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준열 "마스터피스 나오면 배우 그만두지 않을까?"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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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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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적으로 만족하는 작품이 나오면, 배우 생활을 그만하지 않을까 싶어요. 흔히 말하는 마스터피스 말이죠."

질문도 많고 의심도 많다. 배우 류준열은 자신을 '물음표 살인마'라고 표현했다. 그는 "연기에 대한 아쉬움, 후회, 괴로움이 다음 작품에 대한 에너지로 좋게 넘어가는 것 같다. 제 작품을 좀 어렵게 아쉽게 보는데, 다음 작품이 더 좋아질 수 있는 계기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26일 서울 중구 앰버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만난 류준열은 넷플릭스 영화 '계시록' 공개 이후 자신에게 쏟아진 호평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저는 늘 후회투성이다. 그래서 작품을 잘 못 본다. 후시 하면서 볼 기회가 있었는데 잘 안 보려고 했다. 극장에서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시사 때 한번 본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늘 아쉬움이 남는다"고 털어놨다.

넷플릭스 영화 '계시록'은 실종 사건의 범인을 단죄하는 것이 신의 계시라 믿는 성민찬 목사(류준열)와 죽은 동생의 환영에 시달리는 실종 사건 담당 형사 이연희(신현빈)가 각자의 믿음을 쫓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인간 본능에 대한 날카로운 화두로 늘 새로운 화두를 꺼내며 '연니버스'(연상호+유니버스)라는 세계관을 구축해온 연 감독이 인간의 믿음과 신념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 작품은 공개 3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영화 비영어 부문 1위에 등극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류준열은 5분 전 이 소식을 들었다며 "얼떨떨하다. 지금 잠이 덜 깬 게 아니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확실히 극장 개봉보다 넷플릭스가 피드백이 빨라서 주변 친구들이 바로바로 보더라. 집에서 금방 볼 수 있어서 반응을 빨리 알 수 있다. 해외에 계신 팬들도 금방 봐주셔서 기쁜 마음"이라고 했다.

류준열은 '더 에이트 쇼', '외계+인', '올빼미' 등의 작품을 통해 시대와 장르를 넘나들며 입체적인 연기를 선보여왔다. '계시록'에서 류준열은 신의 계시를 목격한 목사 성민찬 역으로 분했다. 그는 눈앞에 보이는 것이 진실이라 믿는 맹목적인 신념과 광기 어린 얼굴을 드러냈다.

그는 '계시록'에 출연하게 된 이유로 '공감대'를 들었다. 그는 "종교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의 믿음에 대한 이야기라, 자신의 신념과 믿음에 대해 충분히 철학적으로 풀어낸 부분도 있어서 양 방면에서 많은 분이 좋아해 주신 것 같다"고 했다.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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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열은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그는 "사진 작업을 할 때도 내면을 들여다보고 탐구하는 그런 작업이 많았다. 전 작품에서도 이런 부분에 대해 해왔고, 앞으로도 이야기하고 싶은 지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현시대에서도 많은 부분이, 가짜뉴스부터 시작해서 누군가가 검증하고 확인할 기회가 없다 보니 그게 사실인 양 받아들이게 되는데 내가 어떤 믿음을 가지고 있다면 스스로 질문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성민찬이란 인물 자체가 선이냐 악이냐를 이야기하기보다는 이 사람이 믿고 있는 게 중요한 거 같다"며 캐릭터를 해석했다.

영화를 연출한 연상호 감독은 류준열에 대해 "연기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는 배우"라며 "귀에서 피 나올 지경이었다"라고 설명, 그의 연기 열정을 높이 샀다.

류준열은 "저는 물음표 살인마 같은 느낌이었다. 시나리오 초창기부터 캐릭터까지 전사, 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질문했다. 제가 의심이 많다. 계속 맞는지 확인하고, 맞다고 생각하는 것도 다시 고민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질문이 많을수록 좋은 작품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 옳다고 믿는 순간 분위기에 속아 버린다. 당시엔 개운할 수 있는데 완성하고 나서 후회감이 있다. 계속 의심하고 질문하면서 무엇이 더 좋은 방향일까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 감독에 대해 "선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본인의 카리스마를 가지고 선택하는 게 어려운데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선장이었다"고 귀띔했다. 이어 "연 감독님과 작품 하기 전 많은 분이 속도가 있고 합리적으로 촬영한다고 들었다. 그만큼 속도가 난다는 건, 제가 놓치는 게 있을까 봐 걱정이 됐는데 거기에 다 귀 기울여 주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연이어 작품을 내놓는 원동력에 대한 질문에 그는 "저는 더 하고 싶다. 갈증이 있다. 마스터피스를 향해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올해 10년째 연기를 하고 있는데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했다.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작품이 나오면, 남이 느끼는 완벽한 것이 아니라 제가 느끼는 완벽함이 나오면 그만두지 않을까. 아직 그런 순간이 아직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계시록' 현장이 너무 즐겁고 행복했다. 빨리 다음 작품을 하고 싶더라. 그런 데서 에너지가 오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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