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06월12일 17시19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송재민 기자] 멀티플렉스 업계 2, 3위인 메가박스와 롯데시네마가 전격 합병을 추진하고 있지만, 재무적 투자자(FI) 유치가 지연되면서 합병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양사가 FI 확보에 실패할 경우 합병이 무산되거나 일정이 전면 재검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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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을 찾은 관객들이 영화 티켓을 구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12일 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지난 5월, 극장 운영과 영화 투자·배급 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략적 제휴를 골자로 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공동 경영 체제에 나서기로 했다. 이후 합작법인(JV) 설립 및 FI 유치를 거쳐 본격적인 통합 절차를 밟겠다는 구상이지만, 시장의 반응은 예상보다 차갑다.
무엇보다 FI 확보가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 발목을 잡고 있다. 양사가 계획한 통합 스토리라인에 대한 신뢰도가 시장에서 낮게 평가되고 있고, 극장 산업 자체에 대한 미래 수익성도 불투명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글로벌 전략적 투자자(SI)들 상당수가 투자 검토 단계에서 ‘리스크가 크다’며 고개를 젓고 있다는 전언이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FI 유치 여부가 합병 성사의 최대 변수로 떠오른 상태”라며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을 경우, MOU 단계에서 멈추고 실질적 통합은 유보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양사의 재무 상태도 부담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메가박스중앙의 2024년 말 기준 부채비율은 824.7%에 이르며, 차입금의존도는 70.5%로 높은 수준이다. 롯데컬처웍스 역시 2023년 말 기준 부채비율이 945%에 달했으나, 모회사 롯데쇼핑의 자금 지원으로 최근 자본잠식 상태에서는 벗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여전히 독자적인 외부 자금 조달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FI 유치 실패 시 재무구조 악화는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 상황도 녹록지 않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관객 수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긴 하나, 극장 산업 전반의 성장 정체와 OTT 플랫폼 확산 등으로 장기적 수익성에 대한 회의론이 여전하다. 여기에 과거 멀티플렉스 산업에 대한 FI 투자 성과가 미진했던 점도 시장의 보수적 태도를 부추기는 요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병이 성사될 경우 기대효과는 작지 않다. 메가박스와 롯데시네마가 통합되면 전국 240여 개 극장, 1600여 개 스크린을 보유하게 돼 단숨에 CJ CGV를 제치고 국내 멀티플렉스 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서게 된다. 또한 영화 투자·배급 역량 강화와 콘텐츠 제작사와의 협업 확대 등을 통해 중장기 시너지 확보도 가능하다는 평가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합병을 통해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것 자체는 상징적 의미가 크지만, 실질적인 통합 효과를 내려면 FI 유치를 통한 자금 안정성과 미래 성장 전략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FI 확보에 차질이 생기면 일정 지연은 물론이고, 합병 구조 자체가 수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