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AI 버블론과 메모리 반도체, 그리고 한국 시장의 상대 강세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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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12.04 16:00 수정2025.12.04 16:00

[마켓칼럼] AI 버블론과 메모리 반도체, 그리고 한국 시장의 상대 강세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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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칼럼] AI 버블론과 메모리 반도체, 그리고 한국 시장의 상대 강세 전망

[마켓칼럼] AI 버블론과 메모리 반도체, 그리고 한국 시장의 상대 강세 전망

박병창 교보증권 이사

2022년 11월 30일 '챗지피티'가 발표되며 세상의 화두는 인공지능(AI)이 되었다. 엔비디아는 2023년 1월 상승하기 시작하여 3년간 주당 14달러에서 고점 212달러까지 상승했다. 엔비디아의 큰 폭 하락 조정은 25년 1월 10일 딥시크가 발표되면서다. 당시 1분기 동안 고점대비 저점 기준으로 약 43%의 하락이 있었다. 중간에 AI 버블론이 있었지만 다른 AI 관련주들은 하락해도 엔비디아는 흔들리지 않았다. 지난 10월 오픈 AI의 개발자 회의 후 다시한번 AI 거품론이 시장을 흔들어 놓았다. AI 기업들의 순환출자와 하이퍼스케일러들의 대규모 자본지출, 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한 회사채 발행 등이 시장의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오픈 AI는 AMD와 대규모 장기 계약 및 지분 구조 계약, 오라클과 5년간 3000억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계약, 브로드컴과 100억달러 규모 칩 설계 계약,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고대역폭메모리(HBM) 계약들을 발표했다. AI 인프라 구축에 MS 800억달러, 아마존 1250억달러, 알파벳 910억달러 등의 대규모 투자 발표를 했으며 향후 3년 이내에 총 3조달러에 이르는 투자가 집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구글(250억달러), 메타(300억달러), 오라클(180억달러) 등의 채권 발행이 발표되며 자본지출과 수익창출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게 되었다. 미래 모멘텀 중심의 ‘버블’을 형성하며 순환형 자금 조달 및 지분 교차 모델의 결합이 결국 버블 붕괴를 만들었다는 2000년 IT 버블 붕괴를 기억속에서 소환하게 된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AI 하이퍼스케일러, 결국 오픈 AI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이라며 “오픈 AI의 막대한 자본 지출 순환 때문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버블은 기대 수익이 실제 펀더멘털 보다 훨씬 앞질러 갔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테크 기업들의 미래 수익 확인없이 막대한 자본지출은 거품 징후다. 버블붕괴는 자산 가격이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급등 후 폭락을 겪는 현상이다. AI는 전형적인 버블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불확실성이 높고, 기술적 신비감이 크며, 세상을 바꿀 서사가 강하다. 빅테크들은 수익성 보다는 점유율 확보에 집착하며 자본지출 경쟁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우려가 기술주들의 하락을 이끌고 있는 사이, 지난달 18일 구글은 ‘제미나이 3.0’을 공개했다. 시장이 놀란 것은 구글의 자체 칩 탠서처리장치(TPU)를 사용한 제미나이 3.0의 성공이었다. 구글은 지금까지는 구글 클라우드에서만 사용했으나 이제부터는 고객 데이터센터에도 설치한다고 발표했으며, 2027년부터 ‘메타 데이터센터에 TPU 대량 설치 검토’가 보도되며 시장은 또 한번 놀라게 되었다. 저렴한 가격, 보안 규제로 고객들은 맞춤형 칩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구글 TPU의 시장의 평가는 에너지 효율이 높고, 메모리 연산 성능은 블랙웰 수준으로 높아 독자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빅테크 기업들의 전략과 맞물리며 향후 맞춤형 반도체 및 AI 컴퓨팅 시장에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고 본다.

UBS는 "AI 패러다임이 인프라 구축에서 캐시 플로우"로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AI 인프라 구축은 어느 정도 진행이 되었고, 이제 투자를 어떻게 현금흐름으로 회수할 것인가에 관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얘기다. AI가 지난 3년간 실험단계와 배포단계 였다면, 이제는 응용단계에 와있다. AI를 실제 활용해 매출을 확대하고 비용을 절감하며 현금흐름을 개선할 수 있는 사용자 기업으로 AI 사이클의 이동하고 있다. 하드웨어의 가격이 하락 안정화되면서 기술의 제품 및 서비스화가 진행되고 그 과정에서 기업들이 수익으로 연결시키지 못하면 소위 ‘ 캐즘’ 이 발생하는 것이다.

과거 인터넷 혁명으로 IT 버블이라는 대세 상승의 시기가 있었지만, 인프라 투자에 집중한 기업들이 수익과 연결하지 못했다. 수년이 지나서 결국 인터넷의 활용을 통한 전자상거래, 다양한 앱, 스마트폰 등등의 산업이 고성장을 하였지만 당시에는 부도가 나는 기업들마저 속출하는 버불 붕괴가 있었다. 이제 시장은 그 지점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AI 랠리의 고점은 아직은 아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버블 논쟁은 존재하나 밸류에이션. 이익모멘텀 등은 역사적 피크와 거리가 있고, 반도체 소프트웨어 공급 제약을 볼 때 조기 붕괴 가능성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TSMC 최고경영자(CEO)는 첨단 공정 캐파는 현재보다 3배 이상 더 필요하다고 말한다. AI칩 수요 급증에 대비하기 위해 기존 계획 대비 2나노 공장 3곳을 추가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구글 AI 인프라 총책임자는 "6개월마다 처리 용량을 2배씩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향후 4~5년 안에 현재보다 1000배 많은 컴퓨팅 능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결국 블랙스완은 AI모델 훈련의 개선, 전력 부족, 자금 조달 압박 등으로 오히려 데이터센터 자본지출이 현재 예고된 것 보다 줄어들 경우가 될 것이다.

2023년부터 글로벌 주도 섹터는 AI 반도체였으며 엔비디아를 선두로 한 관련 종목들의 급등이 있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 섹터는 상승대열에 합류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삼성전자의 HBM 진입 실패와 낸드플래시 부진 등으로 이익 성장의 가시화 부족이었다. 지난 9월 이후 한국의 반도체 섹터는 급등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반도체 업사이클이 시작된 것이다. AI 서버에서 일반 서버로의 확산, AI HBM 수요로 인한 디램, 낸드 등 메모리 공급 부족 현상이 가격 상승을 이끌었고 생산 업체들은 여전히 증설에는 적극적이지 않다. 데이터센터향 범용 AI 반도체 수요에서 TPU를 비롯한 맞춤형 반도체로 이동하는 내년에는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가 더욱 확대될 것이다. 12월 메모리 고저가격이 최대 100% 상승하고, PC 범용 디램인 DDR4 8기가의 평균 고정거래 가격은 8.1달러가 되었다. 그러한 흐름을 바탕으로 내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약 180조원으로 추정한다.

2023년 본격 시작된 AI 랠리는 실험단계와 배포단계를 3년간 거쳐오며 이제는 응용단계에 접어들었다. AI 기술이 적용된 제품과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범용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코스피는 AI 랠리의 후반에서 더욱 빛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시장 밸류 정상화를 위한 정부 정책과 큰 폭의 이익 성장이 전망되는 2026년엔 글로벌 주요 시장 대비 상대적으로 코스피의 강세를 기대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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