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김두현(가운데)이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리고 있는 2024년 마무리캠프에서 내야 펑고를 받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
"나는 수비를 잘해야 살아남는다. 더 파고들겠다."
KIA 타이거즈 출신 내야수 김두현(21)이 일본 마무리 캠프 출국 전 자신과 약속을 지키고 있음을 흙투성이 유니폼으로 증명했다.
2024년을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으로 마무리한 KIA는 지난 4일부터 일본 오키나와 킨 구장에서 마무리 훈련에 열심이다. 2025년 신인 선수 7명을 포함해 31명이 참가해 기초부터 차근차근 다지고 있다.
KBO 10개 팀 중 최다인 146개의 실책은 우승팀 KIA의 대표적인 약점으로 꼽혔다. KIA는 이 문제를 인지해 일본프로야구(NPB) 출신 미츠마타 타이키를 수비 인스트럭터로 초빙하기도 했다. 미츠마타는 2010년 오릭스 버펄로스에 입단해 주니치 드래곤즈를 거쳐 올 시즌 야쿠르트 스왈로즈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NPB 내에서도 뛰어난 내야 수비로 인정받은 선수로, 넓은 수비 범위와 안정감 있는 송구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 KIA에는 3루수 김도영(21), 유격수 박찬호(29), 2루수 김선빈(35)의 확고한 주전에 김규성(27), 박민(23), 윤도현(21) 등 백업들도 즐비하다. 하지만 박찬호가 2025시즌 이후 FA 자격을 갖추고 김선빈의 수비가 나날이 아쉬워지는 가운데 그들의 혹시 모를 수비 공백을 대신할 내야수가 마땅치 않다.
KIA 김두현(가운데)이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리고 있는 2024년 마무리캠프에서 내야 펑고를 받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
김두현은 그런 KIA 내야 수비의 질을 높여줄 선수 중 하나로 꼽힌다. 그는 수원신곡초-공주중-공주고-동원대 졸업 후 2024년 KBO 신인드래프트 11라운드 전체 106번으로 KIA에 입단했다. 유격수를 비롯한 안정적인 내야 수비를 인정받았다. 지난 9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23세 이하(U-23) 야구 월드컵에 대표팀에 선발됐고, 올해 1군 무대에 데뷔해 한국시리즈 대비 훈련에 참여했다. 정규시즌에서는 3경기 타율 0.400(5타수 2안타)을 마크했다.
KIA가 구단 공식 SNS를 통해 공개한 오키나와 캠프 훈련 사진 중에서도 유독 흙투성이가 된 김두현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펑고를 받느라 구르고 또 구른듯한 모습은 출국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각오한 마음가짐을 보여주는 듯했다.
김두현은 "프로에 온다는 건 소중한 것이다. 마지막에 들어온 만큼 이 기회가 정말 간절했다. 그만큼 더 많이 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내 살길이라 생각하고, 초심을 잃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프로에 오기 전까지 수비 하나만큼은 자신 있었던 김두현도 지난달 한국시리즈 대비 훈련에 참여하면서 또 다른 깨달음을 얻었다. 그는 "한국시리즈 대비 훈련 때 다들 열심히 하시는 걸 보고 정말 많이 배웠다. 내가 KIA에 소속된 게 행운이다 싶을 정도였다. 특히 (박)찬호 형이랑 함께 연습하면서 아직도 부족한 게 많다고 느꼈다. 조금 더 가다듬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KIA 신인 김두현이 지난 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마무리캠프를 떠나기 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
그러면서도 "수비만큼은 누구한테도 안 밀릴 자신 있다. 나는 수비를 잘해야 살아남는다 생각하기 때문에 더 파고들 생각이다"라며 "올해는 1년 차여서 가능성을 보여주는 데 그쳤다면 내년에는 진짜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타격에서도 공은 잘 맞히고 장타도 아예 없는 편은 아니다. 올해 (최)원준이 형과 (박)찬호 형이 좋은 말을 정말 많이 해주셨다"고 자신감을 잃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골키퍼를 자청해 할 정도로 막는 걸 좋아했던 그는 프로의 강한 타구에도 겁먹지 않았다. 김두현은 "나는 벽 같은 안정적인 수비를 한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어렸을 때부터 막는 걸 좋아했고, 대학교 때도 조기 축구에서 골키퍼로 나갈 정도로 공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고 강조했다.
일단 이번 마무리 캠프와 내년 스프링캠프에서 백업으로써 확실하게 수비 하나는 맡길 만하다는 인식을 1군 코치들에게 심어주는 게 1차 목표다.
김두현은 "(강습 타구가 많은) 3루나 2루도 편하다. 내 장점은 공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빠른 타구도 자신 있고 투박하지만 어떤 공이든 막아내고 따라갈 수 있다. 열정적으로 해보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