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관세 협상을 통해 다시 보는 초강대국,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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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9.16 15:55 수정2025.09.16 15:55

마켓리더의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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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호 아크미스자산운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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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 미국 정부가 사상 유례없는 수준의 상호관세 정책을 발표했을 때, 시장은 충격으로 급락했습니다. 이와 함께 투자자들은 의구심을 갖기도 했습니다. 미국이 아무리 강대국이라고 하더라도 전세계를 상대로 상식 밖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살아남을 수 있겠냐는 겁니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몇 차례 관세 부과를 유예하자, 일부에서는 TACO(Trump Always Chickens Out)이라며 조롱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무리한 도박을 벌이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단순한 정치 이벤트가 아니었습니다. 지난 수십년 간, 대부분의 국가들은 미국 시장에 대한 수출을 통해 막대한 무역흑자를 쌓아 왔습니다. 그러면서도, 각종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동원해 미국 제품의 자국 내 진입에는 직간접적으로 막아왔습니다. 이러한 관행을 미국이 불공정하다고 인식하기 시작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인이 되기 전부터 지속적으로 이 문제를 제기해 왔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미국은 영국과 유럽연합(EU) 그리고 일본과 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과 실질적인 관세 협상을 타결했습니다. 놀라운 점은 대부분 국가들이 15~20% 수준의 기본 관세를 수용했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EU와 일본 그리고 한국은 수백조원에 달하는 미국 투자를 약속하기까지 했습니다. 미국이 원하는 대로의 일방적인 결과지만 대부분의 국가들은 협상 타결에 안도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러한 협상 결과를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처음부터 미국이 협상의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미국이 모든 국가를 상대로 본인이 원하는 결과물을 얻어낸 것인데, 그 힘의 원천은 트럼프 대통령 개인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국가 자체의 구조적 경쟁 우위’에 있습니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소비시장을 포기할 생각을 가진 나라가 없었던 것입니다.

미국은 단일 국가로는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일 뿐 아니라, 군사력·기술력·금융 인프라 모두에서 독보적인 역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경제적·군사적 기반은 미국을 ‘포기할 수 없는 시장’으로 만들며, 그 누구도 미국 시장을 배제한 글로벌 전략을 세울 수 없게 만듭니다.

미국 시장에 대한 접근을 잃는 순간, 누구든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미국을 대체할 수 있는 수요처나 전략적 파트너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 없이는 아시아는 물론 유럽조차도 안보를 보장받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만해협 갈등 등을 통해서 이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4월 이후의 폭락장에서 많은 투자자들은 미국발 자금 유출과 달러 위기를 우려했습니다. 그러나 일련의 과정을 통해 드러난 미국의 절대적 협상력은 투자자들에게 미국이 단순한 ‘주요국 중 하나’가 아니라 글로벌 질서를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유일한 초강대국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켰습니다. 미국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협상 결과를 통해서 우리는 다시금 이 사실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투자자들은 여전히 미국 주식시장이 "비싸다"고 하며 투자를 망설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압도적인 국가경쟁력과 글로벌 협상력을 감안할 때, 미국 시장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다른 국가에 비해서 조금 더 높다는 이유로 ‘고평가’라고 보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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