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핵탄두 보유량 늘린다"…냉전 이후 30년 만에 핵전력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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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6.03.03 08:28 수정2026.03.03 08:28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핵추진 탄도미사일 잠수함 테메레르 옆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핵추진 탄도미사일 잠수함 테메레르 옆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럽의 안보 자립을 위해 냉전 종식 이후 30여년 만에 핵무기 보유량을 늘리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러시아의 위협과 미국의 안보 우선순위 변화에 대응해 '유럽 자체 핵우산'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2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르테메레르 핵잠수함이 배치된 일롱그섬 해군기지에서 "우리 억지력이 현재와 미래에도 확실한 파괴력을 유지하도록 보장하는 게 내 책임"이라며 "핵탄두 숫자를 늘리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다만, 추측을 방지하기 위해 구체적인 핵무기 숫자 정보는 공개하지 않겠다고 했다.

프랑스는 1990년대 초반 핵탄두 약 540기를 보유했으나 냉전 종식 이후 자발적으로 감축해 현재 약 290기를 갖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핵전력 확대의 배경으로 '러시아의 우쿠라이나 침공', '중국의 군사력 증강', '미국의 안보 우선순위 변경' 등을 꼽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우리가 (핵)무기를 사용해야 한다면 아무리 강력한 국가라도 자국을 보호할 수 없고 아무리 거대한 나라라도 회복할 수 없을 것", "자유로워지려면 두려움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의 새 핵교리에 영국·독일·폴란드·네덜란드·벨기에·그리스·스웨덴·덴마크가 동참한다며 핵무기 증강이 유럽 자체 핵우산 계획의 일환임을 명확히 했다.

그러면서 핵무기를 탑재한 자국 공군기의 동맹국 임시 배치를 허용하겠다며 유럽 국가들과 관련 협정 논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특히 1990년 동서독 통일 당시 미국·영국·프랑스·소련과 맺은 일명 '2+4 협정'으로 핵무기 개발이 원천 차단된 독일과의 협력이 눈에 띈다.

마크롱 대통령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이날 공동 성명에서 "교리적 대화와 전략적 협력을 조율하기 위한 고위급 핵운영 그룹을 만들었다"며 핵확산금지조약(NPT)을 비롯한 국제법 의무를 지키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양국 협력에 대해 "핵 억지력이 여전히 유럽 안보의 주춧돌이라는 공통 인식에 기반한다"며 "나토의 핵억지력과 핵공유 체계를 대체하지 않고 보강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언급한 다른 유럽 국가들도 적극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더 강력한 협력은 유럽의 억지력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며 "안타깝지만 앞으로 몇 년간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엑스(X·옛 트위터)에 "적들이 감히 우리를 공격하지 못하도록 동맹국들과 함께 무장하고 있다"고 적었다.

다만 미국과 러시아의 핵군축 협정인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이 지난달 종료된 가운데 마크롱 대통령의 선언이 핵보유국 사이 군비 경쟁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 프랑스사무소장 장마리 콜랭은 "핵보유국이 핵군축을 추진하도록 한 핵확산금지조약의 정신에 어긋난다"며 "러시아가 중대한 도발로 간주해 긴장이 고조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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