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회 변호사 시험 합격자 수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변호사 단체와 로스쿨 업계 간 이견이 쉽사리 좁혀지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한 해 배출되는 변호사 수를 최대 1200명 수준으로 줄이라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반면 로스쿨 업계는 초시 합격률을 대폭 높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변시 응시자 수를 안정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입장이다.
전국 25개 로스쿨 원장으로 구성된 협의체인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로스쿨협의회)의 홍대식 이사장은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소위 ‘오탈자’(五脫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현재 50%대 초반 수준인 합격률을 높여야 한다”며 “변호사 자격에 대한 수요를 고려하면 80~85%까지 올려 잡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1회(2012년) 때 87.1% 수준이던 변시 합격률은 현재(13회·2024년) 53.0%까지 낮아진 상태다. 올해도 작년과 같은 합격률이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1700명이 넘는 변호사가 시장에 배출된다. 14회 변시에는 역대 최대치인 3336명이 응시했다.
변호사 시장 수급 불균형을 초래한 핵심 원인은 소위 ‘로스쿨 낭인’이라 불리는 오탈자 문제이며, 시험 난이도 등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초시 합격률을 높여 재시 이상 응시자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게 로스쿨협의회 측 주장이다. 변호사시험법은 로스쿨 학위를 취득한 사람에게 5년 내 5번의 응시 기회를 보장하고 있다.
협의회가 내부적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 합격률의 점진적 상승을 가정할 때 2032년쯤에는 응시자 수가 2200명 선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합격률을 높이면 당장은 합격자 수가 많아지겠지만, 재시 이상 응시자가 줄면서 5~6년 후에는 응시자 수 자체가 지금보다 적어질 거란 전망이다. 협의회는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법무부 산하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에 정식으로 제출했다.
반면 대한변협은 적정 합격자 수는 많이 잡아도 1200명이라는 입장이다. 합격률이 36%까지 낮아져야 가능한 수치다. 인구 감소 추세와 법률시장의 더딘 확장 속도에 비해 너무 많은 변호사가 공급되면서 과도한 수임 경쟁이 초래됐다는 게 변협 측 주장이다. 권대현 변협 부협회장(변호사 시험 2회)은 “학령인구 30만 명 수준에서 한 해 1500명의 변호사가 배출된다고 가정하면 인구 200명당 변호사 1명이라는 수치가 나오는데, 이는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로스쿨협의회는 이미 시장에 진입한 변호사들이 법률 서비스 공급자로서의 입장만 고집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매해 로스쿨 입학생 규모와 변시 응시자 수 등을 보면 변호사라는 자격에 대한 수요는 계속해서 늘고 있으며, 이런 현실을 반영한 합격률 책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홍 이사장은 “현재 합격률이 너무 저조해 재시 이상 응시자가 과도하게 누적돼 있는 상황”이라며 “대안이 마련되지 않는 상태에서 무작정 합격자 수를 줄이면 사회적 혼란이 클 것”이라고 했다.
법무부는 오는 24일 변시관리위원회 심의·표결을 거쳐 14회 시험 합격자 수와 합격률을 발표한다. 13회 합격자 수(1745명)에서 20명 내외 근소한 범위 내에서 결정될 거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법무부는 지난해 합격자 수를 발표하면서 “시험 실시 전 합격자 수를 미리 발표해 응시자의 예측 가능성과 알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했지만, 14회 시험 역시 사전 공지 없이 치러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각계각층의 의견을 신중히 검토해 합격자 수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