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에 활용 ‘러닝코어’ 트렌드화
온라인몰 러닝화 판매 10배 늘고 30만원 티셔츠 - 60만원 반바지 등 해외 브랜드 고가 제품도 불티
지난달 러닝을 시작한 직장인 이모 씨(34)는 최근 프랑스 러닝웨어 브랜드 ‘새티스파이’의 러닝복을 해외 직구로 구입했다. 티셔츠 한 장 가격이 27만 원에 이르는 고가품이다. 이 씨는 “러닝에 최적화된 기술이 신기하고 멋있어 보여서 구입했다”며 “러닝을 시작한 뒤 러닝화, 헤어밴드, 러닝밴드 등 다른 장비들도 구입했다”고 말했다.날씨가 선선해지자 달리기를 즐기는 러닝족이 늘면서 러닝 용품 시장도 활황이다. 특히 러닝복·러닝화 등을 패션에 활용하는 ‘러닝코어’가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신진 브랜드나 고가 제품을 판매하는 럭셔리 브랜드 제품들도 인기몰이 중이다.
9일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지난달 러닝화 카테고리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5.8% 늘었다. 같은 기간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의 스포츠 슈즈 매출도 각각 20%, 35.5% 올랐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러닝화 브랜드의 매출 성장률이 높아 전체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에서는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6일까지 2주간 러닝화 거래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무려 952% 늘었다. 무신사에서도 7월부터 지난달 23일까지 약 3개월간 러닝화 거래액이 전년 대비 53% 증가했다.
시장 조사 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운동화 시장 규모는 2021년 2조7761억 원, 2022년 3조1289억 원, 2023년 3조4150억 원으로 매년 성장 중이다. 패션업계에서는 이 중 러닝화의 비중만 1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패션에 민감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러닝 붐이 확산되다 보니 관련 시장이 더욱 발달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무신사 관계자는 “개인이 선호하는 스타일이나 수요가 다양화하면서 러닝화 시장이 세분화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특히 프랑스 브랜드 ‘호카’, 스위스 브랜드 ‘온’ 등 국내에서는 비교적 최근에 소개된 신진 브랜드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운영하는 편집숍 ‘10꼬르소꼬모’에 따르면 ‘온’의 클라우드테크 러닝화 제품은 8월 출시 이후 한 달 만에 판매율 80%를 달성해 완판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만∼30만 원대 티셔츠, 50만∼60만 원대 반바지 등 고가 제품이 주를 이루는 ‘새티스파이’의 가을겨울(FW) 시즌 상품 매출은 전년 대비 700% 이상 늘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요즘 고객들은 디자인과 기능성을 둘다 챙기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며 “소비 파편화 시대를 맞아 다변화된 고객의 수요를 충족하고자 관련 품목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채널들도 러닝족을 잡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잠실 롯데월드몰의 ‘호카’ 매장에서는 인근 석촌호수에서 러닝을 즐기는 고객들을 위해 짐 보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내년 중 ‘굿러너컴퍼니’ 등 러닝 멀티숍을 신규로 선보일 예정이다. 신세계백화점은 1일 하남점의 ‘나이키’ 매장을 재단장하면서 기존에 없던 러닝 카테고리를 크게 늘렸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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