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 유서깊은 두 서당…그 건축학적 가치와 공동체적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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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장흥군 용산면 금곡마을에 자리한 영광 김씨 문중의 서당 관수재. 한옥문화원 제공

전남 장흥군 용산면 금곡마을에 자리한 영광 김씨 문중의 서당 관수재. 한옥문화원 제공
전남 장흥군 용산면 금곡마을 뒤 금화산 자락에는 ‘문향(文鄕)’ 장흥을 빛낸 두 서당이 자리하고 있다. 지금도 고색창연한 관수재(觀修齋)와 여곡재(餘谷齋)가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두 서당은 직선거리로 약 300m 떨어져 있으며, 마을의 80대 이상 주민들 대부분은 이 서당에서 천자문을 배우고 사서삼경을 익혔다고 한다. 관수재는 마을 서쪽에 있어 서재(西齋), 반대편의 여곡재는 동재(東齋)로 불렸다.

관수재는 1602년 영광 김씨 문중이 세운 초옥 형태의 서실로, 1869년 후손들이 기와집으로 개축했다. 조선 후기 호남의 대표 유학자인 노사 기정진(1798~1879)이 서당 명칭을 ‘관수재’로 지었다. 그는 금곡서재기(金谷書齋記)에서 “손님과 벗을 맞이하고 종족이 모여 아이들을 가르치며 이야기할 장소가 없어 부득이하게 산을 사들여 공사를 시작했다”고 중수 이유를 밝혔다.

여곡재는 1865년 인천 이씨 문중이 세운 강학소다. 초옥으로 시작해 1889년 기와 지붕으로 개축되었으며, 정면 4칸, 측면 2칸 구조로 지어졌다. 이곳에서는 학문과 덕망이 뛰어난 훈장들이 문중 자제와 인근 척산, 장전마을 학동들을 가르쳤다. 여곡재 상량문에는 “여러 아비와 자식이 자고 일어나며 형제들이 서로 도와 학문을 닦고, 사방에 수신(修身)에 노력하는 친구들이 있으니 즐겁지 않겠는가. 단청을 바른 것은 자손을 위해 계획한 것으로 건물이 장대하고 수려한 것만 바란 것은 아니다”라고 적혀 있다.

관수재에서 300m 떨어진 곳에 지어진 인천 이씨 문중의 서당 여곡재. 한옥문화원 제공

관수재에서 300m 떨어진 곳에 지어진 인천 이씨 문중의 서당 여곡재. 한옥문화원 제공
조선 후기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사설 교육기관으로 큰 역할을 했던 장흥의 문중 서당 두 곳을 조명하는 학술 행사가 열린다. 사단법인 한옥문화원은 23일 오후 2시 장흥군민회관에서 ‘관수재‧여곡재 건축적 가치와 활용 방안’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안경호 도시건축사사무소 대표는 ‘관수재‧여곡재의 건축적 의미’를, 박종오 남도민속학회장(전남대 호남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은 ‘금곡마을 서당 문화자원 활용화 방안’을 주제로 각각 발표한다. 이후 김왕직 국가유산위원회 민속유산분과위원장이 좌장을 맡아 토론이 진행된다. 토론에는 김상찬 한들문화이사장, 김태식 국토문화유산 전문위원, 신웅주 국가유산위원회 사적분과위원, 장명희 한옥문화원장이 참여한다.

이번 학술대회는 두 서당의 건축학적 특징에 주목한다. 비록 서당으로서의 기능은 멈췄지만, 두 건물은 조선 후기 기와 건물의 모습을 비교적 온전히 유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당시 향교나 서원처럼 엄격한 배치 구조가 아닌 자유로운 형식으로 지어진 점이 특징이다.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두 서당은 가운데 방을 두고 양쪽에 대청과 누마루를 두었으며, 처마 아래에 화장실을 설치한 점이 눈에 띈다. 특히 관수재는 큰방을 어린 학생, 작은 방을 성년에게 배정하는 등 공간을 용도에 따라 구분했으며, 두 서당 모두 접객용 온돌방을 따로 마련했다.

지붕은 이중지붕(겹지붕) 구조로, 덥고 습한 남부지방의 기후 특성을 고려한 설계다. 대류현상을 유도해 공기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지붕 하부와 천정 속 목재가 쉽게 변질되지 않도록 했다.이번 학술대회는 관이 아닌 금곡리 주민들과 출향인사들이 주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학술대회를 기획한 출향인 이종득 씨(57‧인천 이씨 장흥남면파 36세손)는 “주민들이 마을에 유서 깊은 서당이 두 곳이나 있다는 것을 무척 자랑스러워하신다”며 “서당 건축물을 조사하면서 교육문화유산으로서 건축과 공동체적 의미가 크다는 것을 알게 됐고 앞으로 인성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학술대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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