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BBB급 회사채 ‘반토막’…한진 미매각이 드러낸 수요 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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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 400억 모집에 440억 주문…1년물 10억 미매각
‘긍정적’ 전망에도 희망금리 상단서 모집액 못 채워
리테일 이탈·하이일드 펀드 위축…BBB+ 발행 61% 급감
우량채는 흥행·비우량채는 외면…회사채 양극화 심화

  • 등록 2026-07-20 오후 6:08:01

    수정 2026-07-20 오후 6:08:01

[이데일리 마켓in 김연서 기자] 한진(BBB+)이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일부 미매각을 기록하면서 중앙그룹 사태 이후 확산한 BBB급 회사채 투자심리 위축이 현실화했다. 기업의 펀더멘털 문제라기보다 BBB급 채권을 떠받쳐 온 개인투자자와 공모주 하이일드 펀드의 매수세가 동시에 약해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소공동 한진빌딩 전경. (사진=한진그룹)
서울 소공동 한진빌딩 전경. (사진=한진그룹)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진은 지난 14일 총 400억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44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800억원까지 증액할 계획이었지만, 1년물에서 일부 미매각이 발생했다.

트랜치(만기)별로는 1년물 200억원 모집에 190억원이 들어와 10억원이 미매각됐다. 1.5년물은 200억원 모집에 25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전체 주문액은 모집액을 웃돌았지만 만기별 수요예측을 별도로 진행하기 때문에 1년물에서 미매각이 발생한 것이다.

'긍정적' 한진도 미매각…BBB급 수요 기반 흔들

시장에서는 한진의 미매각을 개별 기업의 펀더멘털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한진은 BBB+급 가운데서도 신용등급 전망이 '긍정적'으로 부여돼 있어 상대적으로 우량한 발행사로 평가받아 왔다. 그럼에도 1년물이 희망금리밴드 상단에서도 모집액을 채우지 못하면서 BBB급 전반의 수요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BBB급 회사채를 지탱해 온 개인투자자와 공모주 하이일드 펀드의 매수세가 동시에 약화한 것이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다. 제이알글로벌리츠와 중앙그룹 관련 디폴트 사태를 거치며 개인투자자들이 BBB급 채권 투자를 기피하기 시작한 데다, 기업공개(IPO) 시장 부진으로 공모주 우선배정 혜택을 노린 하이일드 펀드로의 자금 유입도 크게 줄었다.

BBB급 회사채의 절대금리 매력이 약화한 점도 부담이다. 과거에는 높은 금리가 신용위험을 감수할 유인으로 작용했지만, 최근에는 위험 대비 금리 매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인식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크레딧 업계 관계자는 "한진은 BBB+급 중에서도 신용등급 상향 가능성이 거론되는 발행사인데 1년물에서 미매각이 발생했다"며 "개별 기업의 신용도 문제라기보다 리테일과 하이일드 펀드 등 BBB급 채권의 전통적인 수요 기반이 약해진 영향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BBB+ 발행 61% 급감…순발행서 순상환 전환

BBB급 회사채 시장의 위축은 발행 규모에서도 확인된다. 본드웹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발행된 BBB+급 회사채는 26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65억원보다 60.9% 감소했다. 사실상 절반 이하로 쪼그라든 셈이다.

반면 BBB+급 회사채 상환액은 지난해 상반기 432억원에서 올해 560억원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상반기에는 233억원의 순발행을 기록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300억원 순상환으로 전환했다. 신규 발행은 줄어든 가운데 기존 회사채 상환 규모가 늘면서 BBB급 기업의 공모채 시장 접근성이 크게 떨어진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BBB급 기업의 공모 회사채 조달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디폴트 사태의 충격이 잦아들고 투자심리가 안정되면 기업별 재무구조와 실적에 따른 차별화가 다시 나타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AA급 흥행·BBB급 미매각…양극화 심화

우량채와 비우량채 사이의 양극화도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 같은 시기 수요예측에 나선 키움증권(AA·안정적)은 모집액을 크게 웃도는 주문을 확보한 반면, 한진은 일부 미매각을 피하지 못했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요예측에 나선 키움증권은 모집 예정금액을 상회하는 자금을 확보한 반면 한진은 일부 미매각이 발생하며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시장금리에 반영되면서 현재 크레딧물은 높아진 금리 수준을 바탕으로 캐리 매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기준금리 인상 시기와 횟수에 대한 경계감은 남아 있지만 급격한 금리 상승 가능성은 제한적인 만큼 캐리 투자 수요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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