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의 존폐 위기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형마트의 공세도 모자라 온라인 쇼핑몰까지 확산되며 전통시장은 궁지에 몰린 지 오래다. 이러한 시대의 변화 속에 전통시장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일부 전통시장은 변화와 혁신을 통해 문화관광 중심지로 변모하며 성장의 선두에 서고 있다. 속초관광수산시장은 시설 현대화에 이어 닭강정과 아바이순대 등 특화 먹거리를 통해 연간 400만명을 유치하며 강원 대표 관광지로 거듭났다. 한물갔다는 소리를 듣던 진주논개시장은 지역 특화 수제맥주 ‘진맥’을 내세워 인플루언서 등을 대거 끌어모으며 핫플레이스로 급부상했다. 충북 단양구경시장도 특산물인 마늘을 활용한 먹거리로 도담삼봉과 사인암 등 단양8경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관광명소가 됐다. 정선아리랑시장은 강원 특산물과 아리랑이라는 지역 문화 콘텐츠를 접목해 작년에만 103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했다.
이들 전통시장의 공통점은 시대 변화의 흐름을 읽고, 혁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했다는 점이다. 상점 재정비와 함께 저마다 특화된 먹거리, 문화공연 등으로 소비자를 불러모았다. ‘이 시장에서만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게 있다’는 점을 각인시킨 결과다.
지역 고유의 먹거리와 문화 등을 활용한 콘텐츠는 쇼핑 외에 전통시장을 방문할 목적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테마가 없는 전통시장은 그저 지역민들만 찾는 상권에 지나지 않는다. 오늘날 소비자들은 물건을 구매하는 것 이상의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중시하며 거듭된 진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 단순 시설 개선에 그치지 않고 차별화된 콘텐츠 개발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분명 전통시장의 예스러움과 낭만적인 분위기는 모든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무기임이 틀림없다. ‘레트로 감성’이 충만한 MZ세대들이 이런 매력에 끌려 전통시장에 유입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반등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죽느냐 사느냐. 여전히 전통시장들은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이상헌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