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나는 정말로 타살됐나...다시 고조되는 음모론[이석무의 세상 속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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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5년 만에 당시 의료진 과실치사 혐의 가리는 첫 재판
아르헨 검찰 "마라도나는 명백한 타살...누군가 의료진 조종"
의료진 측 "마라도나가 자택 치료 원해...예상못한 심장마비가 사인"

  • 등록 2025-03-16 오전 11:53:35

    수정 2025-03-16 오후 12:20:58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아르헨티나가 낳은 세계적인 축구스타 디에고 마라도나가 세상을 떠난 지도 벌써 5년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마라도나는 저 세상에서도 편안하게 눈을 감지 못하고 있다. 그의 죽음과 관련된 진실공방이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생전 디에고 마라도나의 주치의를 맡았던 레오폴도 루케가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을 받기 위해 아르헨티나 법정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AFPBBNews
아르헨티나 축구팬이 디에고 마라도나의 사망과 관련한 재판장 앞에서 의료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AFPBBNews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이끈 ‘축구영웅’ 디에고 마라도나. 사진=AFPBBNews

마라도나는 2020년 11월 25일(이하 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 근처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같은 달 초에 뇌출혈 수술을 받고 회복 중 갑작스레 심장마비가 찾아왔다. 정확한 사인은 심부전과 급성 폐부종이었다. 당시 그의 나이는 60살에 불과했다.

마라도나를 신적인 존재로 여기는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그의 사망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이건 더 큰 음모와 불행의 시작일 뿐이었다.

아르헨티나 검찰은 마라도나가 숨진 뒤 그를 치료했던 의료진의 과실 여부를 조사해달라고 현지 의료위원회에 요청했다. 20명의 관계자로 이뤄진 의료위원회는 조사 결과 의료진이 마라도나가 건강이 안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제대로 된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위원회는 7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통해 “마라도나가 사망 12시간 전부터 위중한 상태였지만 해당 시간 동안 ‘적절한 모니터링’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마라도나가 자택이 아닌 의료 시설에서 치료를 받았더라면 생존 가능성이 더 높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르헨티나 검찰은 이를 근거로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의료진을 기소했다.

재판에 넘겨진 의료진은 신경 외과의사인 레오폴드 루시아노 루케, 정신과 의사인 아구스티나 코사초프를 포함해 심리학자, 의료 코디네이터, 간호 코디네이터, 의사, 야간 간호사 등 7명이다. 물론 피고인들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들의 변호인인 마라 디지우니는 “마라도나가 퇴원 후 집에서 치료받겠다고 했다”며 “마라도나가 예상하지 못한 심장마비를 일으켜 사망한 것이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그전까지는 법정 밖에서 진실 공방이 펼쳐졌다. 그러다 지난 11일 부에노스아이레스주(州) 산이시드로 3형사법원에서 마라도나 치료를 담당했던 의료진 7명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아르헨티나 검찰은 재판부 앞에서 마라도나가 숨지기 직전 침대에 누워 있던 모습을 담은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 마라도나의 입에는 튜브가 매달려 있었다. 그의 배는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올라 있다.

재판을 맡은 파트리시오 페라리 검사는 “우리는 마라도나를 희생자로 둔 범죄의 한 장면을 보고 있다”며 “피고인들은 마라도나의 집에서 공포의 극장을 연출한 공모자들이며 마라도나의 생명을 그냥 운명에 맡겼다”고 주장했다.

이번 재판의 핵심은 왜 마라도나가 상태가 위중한데도 병원이 아닌 자택에서 치료를 받았는지가 될 전망이다. 만약 권고에도 불구, 마라도나가 집에 머물면서 치료받겠다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면 의료진의 책임은 그만큼 가벼워진다.

재판은 최소 7월까지는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가족·친구·의료관계자·언론인 등 100명 이상의 증인이 재판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종적으로 유죄가 인정될 경우 피고인들은 최대 2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마라도나의 가족을 대리하는 페르난도 불란도 변호사는 첫 공판을 마친 뒤 현지언론과 인터뷰에서 “마라도나는 명백히 살해당했다. 어두운 그림자 속 누군가가 의료진을 조종해 그를 죽이라고 한 것”이라며 “마라도나의 사망에는 어두운 면이 있다. 마라도나의 죽음을 통해 경제적인 이익을 얻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누가 배후에 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반면 의료진의 변호를 맡고 있는 디지우니 변호사는 “주치의를 비롯한 의료진은 마라도나의 건강에 대해 깊고 가장 최신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2019년부터 마라도나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의사였다”면서 “이들이 치료를 맡을 당시 마라도나에게 큰 위험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날 재판이 열리는 법원 앞에선 수백 명의 시위대가 몰려 혼란을 빚기도 했다. 이들은 “살인자”, “신을 위한 정의” 등을 외치며 마라도나를 추모하는 동시에 의료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마라도나는 아르헨티나가 낳은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 중 한 명이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가 우승을 차지할 당시 주역이었다.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만년 하위팀 나폴리를 단숨에 유럽 최정상으로 이끄는 마법 같은 활약을 펼치기도 했다. 은퇴 후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선 아르헨티나 대표팀 감독을 맡아 팀을 지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축구 안팎 인생은 논란의 연속이기도 했다. 최고의 순간이었던 멕시코 월드컵 당시 잉글랜드와 8강전에서 상대 골키퍼와 공중볼을 경합하던 도중 왼손 주먹으로 공을 처넣었다. 당시 주심은 그 장면을 보지 못했고 득점을 인정했다.

잉글랜드 선수들은 격렬하게 항의했지만 그때는 지금처럼 VAR(비디오판독 시스템)이 갖춰진 것이 아니었다.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고 이후 마라도나는 월드컵 역사상 가장 뛰어난 골 중 하나인 약 70m 단독 드리블 득점을 터뜨리며 월드컵의 역사를 다시 썼다.

경기가 끝난 뒤 마라도나는 논란이 된 첫 번째 골에 대해 “신의 도움과 내 헤딩 덕이 골을 넣었다”고 사실상 반칙을 인정했다. 이후 그 골은 ‘신의 손’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마라도나의 선수 인생이 늘 화려하고 평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선수 생활 후반기 코카인 중독으로 고생했다. 1991년에는 도핑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이 나와 15개월 동안 선수 생활 금지 징계를 받기도 했다.

은퇴 후에는 마라도나는 수십 년 동안 건강 문제로 고통을 겪었다. 비만, 알코올 중독, 코카인 중독과 싸웠다. 사망한 뒤 부검 결과 상당한 양의 향정신성 의약품 성분이 발견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마라도나 시신은 현재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인근 개인 묘지에 안장돼 있다. 그의 자식과 형제들은 마라도나가 남긴 약 700억원에 이르는 유산을 놓고 긴 법정 다툼을 이어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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