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 시끄러워. 귀 아파 죽겠네. 난리다 난리"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신의 형사재판 첫 공판기일에 출석한 가운데, 집회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이 주최한 윤 전 대통령 엄벌 및 재구속 촉구 기자회견과 윤 전 대통령 파면을 반대하는 지지자들의 집회가 맞물리면서다. 현장에서 만난 법원 직원들과 인근 주민들은 소음에 눈살을 찌푸리는 등 불편을 호소했다.
◇ 소음으로 뒤덮인 서울중앙지법 앞
14일 오전 9시께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동문 앞에서 비상행동 측이 마이크를 들고 기자회견을 시작하자 빨간 볼 캡을 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확성기를 들고 소리 지르며 '맞불'을 놓았다. 지지자들은 "빨갱이래요"라며 노래를 부르는가 하면 "짱깨(중국인을 비하하는 말)는 나가라", "민주당은 공산당" 등의 발언을 내뱉었다.
윤 전 대통령을 향한 지지 구호가 울려 퍼지자, 비상행동 측도 지지 않겠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순식간에 현장은 누가 더 크게 외치느냐를 놓고 벌이는 소리 싸움으로 번졌다.
오전 9시 15분께에는 기자회견 내용과 집회 구호를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였다. 경찰은 기자회견 인근에서 소리를 지르는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을 향해 "기자회견 방해하면 안 된다"라는 말로 제재하는 모습이었다.
서울중앙지법 동문 앞 혼잡이 가중되자 경찰은 집회 참여자들을 법원 동문 맞은편 인도로 이동시켰다. 이 과정에서 한 60대 여성 윤 전 대통령 지지자는 확성기에 대고 경찰에게 "왜 내 몸에 손을 대냐. 손대지 말라"며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인근 경찰들은 이 모습을 채증했다.
◇ '30만원짜리' 거대 확성기도 등장
법원 맞은편으로 이동한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번엔 마이크를 든 경찰과 대치하는 모습이었다. 확성기를 든 한 지지자가 "우리가 비상행동보다 먼저 왔는데 왜 우리를 쫓아내느냐"며 항의하자 경찰도 마이크에 대고 "현행법상 법원 100m 안에서의 집회는 금지"라고 알렸다.
지지자들은 맞은편에서 '사기 탄핵 규탄'을 주제로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사람 상체 크기의 대형 확성기도 등장했다. AG SOUND사의 'AG-119' 제품인 해당 확성기는 인터넷에서 약 3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다른 지지자들도 한 손에는 확성기를, 다른 손에는 태극기나 피켓을 들고 집회에 참여했다.
지지자들의 기자회견이 열린 동문 맞은편 인도 인근 상가에서는 소음 피해를 호소했다. 인근 카페에서 만난 한 시민은 "급하게 회의가 잡혀서 카페 들어와서 줌(zoom)을 켰는데, 마이크에서 확성기 소리가 그대로 들어와서 깜짝 놀랐다"며 "이 정도로 시끄러운 줄은 몰랐다"고 호소했다.
한편 이날 윤 전 대통령은 공판 시작 10분 전인 오전 9시 47분께 차를 타고 서울중앙지법에 등장했다. 윤 전 대통령은 법원 일반 출입구가 아닌 지하 주차장을 통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법정으로 올라갔다.
이날 서울중앙지법은 동문 외 모든 출입문이 폐문된 상태였다. 법원 직원들은 동문에서 중앙지법 안으로 들어가는 인원이 법원 소속인지 출입증을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동문 입구엔 '2025. 4. 14.(월) 24:00까지 진입 금지'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이민형 한경닷컴 기자 mean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