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북러대사관 평양서 전승절 연회
北파병 상징물로 ‘혈맹’ 강화 의지
北국방상 “러 군대 변함없이 지지”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관이 평양에서 제2차 세계대전 승리(전승절) 80주년 연회를 개최해 북측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을 거듭 치켜세우고 추모와 선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9일 조선중앙통신은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대사관이 전날 평양 양각도국제호텔에서 마련한 연회의 연설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러시아가 포탄과 다연장로켓, 미사일 등 무기체계는 물론 대규모 병력까지 지원한 북한과의 ‘혈맹관계’를 강조해 군사 밀착을 강화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이날 통신은 마체고라 대사가 연설에서 “조선(북한)의 영웅들을 추억하는 아름다운 기념탑들이 일떠설 해방된 (쿠르스크 지역의) 도시들과 마을들, 광장들은 그들의 이름으로 불리게 될 것”이라며 말했다고 전했다. 북한군 파병과 북·러 혈맹의 상징물을 쿠르스크 지역에 배치해 양국 간 군사협력의 지속가능성을 더하겠다는 이야기다.
앞서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도 관영매체에 보낸 입장문으로 러시아 파병 사실을 공식 인정하고 전몰장병 추모시설도 세우겠다고 밝혔다.
북·러 양국은 최근 잇따라 북한군의 쿠르스크 전선 파병 사실을 인정한 데 이어 군사·경제·교육 등 전 분야에서 협력을 구체화하고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전승절 80주년 행사 이후 별도의 러시아 양자 방문길에 올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북·러 협력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받는다.
북한이 이미 러시아로부터 각종 군사 장비와 기술 등을 파병 대가로 받았다는 정보당국 판단도 나왔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30일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를 통해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정찰위성 발사대 및 기술 자문 △무인기 △전자전 장비 △SA-22 지대공미사일 등을 제공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정원은 보고에서 북측이 러시아에 노동자 약 1만 5000명을 파견 중인 정황도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북측 노광철 국방상도 연설을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위대한 조국전쟁 승리’라고 평가하며 화답했다.
노 국방상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나라의 존엄과 명예를 사수하고 인류를 파멸의 운명으로부터 구원했다”고 러시아와 보조를 맞췄다. 그러면서 “조선인민군은 앞으로도 국가의 주권과 안전, 영토 완정(통일)을 수호하기 위한 러시아 군대의 행동을 변함없이 지지 성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