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뛰드, 토니모리 등 과거 K뷰티 열풍을 선도했던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들이 '로드숍'을 줄이고 CJ 그룹 계열사인 올리브영 입점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다양한 브랜드를 한자리에 모아둔 ‘멀티샵’ 올리브영으로 소비자가 몰리면서 로드숍의 설 자리가 좁아진 영향이다.
11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21년 각각 535곳과 113곳이던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이니스프리, 에뛰드 가맹점 수는 2023년 338곳과 49곳으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토니모리 점포 수는 351곳에서 299곳으로 감소했고, 스킨푸드 매장도 29곳에서 19곳으로 줄었다.
LG생활건강은 2023년 더페이스샵·네이처컬렉션의 가맹사업에서 전면 철수했다. 대신 가맹점주들이 경쟁사의 제품까지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며 위기 대응에 나섰다. 온라인과 헬스앤뷰티(H&B) 스토어 중심으로 국내 화장품 시장이 재편되면서 로드숍들이 어려움에 부닥치자 자구책을 마련한 것이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특수를 맞은 서울 명동에서조차 로드숍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앤데믹 전환 후 2023년 2월 연 에뛰드 명동1번가점은 지난해 말 문을 닫았다. 네이처리퍼블릭 역시 2022년 12월과 2023년 1월에 명동 내 두 곳의 점포를 개점했으나 지난해 9월과 11월에 연이어 폐점했다.
K뷰티 열풍에도 로드숍이 고전하는 이유는 소비자들이 다양한 브랜드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멀티 브랜드숍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대표적 멀티 브랜드 샵인 CJ올리브영의 점포 수는 2021년 1266곳에서 2023년 1339곳으로 늘었다.
명동에만 CJ올리브영 매장 6곳이 밀집해 있다. 이 중 1·2층 규모로 운영되는 명동타운점은 일일 방문객이 평균 1만 명을 넘고, 외국인 비중이 90%에 달해 기존 로드숍의 고객층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가두점을 중심으로 성장한 중저가 브랜드들은 이제 멀티숍 입점을 통해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에뛰드는 2020년부터 CJ올리브영에 제품을 공급했고, 토니모리 역시 지난해 2월 CJ올리브영에 진출했다. 스킨푸드와 클리오도 올리브영 입점을 완료했다.
올리브영이 헬스앤뷰티(H&B) 업계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며 일부 현장에선 '갑질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H&B업계 2, 3위였던 랄라블라와 롭스 등이 폐업하며 브랜드들이 선택할 수 있는 마땅한 대체제가 없어진 탓이다. 올리브영은 2023년 12월 경쟁사의 판촉 행사에 참여하지 않도록 납품업체를 압박해 시정명령과 19억 원 가량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현재 공정위는 CJ올리브영 담당자가 무신사 '뷰티 페스타'에 참여하려는 화장품 브랜드 구매담당자에게 "뷰티 페스타 참여 시 올리브영에서 제품을 빼겠다"며 부당행위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작년 9월 CJ올리브영 본사 현장조사 이후 납품업체들을 상대로 실제로 올리브영으로부터 압력을 받았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