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 아르헨을 질식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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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16년만에 월드컵 우승
로드리가 지휘한 ‘질식수비’에 아르헨티나 90분 동안 슈팅 0개
로드리, 한 골도 안 넣고 MVP… 스페인 결승까지 역대 최소 1실점

20일 미국 뉴욕 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 연장 후반 1분 스페인 페란 토레스의 슛이 아르헨티나 골키퍼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23번)를 넘어 골문 안으로 들어가자 미켈 메리노(스페인·왼쪽)가 입을 벌린 채 지켜보고 있다. 스페인은 이날 아르헨티나를 1-0으로 꺾고 통산 두 번째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이스트러더퍼드=AP 뉴시스

20일 미국 뉴욕 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 연장 후반 1분 스페인 페란 토레스의 슛이 아르헨티나 골키퍼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23번)를 넘어 골문 안으로 들어가자 미켈 메리노(스페인·왼쪽)가 입을 벌린 채 지켜보고 있다. 스페인은 이날 아르헨티나를 1-0으로 꺾고 통산 두 번째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이스트러더퍼드=AP 뉴시스
‘무적함대’ 스페인이 ‘질식 수비’를 앞세워 16년 만에 통산 두 번째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스페인은 20일 미국 뉴욕 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에서 연장 후반 1분에 터진 페란 토레스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스페인은 이날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가 이끄는 아르헨티나를 경기 내내 압도했다. 스페인은 높은 볼 점유율(60%)을 유지하면서 강력한 압박 수비를 펼쳐 아르헨티나의 공격을 원천 봉쇄했다. 준결승까지 7경기에서 19골을 몰아쳤던 아르헨티나는 월드컵 결승전 역사상 최초로 정규시간 90분 동안 단 한 차례의 슈팅도 시도하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스페인은 이번 대회 8경기에서 단 1골만을 내주면서 역대 최소 실점으로 월드컵 정상에 올랐다. 또 역대 A매치 최다인 38경기 연속 무패 행진(29승 9무)을 이어갔다. 무패 기간에 스페인은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24년)와 월드컵을 차례로 석권했다.

스페인의 공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선수는 주장 로드리다. 세계 최고 수비형 미드필더로 꼽히는 로드리는 월드컵 역사상 최다인 790개의 패스를 성공시키며 스페인의 엔진 역할을 톡톡히 했다. 수비 시엔 강력한 몸싸움과 탁월한 위치 선정 능력을 바탕으로 상대의 공격을 차단했다. 로드리는 이날 결승전에서도 그라운드 볼 경합을 8차례 승리했다.

로드리는 이번 대회에서 공격포인트(득점, 도움)를 한 개도 기록하지 못했다. 하지만 수치로 환산하기 어려운 팀 내 영향력과 기여도를 바탕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연구그룹(TSG)이 선정한 골든볼(최우수선수)의 주인공이 됐다.

로드리는 축구밖에 모르는 선수로 알려져 있다. 외부의 목소리에 흔들리지 않고 축구에만 집중하기 위해 소셜미디어 계정도 만들지 않았다. 문신이나 피어싱을 하지 않고, 검소한 옷차림으로 클럽하우스에 나타나 훈련에만 매진한다. 로드리는 소속 클럽팀 맨체스터시티(잉글랜드)에서 4차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우승과 한 차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2024년 맨시티의 EPL 4연패와 스페인의 유로 우승을 이끈 뒤엔 축구계 최고 권위의 상인 ‘발롱도르’도 받았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최우수선수로 뽑힌 뒤 ‘골든볼’ 트로피를 든 채 기뻐하는 로드리. 이스트러더퍼드=신화 뉴시스

2026 북중미 월드컵 최우수선수로 뽑힌 뒤 ‘골든볼’ 트로피를 든 채 기뻐하는 로드리. 이스트러더퍼드=신화 뉴시스
로드리는 2024년 9월 오른쪽 무릎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돼 선수 인생 최대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지난해 5월 그라운드에 복귀했고, 이후 차곡차곡 컨디션을 끌어올려 월드컵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뽐냈다. 로드리는 프란츠 베켄바워, 게르트 뮐러(이상 독일), 지네딘 지단(프랑스), 히바우두, 호나우지뉴(이상 브라질), 메시에 이어 역대 7번째로 월드컵과 UEFA 챔스리그, 대륙별선수권대회를 우승하고 발롱도르까지 수상한 선수가 됐다. 로드리는 이날 골든볼을 받은 뒤 “정상에서 한순간에 바닥으로 추락했던 선수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믿음을 다음 세대 선수들에게 줄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해 65세인 루이스 데 라 푸엔테 감독은 월드컵 우승을 이끈 역대 최고령 사령탑이 됐다. 스페인 19세 이하, 21세 이하, 23세 이하 대표팀 감독을 거쳐 성인 대표팀을 맡은 그는 로드리 등 자신이 10년 이상 육성한 선수들을 중심으로 월드컵을 제패했다. 그는 “진정한 세계 최강 팀은 스페인이라는 걸 증명해 기쁘다. 오랜 기간 선수들과 함께 노력한 게 오늘의 성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19세의 젊은 선수들인 라민 야말과 파우 쿠바르시 등도 우승에 힘을 보탰다. 야말은 활발한 움직임 속에 첫 월드컵에서 1골을 기록했고, 중앙 수비수 쿠바르시는 야말을 제치고 베스트 영플레이어상(신인상)을 수상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조영우 기자 j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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