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추문예 ◆
글이 너무 진지하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원래는 안 그런데 글만 쓰면 진지해지려는 저에게도 의문이 들었습니다. 유쾌하면서도 가볍지 않은 글을 써보자고 시작한 글이 '앵무새의 탈출'이었습니다. 저는 대학을 졸업하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방황하는 마음이 많았습니다. 내 안의 문제를 주변의 문제들로 돌리던 시간들이었습니다. 다행히 서른이 넘어 커피 일을 시작하고, 마흔이 넘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글 쓰는 척만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렴풋이 알게 된 지는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중국의 명산을 오르내리며 짐을 나르는 지게꾼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들은 기다란 나무 양쪽에 짐을 싣고 가파른 산을 오르내렸습니다. 우리나라 설악산과 지리산에도 아직 지게꾼이 남아 있습니다. 심지어 설악산의 마지막 지게꾼은 괜한 방송을 탔다가 일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지리산의 지게꾼은 사찰의 김장을 위해 80㎏ 가까운 짐을 지고 산을 올랐습니다. 그를 본 등산객들이 격려의 박수를 쳤습니다. 그 장면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을 볼 때면 이제 힘들다는 말은 못 쓰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아직 써야 할 얘기들이 많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핑계 대지 않고 써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좋은 말을 기대하고 건넨 원고에 날카로운 평을 하는 아내가 편치 않았습니다. 당선이 되면 그 앞의 원고를 다 보여주겠다고 원고를 끊었습니다. 만추문예 덕분에 원고 대방출의 시간이 앞당겨졌습니다. 최윤, 조경란 선생님의 심사는 받았으니 이제 아내의 심사를 받아보겠습니다. 기쁜 마음을 담아,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1977년 경북 구미 출생 △부산대 사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