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석 잦은 학생 지도 과정에서 민원
日 최대 12번까지 항의성 전화 받아
사망 전까지 학생에게 “학교 나와라”
유족 “지도 노력이 협박으로 돌아와”
23일 제주시의 한 장례식장에서 만난 숨진 40대 남성 교사의 아내는 이렇게 말했다. 학생 민원에 시달리던 해당 교사는 전날 오전 0시 46분경 자신이 근무하던 중학교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교사의 아내와 친척에 따르면 해당 교사는 올해 제주시 모 중학교에서 3학년 담임을 맡으면서부터 협박성 민원에 시달렸다. 자신이 담임으로 있는 반의 한 학생이 학교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는가 하면 무단결석도 잦아 지도에 어려움을 겪었다.
숨진 교사는 해당 학생에게 출석을 독려하는가 하면 병원 진단서 제출을 통해 최대한 출결을 맞추려 했다. 하지만 학생의 누나가 숨진 교사에게 전화해 “(동생에게) 언어폭력을 한다”, “인터넷에 올리겠다”, “학교에 찾아가겠다” 등 민원을 제기했다. 많을 때는 하루에 12번이나 전화를 하기도 했다. 이후 학생의 누나는 제주도교육청에도 민원을 접수했다.유족이 공개한 숨진 교사의 카톡 내용을 보면 사망 전날까지 해당 학생을 포기하지 않고 “누나에게 잘해라”, “아프면 병원 들러서 학교 와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숨진 교사의 아내는 “사망 일주일 전부터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하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며 “학생을 위해 노력한 남편이 정작 그 노력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 오열했다.
제주도교육청은 23일부터 25일까지 도 교육청 앞마당에 숨진 교사를 추모하기 위한 분향소를 운영하고 있다. 김광수 제주도 교육감은 “애끓는 마음으로 사랑하는 이를 보내야만 하는 유가족 여러분들에게도 삼가 조의를 표하며 같이 생활해 온 동료 교사들과 학생들에게도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며 “교사들과 학생들의 정서적인 안정을 위해 정서 회복 지원에 최선을 다하고 필요한 경우 전문가 상담 및 심리치료 지원도 해 나가겠다”고 했다.
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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