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관세협상 파트너 … 반도체 투자 놓고 신경전
美상무, 삼전닉스 공개 압박에
金, 원고지 45매 반박 글 올려
국내 투자가 우선이라고 밝혀
金 "추격 허용 공급공백 안돼"
韓 메가 프로젝트 속도전 강조
반도체 국가 대항전으로 인식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주말 페이스북에 연이어 글을 올려 호남·용인 메모리 반도체 공장 증설 프로젝트에 속도를 가해 경쟁자가 추격할 여지를 일절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때 후발주자가 선두주자를 추격할 동력을 확보하게 되는 만큼 정부와 기업이 힘을 모아 메모리 반도체의 폭발적 수요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미국 현지 메모리반도체 공장 건설을 압박하자 청와대가 곧바로 '국내 투자가 먼저'라는 메시지를 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 실장은 11~12일 페이스북에 '생산능력이 새로운 국력이다' '바이바이 동아시아 정체론'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후발주자는 공급 부족을 계기로 고객과 생산 경험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높여가는 선순환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전략은 애초에 경쟁자가 성장할 수 있는 공급 공백 자체를 만들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팹 증설은 단순한 성장 투자가 아니다. 기술 우위를 시장점유율로 연결하고, 후발주자가 고객과 물량을 확보하는 것을 막으며, 기술 추격의 기반이 형성되는 것을 예방하는 전략적 투자"라면서 "대한민국의 팹 증설은 국가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삼성, SK 등 주요 기업이 향후 수년간 비수도권에 반도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와 관련해 총 1461조원을 투자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와 별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수도권까지 포함해 총 4755조원 규모의 첨단산업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러트닉 장관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미국 현지 투자를 압박하자 한국 정부가 주도한 메가프로젝트의 막대한 투자 액수가 미국을 자극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러트닉 장관은 앞서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반도체 회사 마이크론이 미국 클레이타운에 건설 중인 팹의 콘크리트 타설 기념식에 참석해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미국으로 불러와 생산시설을 짓게 하고 싶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실장이 곧바로 원고지 45매 분량의 글을 올려 반도체 팹 증설에 국가 명운이 걸렸다며 총력 지원 의지를 밝히자 곧바로 견제구를 날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김 실장은 글에서 "미국은 재정 지원과 세제 혜택으로 첨단 반도체 제조시설을 자국에 유치하고 있고, 중국은 국가 지원과 금융, 거대한 내수시장을 발판으로 생산능력과 기술 축적을 넓히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평택 첨단 팹 증설, 800조원 규모의 호남권 제2 클러스터 투자 계획은 단순한 기업의 설비 투자로만 보기 어렵다"며 "대한민국 산업사에서 보기 드문 초대형 생산 기반 투자이자 미래 생산능력을 선점하기 위한 국가적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전력망과 용수, 송전망과 국가산업단지, 교통망과 복잡한 인허가 절차는 국가만이 구축하고 조정할 수 있는 생산 기반"이라며 "국가가 지켜야 하는 것은 특정 기업 자체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첨단 반도체 생산 기반과 그 경쟁력"이라고 했다.
반도체 생산능력 확충이 국가 대항전 양상으로 전개되는 만큼 이른바 삼전닉스의 미국 현지 반도체 공장 건설은 관세협상 대미투자 프로젝트처럼 미국이 압박해서 할 문제는 아니라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 발언이다.
김 실장과 러트닉 장관은 관세협상 양국 대표로 나서 총 3500억달러 규모의 한국 대미투자안을 타결시킨 주인공이다. 평소 휴대폰 메신저 프로그램으로 직접 소통에 나설 정도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러트닉 장관의 삼전닉스 미국 투자 발언에 김 실장이 견제 성격의 글을 올리자 양측 사이에 긴장이 높아진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실장과 러트닉 장관은 상호 존중 가운데 각자 국익을 위해선 충돌도 마다하지 않는 관계"라며 "김 실장은 러트닉 장관 발언의 실제 의도를 누구보다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러트닉 장관의 발언에 대해 행사 현장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확대 해석은 경계해야 한다는 평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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