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홍콩계 사모펀드 앵커에쿼티파트너스(이하 앵커PE)가 호텔신라, 로레알과 함께 설립한 합작법인 ‘로시안(LOSHIAN)’에서 투자금을 회수했다. 로시안의 사업 종료를 통지한 로레알 측에 앵커PE가 호텔신라와 함께 주식매수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로시안 투자마저 성과 없이 마무리되면서, 앵커PE에 대해00 ‘마이너스의 손’이라는 평가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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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시안이 운영했던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시효’ 관련 이미지. (사진=로시안) |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앵커PE는 지난 1월 로시안 투자 지분에 대해 풋옵션을 행사하고 로레알에 전량 매각했다. 공동으로 투자한 호텔신라 역시 풋옵션 행사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로레알과 앵커PE, 호텔신라는 주주간 계약에 따라 올해까지 로시안에 총 289억원을 출자할 예정이었다.
로레알은 로시안 투자 조건으로 호텔신라와 앵커PE에 풋옵션을 부여한 바 있다. 당초 로레알은 지분 매각 규모와 기간을 두 차례로 나눠 설정했으나 사업 철수 의사를 밝히면서 풋옵션 일정을 앞당겨 양측 지분을 일괄 인수한 것으로 보인다. 로시안의 지분 구조는 로레알 40%, 호텔신라와 앵커PE 각각 30%로 구성됐다.
로시안은 지난 2022년 글로벌 화장품 기업 로레알의 주도하에 호텔신라와 앵커PE가 투자한 합작회사로 럭셔리 브랜드 ‘시효’를 운영했다. 시효는 스킨케어와 헤어케어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며 등장 당시 많은 관심을 받았으나 소비 둔화와 경쟁 심화 등 불확실성을 극복하지 못하면서 부진에 빠졌다.
실제 로시안은 지난 2023년과 2022년에 각각 81억원, 2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은 2023년 기준 8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실적은 로시안이 시효 브랜드 철수와 함께 법인 청산을 결정하면서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앵커PE가 이번 풋옵션 행사로 사모펀드계의 ‘마이너스 손’이라는 오명을 씻기 더욱 어려워졌다고 보고 있다. 초기 투자금은 회수했지만, 기대했던 수익 실현에는 실패했고, 실질적인 성과 없이 철수했기 때문이다. 잇따른 투자 부진 속에 로시안 사례까지 실패로 귀결되면서, 앵커PE의 포트폴리오 전략 전반에 대한 재평가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앵커PE는 국내에서 투썸플레이스와 지오영 외에 포트폴리오에서 투자금 회수에 난항을 겪고 있다. 투자한 기업 대부분이 앵커PE 투자 이후 부진을 거듭하며 위기에 직면하면서 사모펀드계의 ‘마이너스 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앵커PE가 지난 2021년 경영권을 확보한 밀키트 기업 프레시지는 팬데믹 당시 급성장하며 유니콘 후보로까지 거론됐지만, 코로나19 엔데믹 전환 이후 시장 자체가 위축되며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카카오그룹과의 투자 협력 관계도 난항을 겪고 있다. 앵커PE가 투자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최근 불거진 사법 리스크의 여파로 당초 계획했던 자금 회수 전략에 차질이 빚어졌다.
2015년 인수했던 이커머스 플랫폼 티몬은 실적 부진 속에 큐텐그룹에 매각됐지만, 큐텐마저 ‘티메프’ 사태로 경영난에 빠지면서 자금 회수가 불투명해졌다. 앵커PE는 티몬 매각 대가로 큐텐과 큐익스레스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 다른 투자처인 마켓컬리 역시 기업가치 하락과 IPO 지연 등으로 인해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앵커PE 측은 “투자 건에 대한 별도의 코멘트는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앵커PE의 주요 기업 투자 금액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약 1조5950억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