상담

1일 서울 중구 신당역에 ‘외로움안녕120’ 홍보물이 게시돼 있다.  서울시는 이날부터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으로 도움이 필요한 시민에게 대화와 도움을 제공하는 콜센터 ‘외로움안녕120’을 시범운영한다. 2025.4.1. 뉴스1

1일 서울 중구 신당역에 ‘외로움안녕120’ 홍보물이 게시돼 있다. 서울시는 이날부터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으로 도움이 필요한 시민에게 대화와 도움을 제공하는 콜센터 ‘외로움안녕120’을 시범운영한다. 2025.4.1. 뉴스1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365일 24시간 운영되는 ‘외로움안녕120’은 4월 1일부터 5월 8일까지 총 3088건의 상담이 이뤄졌다. 이 중 외로움을 주제로 한 정서 상담이 1394건(45.1%)으로 가장 많았고, 고립·복지서비스 관련 정보 상담이 1337건(43.3%)으로 뒤를 이었다.

연령대별로는 중장년층(59%)의 이용 비중이 가장 높았다. 이어 청년(32%), 어르신(8%), 청소년(1%) 순이었다. 서울시복지재단 관계자는 “고령층을 위한 외로움 해소 정책은 비교적 많지만, 중장년층은 정책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외로움안녕120.

서울시 외로움안녕120.
14일 기자가 찾은 외로움안녕120 상담실에는 6명의 상담사가 근무 중이었다. 상담은 최초 통화 이후 최대 8회까지 예약 상담이 가능하다. 이곳에선 17명의 상담사가 중장년 일자리 사업 일환으로 채용돼 예약 상담을 담당하고 있다. 상담은 회당 최대 50분간 이뤄진다.‘외로움 없는 서울’을 목표로 운영되는 외로움안녕120은 다양한 상황의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하고 있다. 서울시복지재단 관계자는 “최근 취업에 성공한 청년이 ‘너무 기쁘지만 말할 사람이 없어 전화를 걸었다. 누군가에게 기쁨을 말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한 적도 있다”며 “말하기 어려운 감정을 털어놓을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장년 상담사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시는 상담사 보호를 위해 폭언·욕설 등 상담 지속이 곤란한 경우 매뉴얼에 따라 상담 종료가 가능하도록 했다. 상담사를 위한 심리지원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박 상담사는 “요즘 외로움을 느끼는 분들이 많다. 전화 상담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 보람을 느낀다”며 “중년이 되면 은퇴로 사회적 관계가 줄어드는 경우가 많은데, 다양한 내담자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저 또한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필요한 경우 복지서비스로 연계

외로움안녕120을 이용하고 싶은 시민은 다산콜센터(120)로 전화한 뒤, 음성 안내에 따라 5번을 누르면 전문 상담사와 연결된다. 통화만으로 문제를 파악하기 어렵거나 복합적인 욕구가 확인된 경우에는 고립예방센터의 사회복지사가 다시 연락해 필요한 복지 서비스를 연계하거나 추가 지원을 제공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외로움안녕120을 찾은 청년 중 기쁜 마음 조차 나눌 곳이 없다는 말이 더 가슴아프게 다가왔고 이는 그만큼 ‘외로움 없는 서울’ 정책이 필요하다는 방증”이라며 “앞으로도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할 숙제인 외로움에 대한 인식 개선 방안을 지속적으로 강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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